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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올라도 맥주 주세 안 올린다…반려동물 진료 부가가치세 면제 [세제개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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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전남 화순군에서 열린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 입주자 추첨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전남 화순군에서 열린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 입주자 추첨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혼부부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한도가 늘어난다.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문턱은 낮추고, 혜택은 늘린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도 확대한다. 맥주·탁주(막걸리) 세금을 조정해 주류 소비 부담은 덜어준다. 반려동물 진료 시 세 부담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른바 서민·실생활 ‘핀셋 감세(減稅)’다.

정부는 27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2023년 세제 개편안(세법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8월 29일 국무회의를 거쳐 9월 국회에 제출한다.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 중반기(3년 차)에 걸맞게 안정적인 감세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투자 및 일자리 창출, 서민·중산층과 미래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에 세제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처음 짠 세제개편안은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를 대폭 내리는 ‘전방위 감세’였다. 2026년까지 13조1000억원 규모 세금을 깎아주는 내용이다. ‘대대적 감세를 통한 경제 살리기’란 정부 지향점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반면 올해 개편안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실생활에 와 닿는 감세로 ‘미세 조정’에 가깝다. 2028년 이후 기준 4719억원 감세하는 수준이라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감세 규모만 놓고 보면 지난해 10분의 1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경제 효과, 특히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감세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되 호흡은 한 템포 가다듬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구체적으로 신혼부부가 부모에게 물려받는 결혼자금에 대해 1인당 5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증여세 비과세 한도를 1억5000만원으로 늘린다.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상한 기준은 기존 가구당 4000만원에서 7000만원, 지급액은 자녀 1인당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각각 올린다.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한다.

내 집 마련에 따른 빚 부담도 덜어준다. 10년 이상 주택담보대출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를 상환할 경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주택가격 기준을 5억원에서 6억원으로 높인다. 공제 한도는 300만원에서 600만원 등으로 확대한다. 반려동물 진료 시 붙는 부가가치세는 면제해 준다. 물가 상승 부담을 덜기 위해 맥주·탁주 주세율을 물가에 연동하는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올해 개편안에도 영상 콘텐트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대 대기업 15%, 중소기업 30%까지 올리는 등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 시 증여세 저율 과세(10%) 구간을 기존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확대하고, 연부연납 기간도 기존 5년에서 20년으로 늘린다. 해외진출 기업이 국내로 복귀할 경우(유턴 기업) 지원하는 소득세·법인세 감면 폭·기간도 복귀 후 5년 100%+2년 50%에서 7년 100%+3년 50% 감면으로 확대한다.

하지만 법인세 최고세율 3% 포인트 인하, 중·저소득자 소득세 과표 구간 상향 조정,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을 포함한 지난해 개편안에 비해선 감세 규모가 크지 않다. 따라서 ‘대기업·부자 감세 반대’를 내건 야당의 반대도 지난해만큼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 추가 인하나 유산취득세 개편 등 민감한 과제는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감세 폭을 대폭 줄인 건 세수(국세 수입) 확보 측면에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걷힌 국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조원 줄었다. 국세 수입 진도율(올해 세수 목표 대비 실제 징수율)은 40%다. 1년 전보다 9.7%포인트 낮다. ‘건전 재정’을 내건 정부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세수 부족까지 맞닥뜨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풀기도, 대규모 감세를 연달아 추진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핀셋 감세'로 최소한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수출·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내수가 경제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한 만큼 감세 기조를 이어 가 서민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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