70년간 남북 분단 현장 지킨 스웨덴, 중재 역할 계속 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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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호 13면

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 대사 

다니엘 볼벤 대사는 “스웨덴 역사에서 한국은 아주 특별한 나라”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다니엘 볼벤 대사는 “스웨덴 역사에서 한국은 아주 특별한 나라”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스웨덴은 강대국 주도의 진영대립으로 날이 새고 저무는 국제사회에서 줄곧 중립국 지위를 고수해온 몇 안되는 나라중 하나였다. 그 역사가 1814년 이후 200년 이상 이어졌다. 유럽 전역이 전쟁에 휘말렸던 1,2차 세계대전 때도 이를 고수했고, 종전 후 펼쳐진 냉전시대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랬던 스웨덴이 스스로 중립을 버리고 한 쪽 진영에 가담하는 선택을 했다. 역시 중립국이던 핀란드가 지난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31번째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린데 이어 스웨덴의 가입이 최종 승인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몰고 온 후폭풍이다.

중립국으로서의 스웨덴의 지위는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6·25전쟁이 끝난 뒤 구성된 중립국감독위원회의(NNSC) 일원으로 줄곧 한반도 분단현장을 지켜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6·25 전쟁 중에도 대규모 의료지원단을 보내 야전병원을 세우는 등 인도주의적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나라이기도 하다. 서울 을지로의 국립중앙의료원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3국의 원조에 힘입어 지어진 것이다. 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 대사가 지난 27일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두고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낸 이유다. 볼벤 대사를 만나 스웨덴의 나토가입 및 한국과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나토 가입을 결정하기까지 국민 여론은 어땠나. 중립외교를 고수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을텐데.
“과거에는 나토 가입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찬성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현재의 안보 상황이 악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도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 국민들은 스스로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나토 가입이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70%에 달하는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다.”
스웨덴이 정식으로 나토 회원국이 되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우선적으로 맡게 될 역할은 스웨덴 앞바다인 발트해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 북극을 둘러싼 지역의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에게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나토 회원국으로서 첨단 무기 개발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스웨덴은 방위산업분야에서 매우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전투기와 레이더 등 첨단 무기들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나토 규약에 따르면 새 회원국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31개 회원국 가운데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있어 마지막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최근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어떻게 튀르키예를 설득할 수 있었나.
“협의를 통해 두 나라는 이견을 좁혔고, 특히 테러 대응 등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위한 국회 비준 절차를 요청하고 협조하기로 했다.”

튀르키예가 양보만 한 것은 아니었다. 협상과정에서 튀르키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동의해 주는 대신 오랜 숙원인 유럽연합(EU)가입에 대한 스웨덴의 협력 약속을 받아냈다. 철두철미 국익을 챙기는 국제정치의 생리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이달 11일 나토정상회의 때 만나 양국 협력 강화를 논의했는데.
“한국과 스웨덴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혁신적인 나라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최근 양국 정상회담 때 배터리와 바이오 산업 등 구체적인 분야가 협력 대상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과의 협력이 요구되는 또다른 분야가 원자력 발전이다. 스웨덴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어 스웨덴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도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 ”
27일은 정전협정을 맺은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스웨덴은 6.25 전쟁 때 대규모 의료지원단을 한국에 파견해 큰 도움을 줬다.
“스웨덴은 당시 의료지원단을 한국에 보내 야전병원을 지었다. 그 병원은 전쟁이 끝난 후인 1957년까지 운영됐다. 병원에서 근무한 스웨덴 의사와 간호사 수는 1000명을 넘었다. 이는 스웨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도주의적 지원 중 하나였다. 스웨덴의 의료 지원을 받은 한국이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된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다. 따라서 스웨덴의 역사에서 한국은 아주 특별한 나라라 할 수 있다.”
스웨덴에게 6·25 전쟁은 어떤 의미인가.
“현재 우리는 6·25 전쟁과 유사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목격하고 있다. 6·25의 참상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6·25 전쟁을 역사적 유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스웨덴은 6·25 전쟁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스웨덴은 정전 후에도 중립국감독위원회에 참여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데.
“지금은 다섯명 밖에 남지 않았지만 정전 직후에는 수 백 명의 스웨덴 군인들이 남북한을 감시하기 위해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 근무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스웨덴 군인들이 무려 70년 동안이나 이런 활동을 해온 것이다. 나는 이 역사적 임무에 동참했던 스웨덴 군인들과 그 가족들을 만날 때면 자랑스럽게 우리가 해온 일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스웨덴은 과거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를 주선하는 등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이런 스웨덴의 역할은 계속될 것인가.
“스웨덴은 1973년 북한과 수교했다. 스웨덴은 남북한 모두와 수교한 국가이자 판문점에 있는 중립국감독위원회에 군인들을 파견하고 있는 국가다. 이런 독특한 상황으로 인해 스웨덴이 지난 수 십 년 동안 북한과 서방세계의 연결 통로로 역할을 해 온 것이다. 현재 남북한과 북·미 관계 악화로 어려움이 있지만 스웨덴의 중재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동시에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에도 적극 동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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