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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대만 거쳐온 ‘괴소포’…경찰, 중국 공안에 수사공조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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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3일 경찰 및 육군·소방 관계자들이 ‘괴소포’를 확인하기 위해 강릉시 교동 강릉우편집중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강원소방본부]

23일 경찰 및 육군·소방 관계자들이 ‘괴소포’를 확인하기 위해 강릉시 교동 강릉우편집중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강원소방본부]

주문한 적 없는 ‘괴(怪)소포’를 해외에서 받았다는 신고가 최근 나흘간 2000건을 넘어섰다.

23일 경찰청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전국에서 괴소포를 받았다는 112 신고가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2058건 접수됐다. 경찰은 이 중 1413건은 오인 신고로 확인됐으며, 의심되는 645건의 소포를 수거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소포는 대부분 노란색이나 검은색 봉투에 담겨 있었으며 비닐 등으로 이중 포장이 돼 있었다. 내용물엔 립밤 같은 저가 물건이 들어 있거나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발신자엔 ‘중화포스트’ ‘P.O.Box 100561-003777, 대만’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정당국은 의심 우편물 배송을 중단하고 현장 점검에 나섰다. 우정사업본부는 국제 우편물 반입을 일시 중단키로 하고 이미 국내에 반입된 유사한 유형의 국제 우편물은 안전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세청은 지난 21일부터 국제 우편물과 특송물품(해외 배송 택배)에 대한 긴급 통관 강화 조치에 들어갔다. 관세청은 이번 괴소포 논란이 스캠 화물로 인한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무작위로 주소를 입력한 다음 판매가 이뤄진 것처럼 속이는 수법을 ‘브러싱 스캠’이라 부른다. 관세청은 “스캠으로 확인되면 우정사업본부 등과 협력해 해외 반송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부터 대만에서 발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포의 모습. 발신자에는 ‘중화포스트’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경찰청]

지난 20일 부터 대만에서 발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포의 모습. 발신자에는 ‘중화포스트’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경찰청]

이번 괴소포 소동은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된 뒤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울산 소포의 경우 개봉한 이들에게 신체적 이상 증상이 있어 국방과학연구소가 정밀 분석했지만, 화학·생물·방사능 위험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이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주관으로 관계부처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부처별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또한 경찰청은 괴소포의 최초 신고지였던 울산 장애인 복지시설에 배송된 소포의 발신지를 추적하기 위해 중국 공안부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한편 대만의 부총리 격인 정원찬 대만 행정원 부원장은 지난 22일 “형사경찰국의 1차 조사 결과 해당 소포는 중국 선전에서 ‘상품 환적 우편 서비스(貨轉郵·화전우)’ 방식으로 대만에 발송됐고 중화우정(대만 우정사업본부)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보내졌다”며 “추가 조사를 해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사가 보도했다. 대만 관세청은 21일 내정부 경정서(한국의 행정안전부 경찰청 격)의 형사경찰국 및 법무부 조사국 등 관련 기관이 범정부 전문 조사팀을 구성해 조사에 들어갔으며, 주한 대표처(대만 대표부)를 통해 한국과 협조해 관련 규정 위반 여부를 밝힌 뒤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 우정사업본부도 입장을 발표하고 이번 소포가 민간물류회사인 ‘대만통’이 중국에서 물건을 받아 환적 서비스를 이용해 한국에 배송하는 과정에서 세관만 거쳤을 뿐 대만에 정식 입국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현재 해당 업체는 한국으로 보내는 우편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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