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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선택 서이초 교사, 일기장엔 “모든 게 버거워…숨 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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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교사 A씨(24)의 일기장에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아 고인의 일기장 중 내용 일부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A씨가 숨지기 약 2주일 전인 이달 3일에 쓴 일기다. 2년 차 교사로 서이초 1학년 담임을 맡았던 A씨는 지난 18일 오전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24일 유족 동의를 받아 공개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숨진 교사 A씨 일기장의 일부.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막혔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 서울교사노조

서울교사노동조합이 24일 유족 동의를 받아 공개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숨진 교사 A씨 일기장의 일부.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막혔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 서울교사노조

일기에는 “금-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 처짐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 +○○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고 쓰여 있다. 이어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라고도 적혀 있다.

‘난리’ 앞에 쓰인 글자는 학생의 이름으로 보인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이날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옆 분수공원에 마련한 서이초 교사 A씨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옆 분수공원에 마련한 서이초 교사 A씨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이 생전 업무와 학생 문제 등 학교 생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노조가 제보를 통해 학생 중 (한 명이) 큰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해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고인에게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이초 학부모를 불러 조사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4일 “지난 주말 이른바 ‘연필 사건’의 양측 당사자인 학부모를 불러 조사를 마친 상태”라며 “고인의 휴대전화와 아이패드도 제출받아 조만간 포렌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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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사건’이란 A씨가 담임 교사로 있는 반에서 한 여학생이 앞자리 남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며 장난을 쳤고,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남학생의 이마가 연필에 긁힌 사건이다.

앞서 서울교사노조는 지난 19일 성명에서 동료 교사의 제보를 바탕으로 숨진 교사 A씨가 ‘연필 사건’을 계기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 왔다고 전했다. 이후 노조는 지난 21일 “A교사에게 학부모가 찾아와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고 했다”는 내용의 동료 교사 제보를 추가로 공개했다. 또 ‘연필 사건’과 관련한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으며 고인이 방학 후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주장했다.

파문이 커지자 경찰은 서이초 교사 60여 명 전원을 상대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을 탐문하고 있다. 우선 A씨와 친한 동료 교사들을 불러 한 차례 조사를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필요한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육부도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A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집중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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