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온난화·엘니뇨 겹쳐 장마 사라지고 극한호우 일상화…‘뉴 노멀’로 보고 대응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49호 04면

이상기후 어떻게 대비할까, 전문가 진단

예상욱 한양대 교수는 “최근 집중호우의 근본적 원인은 기후 변화”라고 지적했다. 최영재 기자

예상욱 한양대 교수는 “최근 집중호우의 근본적 원인은 기후 변화”라고 지적했다. 최영재 기자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장마가 사라지고 ‘극한 호우’가 쏟아지는 일이 일상이 됐다” 며 “더 이상 ‘이상 기후’라 부를 게 아니라 ‘뉴 노멀(새로운 표준)’로 보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분야 전문가인 그는 2021년 로이터가 선정한 이 분야 과학자 1000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관련기사

집중 호우로 피해가 크다.
“예전엔 없던 기상 이변이 벌어지다 보니 피해가 커졌다. 예컨대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에는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474㎜의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 30년간 장마 기간 청주에 내린 한 해 평균 강수량(344㎜)보다 많은 양이 불과 사흘새 쏟아진 셈이다. 다양한 책임론이 나오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한반도의 기후가 변했다는 점이다. 기후는 변했는데 여전히 예년 장마를 가정하고 설계된 경보 시스템과 배수 시설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집중 호우가 일상이 됐다는 얘기인가.
“지난 100년 동안의 우리나라 강수 특성을 살펴보면, 강수일수는 조금씩 줄고 강수량은 증가하고 있다. 한반도는 전통적으로 6월 중순에서 7월 하순이면, 장마철이 찾아왔다.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차가운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만나 정체전선을 형성하고 지속해서 비를 뿌리는 현상이다. 조선 시대부터 ‘장마’라고 이름 붙인 전형적인 모습인데, 2000년대 초반부터 변화가 나타났다. 이때를 기점으로 기상청도 더는 장마의 시작과 종료 시기를 예보하지 않는다. 장마철이 사라진 것이다.”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다. 지구가 따듯해지면서 대기가 과거보다 안정화된 것이다. 대기가 안정화되면 강수 패턴은 불안정해진다. 수증기를 몰고 올라갈 상승기류가 억제되면서 예전 같으면 약한 비로 내려야 할 수증기들이 누적된다는 얘기다. 그러다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면 그간 누적된 수증기들이 한꺼번에 강도 높은 비로 내린다. 최근 국내에서 반복되는 ‘극한 호우’(1시간 50㎜, 3시간 90㎜)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비단 한반도뿐 아니라 지구 전반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예 교수의 지적처럼 최근 전 세계에선 폭우와 폭염 피해가 빈번하게 관측된다. 인도에선 수도 뉴델리를 포함한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45년 만에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었다. 미국 동북부 버몬트주 일대에는 하루에만 2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 6조원가량의 피해를 봤다. 반면 미국 남서부를 비롯해 캐나다, 남유럽 등지에선 5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졌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선 지난 5월 엘니뇨의 발달을 경고했다. 적도·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인 엘니뇨가 나타나면 전 지구 평균 온도가 높아져 홍수와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엘니뇨가 사라지면 다시 예전같은 기후로 돌아갈까.
“지구온난화 효과에 동아시아에 많은 비를 뿌리는 엘니뇨가 겹치면서 극한 호우가 더 자주, 강하게 나타날 수는 있다. 하지만 엘니뇨가 끝난다고 단기간에 기후가 바뀔 가능성은 작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잔존하는 기간을 100년가량으로 본다. 전 세계가 당장 내일부터 탄소 중립을 이행해도 앞으로 수십년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올라가고, 극단적인 기후 변화는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이상 기후라 부를 것이 아니라 이제 일상이다.”
어떤 방안이 있나.
“위험의 측정 단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짧은 기간 좁은 공간에 강수가 집중되면서 날씨 정보의 정확도가 더욱 중요해진다. 당장 전국의 하천과 지하차도 등을 모두 극한 호우를 가정해 보수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하지만 복구에 들어갈 비용의 10분의 1만 예방에 써도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예컨대 과거엔 사과의 주산지는 대구·경남 지방이었다면 지금은 충북·영동에서 생산량이 늘었다. 흑산도의 특산물이던 홍어는 이제 전북 군산까지 올라왔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예방뿐만 아니라 생태계 변화로 인한 농·임·축·수산업 전반에 영향까지 포괄해서 기후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