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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이어 이승만·트루먼·워커까지…'호국 성지' 떠오른 칠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이승만·트루먼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이승만·트루먼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거대한 두 동상을 감싸고 있던 흰 천이 동시에 벗겨지자 천막 아래 좌석을 메우고 있던 관객 500여 명이 일제히 손뼉을 쳤다. 동상 주인공은 고(故) 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1884~1972) 전 미국 대통령이다. 두 나라 정상 동상이 한 자리에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만·트루먼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은 6·25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에 맞춰 개최됐다. 동상은 ‘이승만·트루먼 동상건립추진 모임’(이하 동건추)이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을 만든 김영원 조각가에 의뢰해 만들었다.

6·25 한미 최고사령관 동상 한 자리에  

높이 4.2m 규모 두 동상 뒤로는 각 인물을 상징하는 문구도 명시됐다. 이 전 대통령 동상 명문( 明文)에는 ‘우리는 남자·여자·아이까지 나와서 필요하다면 몽둥이와 돌멩이를 들고서라도 싸울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이 1950년 6월 25일 존 무초 당시 주한 미국대사에게 전한 말이다.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열린 '이승만·트루먼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서 시민들이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열린 '이승만·트루먼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서 시민들이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연합뉴스

트루먼 전 대통령 동상 뒤편 명문에는 ‘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개자식들을 막아야 합니다’라고 새겨 넣었다. 6·25 발발과 관련한 딘 애치슨 당시 미 국무장관 보고를 받은 트루먼 전 대통령이 한 말이라고 한다. 미국은 연인원 약 180만 명을 파병했고, 이 중 약 15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

애초 두 동상은 2017년 제작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서울 전쟁기념관과 주한미군마저 영내 설치를 거부하면서 갈 곳을 찾지 못했다. 결국 경북도가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이날 제막식까지 열리게 됐다.

백선엽 장군 동상도 같은 장소 건립

조갑제 동건추 대표는 “자유가 공짜가 아니듯 두 인물 동상 건립도 민관(民官)이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라며 “두 동상은 단순한 쇳덩어리가 아니라 세대를 넘어 위대한 이야기를 전해줄 ‘생명체적 존재’”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고(故) 백선엽(1920~2020) 장군 동상도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세워졌다. 이승만·트루먼 전 대통령 동상과 마주 보는 자리다. 백 장군은 칠곡 다부동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둬 패배 일로를 걷고 있던 6·25 한국전쟁 전세를 뒤집는 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이날 백 장군 동상은 새롭게 제막한 이승만·트루먼 전 대통령 동상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6·25전쟁 정전 70주년과 백선엽 장군 3주기를 맞아 지난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1920~2020) 동상 제막식을 통해 공개된 백선엽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뉴스1

6·25전쟁 정전 70주년과 백선엽 장군 3주기를 맞아 지난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1920~2020) 동상 제막식을 통해 공개된 백선엽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뉴스1

이승만·트루먼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 다음 날인 28일에는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 6·25 당시 이른바 ‘워커 라인(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해 대한민국을 구한 미8군 사령관 월턴 해리스 워커(1889~1950) 장군 흉상도 제막할 예정이다.

워커 장군은 제1·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고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해 9·28 서울 수복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워커 장군 흉상은 ‘1000원 기부’ 운동을 통해 제작돼 의미를 더했다. 국민 5000명이 동참해 1300만원을 모아 흉상을 만들었다.

낙동강 지킨 워커 장군 흉상도 칠곡에

28일 낙동강 변에는 백선엽·워커 장군 얼굴이 그려진 가로·세로 5m 크기 대형 방패연도 띄워질 예정이다. 두 장군 희생과 낙동강 방어선 전투 의미를 알리고 호국과 보훈 가치를 일깨우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백선엽 장군은 타계 직전 “평택 미군 부대를 찾아 부대 내 워커 장군 동상 앞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메시지를 남겨달라”는 유언을 남길 만큼 워커 장군과 우정이 두터웠다.

김재욱 칠곡군수(가운데), 김리진 워커대장추모기념사업회장(오른쪽), 이창석 대한민국예술연협회장이 대형 방패연을 축소한 홍보판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김재욱 칠곡군수(가운데), 김리진 워커대장추모기념사업회장(오른쪽), 이창석 대한민국예술연협회장이 대형 방패연을 축소한 홍보판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이처럼 6·25 전쟁 당시 한국과 미국 최고사령관이었던 이승만·트루먼 전 대통령,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백선엽 장군, 낙동강 전선을 사수했던 워커 장군 등 전쟁 영웅 상징물이 세워지면서 칠곡은 ‘호국의 성지’로 떠오르게 됐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낙동강 방어선 격전지인 경북에 이승만·트루먼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후손들도 알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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