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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마음가짐으로 돌아온 NC 박건우의 맹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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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외야수 박건우. 연합뉴스

NC 외야수 박건우. 연합뉴스

NC 다이노스 외야수 박건우(33)는 지난 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타격감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당시 2군행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정확한 배경은 다음날인 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밝혀졌다. NC 강인권 감독은 “지난 경기(2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본인이 여기저기 불편함을 호소해 경기 막판 교체해줬다. 그러나 박건우 정도의 선수라면 실력뿐만 아니라 고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건우는 0-1로 지고 있던 8회말 수비를 앞두고 교체됐고, NC는 결국 0-5로 졌다. 박건우의 기약 없는 2군행은 이 경기 다음날 결정됐다.

분명 감독과 선수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한때 1위 LG 트윈스, 2위 SSG 랜더스와 함께 상위권을 형성했던 NC. 그러나 6월 들어 투타가 나란히 휘청이면서 벤치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박건우를 2군으로 내릴 시점에도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강 감독은 고육지책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

박건우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우투우타 외야수 박건우는 공수주 모두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는다. 친정팀 두산 베어스에선 매년 중심타선을 책임졌고, 국가대표로서도 여러 차례 태극마크를 달며 활약했다. 2021년 12월 NC로 이적할 때 6년 총액 100억 원의 대형 FA 계약이 가능했던 이유다. 그러나 이번 2군행으로 이미지 손상은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강인권 감독과 박건우 모두 이 시간이 서로에게 약이 되리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강 감독은 이 기간 박건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2군에서의 훈련과 경기 자세를 계속 보고받았다. 또, 1·2군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박건우의 콜업 시기를 조율했다.

박건우도 열심히 달렸다. 2군에서 머무는 동안 5경기에서 타율 0.357(14타수 5안타) 3타점 2득점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이를 지켜본 코치들과 고참 선수들은 “후반기 시작은 박건우와 함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사령탑에게 건넸고, 강 감독도 같은 생각을 공유하면서 후반기 복귀가 결정됐다.

박건우는 앞서 15일 열린 KBO 올스타전에서 취재진을 먼저 만났다. 그러나 이때는 “아직은 입장은 밝히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신 1군으로 돌아온 2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앞으로 팀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 계속 경기를 해야 하는 만큼 동료들과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강 감독은 “박건우는 팬들의 사랑은 물론 선수들의 존경도 받아야 하는 선수다”는 말로 화답했다.

NC 강인권 감독(왼쪽)과 박건우. 연합뉴스

NC 강인권 감독(왼쪽)과 박건우. 연합뉴스

반성의 시간을 거친 박건우는 1군 그라운드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복귀전이었던 21일 경기에서 4-0으로 앞선 5회 쐐기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박건우가 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으로 활약한 NC는 9-3으로 이겼다. 활약상은 22일 게임에서도 이어졌다. 먼저 1-3으로 뒤진 6회 1사 2, 3루에서 깨끗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 3-3 동점을 만들었다. 또, 4-5로 패색이 짙던 9회에는 2사 1루에서 우전안타를 기록해 찬스를 연결했다. 이어 후속타자 제이슨 마틴의 역전 우중월 3점포가 터진 NC는 7-5로 한화를 제압하고 후반기를 연승으로 시작했다.

2009년 데뷔한 박건우는 KBO리그 통산 1106경기에서 타율 0.325(3803타수 1234안타)를 기록해 이 부문 3위로 올라있다. 1위는 0.340의 키움 이정후이고, 2위는 0.330의 고(故) 장효조로 역대 오른손 타자로서는 가장 순위가 높다. 올 시즌에도 71경기에서 타율 0.292 8홈런 44타점 39득점으로 자기 몫을 하고 있다. 박건우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고, NC는 여전히 만능 타자 박건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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