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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탐의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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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형수 기자 중앙일보 기자
박형수 국제부 기자

박형수 국제부 기자

1965년 미국 제약회사 시얼(Searle)의 화학자 제임스 슐래터는 위궤양 치료제를 개발하다 우연히 손가락을 핥았다. 순간 온몸이 짜릿할 정도의 강한 단맛을 느낀 그는 손에 묻은 물질을 분석했다. 설탕보다 200배 달콤한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의 탄생 순간이다. 시얼은 이내 돈방석에 앉았다.

아스파탐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인공 감미료다. 탄산음료·아이스크림·시리얼·껌·사탕은 물론 어린이 비타민 등 무려 6000여 식품에 들어간다. ‘당뇨·비만을 일으키지 않는 건강한 단맛’을 내세워 연 118억 달러(2023년 예상) 규모의 대체 감미료 시장에서 절대 강자가 됐다.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식품 첨가물’로도 불린다. 1975년 미국 FDA 승인 이래,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대해 상충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아스파탐은 메탄올에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과 아스파르트산이 결합한 합성 화학물질이다. 페닐알라닌은 뇌와 신경세포 사이 신경전달물질로, 체내 농도가 올라가면 두통·발작·기억 상실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탄올은 체내 대사 작용을 거쳐 포름산(개미독)과 포름알데히드(방부액)로 분해된다. 포름알데히드는 알려진 발암 성분이다.

2005년 이탈리아 볼로냐 암센터에서 실험쥐 1800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만 아스파탐을 먹인 결과, 다른 그룹보다 림프종과 백혈병에 훨씬 많이 발현됐다. 어린이·청소년의 뇌종양·편두통의 원인이 아스파탐이라는 논문도 적지 않다.

아스파탐 옹호론자들은 “과일 등 자연식품에도 메탄올·페닐알라닌은 들어 있다”며 “아스파탐의 유독성이 걱정된다면 과일부터 끊으라”고 반박한다. 또 “아스파탐과 암 발병 사이 연관성은 태양이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만큼 비약적”이라고 강변한다.

14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군에 포함하자 ‘아스파탐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뉴욕타임스는 “아스파탐 연구 결과는 누가 연구비를 지원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1980~85년 의학저널에 발표된 관련 논문 166편 중 업계 지원을 받은 74편은 모두 ‘안전성’만을 강조했다면서다. 범용 감미료의 진실마저 과학이 아닌 자본의 힘에 따라 설명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