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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카카오…노조, 희망퇴직 항의집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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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6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카카오 노조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카카오 노조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실패 책임, 떠넘기지 마라.” “브라이언(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영어 이름)이 사과하라.”

26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이하 카카오 노조) 조합원 300여 명이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 모였다. 검은색 노조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고용불안 해소’를 외치며 카카오 경영진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카카오 계열사 중심으로 희망 퇴직이 확산되며 직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전체 임직원 1176명(2022년 말 기준)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 손자회사인 게임 개발사 엑스엘게임즈 등이 현재 희망 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0년차 이상 고연차 직원들에게 이·전직을 권하는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NCP)을 가동했다.

이날 카카오 노조는 연이은 사업 실패에 따른 피해를 직원들이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본사에서 분사한 이후 적자가 이어졌고 지난해엔 계열사 중 가장 큰 적자(1406억원)을 기록했다. 추가 투자 유치마저 실패하자 백상엽 전 대표는 지난 5월 비상근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후 회사는 클라우드 사업 외엔 모두 접겠다면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전체 직원의 80%가 비(非) 클라우드 사업부 소속이라 충격은 더 컸다.

노조는 경영진의 무리한 분사 결정도 문제로 지적했다. 당시 준비 없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분사가 결정돼 내부 반발이 있었다는 것.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현재 카카오는 일시적인 재무 위기가 아니다”라며 “이대로 가면 제3, 제4의 위기가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자회사 분사와 투자유치, 기업공개(IPO)로 이어지던 카카오식 성장 공식이 역풍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카오 주요 계열사 13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적자였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1406억원), 카카오스타일(518억원), 상장사인 카카오페이(455억원), 카카오브레인(301억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138억원), 카카오헬스케어(85억원) 등이 영업손실을 냈다.실적 전망도 어둡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28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5%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노조는 이날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김범수 센터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응답이 없을 경우, 9월 단체협약에서 시스템 개선을 제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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