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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공격 받은 러의 보복 공습…다뉴브강 곡물창고 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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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방을 향한 '보복 공습'을 반복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연일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오데사를 공격하자,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 국방부 인근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하루가 지나지 않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했고, 동부 도네츠크에 집속탄 공격을 가했다. 러시아군이 오데사에 이어 다뉴브강 항구 곡물창고 등을 공격하자, 국제 밀 가격은 5개월 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국방부 인근 건물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아 불에 타 있다.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국방부 인근 건물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아 불에 타 있다.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과 러시아 관영 매체 타스통신,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키예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새벽 1시40분부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공습을 재개했다. 세르히 폽코 키이우시 군정 수장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이달에만 키이우에 대한 여섯 번째 공습"이라며 "키이우 외곽에서 (러시아 공습을 격퇴하기 위해) 방공 시스템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앞서 전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을 공격하면서 집속탄을 사용했다. 집속탄은 한 개 폭탄 안에 다수의 소형 폭탄을 탑재해 넓은 지역에서 다수의 인명 피해를 유발한다. 이날 공습으로 10세 어린이 1명이 숨졌다.

이날 러시아군의 공습에 앞서 전날 새벽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이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국방부 청사에서 가까운 건물 2곳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국은 "특수작전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드론 공격을 인정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지난 1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체결했던 흑해 곡물협정을 철회한 이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 오데사에 연일 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있는 데 따른 보복 성격으로 보인다. 드론 공격 직후 "강력한 보복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던 러시아군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23일(현지시간) 새벽 있었던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도시 오데사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옆을 우크라이나 시민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새벽 있었던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도시 오데사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옆을 우크라이나 시민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흑해 대체하는 곡물 운송로, 다뉴브강 항구도 공격 

러시아의 또다른 공격 대상은 곡물 수출 통로인 다뉴브강 항구다. 러시아군은 24일 루마니아 국경 인근 레니 등 다뉴브강 주변 항구들을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으로 4시간 동안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7명이 다치고 곡물창고 3곳이 손상됐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접경 지역에 있는 레니와 이즈마일 항구는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차질을 빚은 뒤부터 해상 운송을 대체하는 수출 통로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말 흑해 곡물 협정 체결로 오데사 등 3개 항구를 통한 수출이 재개된 후에도 우크라이나는 다뉴브강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을 늘려왔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통로를 옥죄길 원하는 러시아로서는 다뉴브강 항구들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섣불리 레니 항구 등을 공격하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와의 충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나토 조약상 회원국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면 나토 회원국 전체가 대응한다.

이에 불구하고 러시아가 다뉴브강 항구를 공격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완전히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러시아의 공세 확대는 흑해 지역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새벽 있었던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도시 오데사 공습으로 일대 곡물 창고가 무너져있다. 러시아는 곡물 수출의 대안 통로인 다뉴브 강변의 항구까지 공격하고 나서며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봉쇄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새벽 있었던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도시 오데사 공습으로 일대 곡물 창고가 무너져있다. 러시아는 곡물 수출의 대안 통로인 다뉴브 강변의 항구까지 공격하고 나서며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봉쇄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밀 가격 5개월 만에 최고치…우크라 "식량 테러" 비판 

다뉴브강 인근 항구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항구들이 러시아로부터 계속 공격당하면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은 한층 어려워졌다. 유럽 곡물 무역상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육로와 다뉴브강 항구를 통한 수출까지 차질을 빚게 되면 국제 곡물 공급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 우려했다.

시장은 벌써 반응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5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선물 시장에서 밀 가격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밀이 2.6% 오른 부셸(곡물 중량 단위·1부셸=27.2㎏)당 7.7725달러에 거래되면서 올해 2월 21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GMT(그리니치표준시) 3시 38분 기준으로 밀 가격은 7.7250달러로 다소 내려왔다.

로이터는 "다뉴브강 항구를 포함해서 우크라이나 항구들이 계속 공격당하면서 보험사들이 해상 보험 제공마저 거부하거나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곡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것"이라 분석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러시아의 이 같은 연쇄 항만 공격을 '식량 테러'로 규정하고, 전 세계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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