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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한 미호천교 부근, 강폭 넓히기 공사 중단만 안했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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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4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청주시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인근 미호강의 범람 탓에 발생했다. 그런데 범람을 우려해 추진됐던 미호강 강폭 넓히기 등 하천정비사업이 다리 건설과 환경단체 반발 등으로 뒤로 밀렸고,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2015년 7월 ‘미호천(미호강)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공사는 2017년 3월 착공했다. 강외지구는 미호강과 병천천이 만나는 지점부터 남쪽으로 약 1.6㎞ 구간이다. 이번에 임시 둑(제방)이 무너진 미호천교와 미호철교 유역도 이 구간에 포함된다.

미호강 하천 폭은 미호천교 부근이 350m로, 450~590m인 상·하류보다 100m 이상 좁아 물 흐름에 병목현상이 생긴다. 집중호우 시 범람 가능성이 커 대전국토관리청이 미호천교 부근 하천 폭을 610m로 넓히려고 했다. 병목현상이 해소되면 상류 병천천 수위도 최고 0.5m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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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되던 하천정비사업은 2020년 1월 중단됐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추진한 ‘오송~청주 도로확장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의 ‘충북선 개량공사’에 미호천교와 미호철교가 포함되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초 하천정비사업은 2021년 12월까지였다. 하지만 철교 개량과 미호천교 건설, 하천정비사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중지된 하천정비사업은 다른 공사가 마무리되면 내년 8월께 재착공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미호강 일원의 준설을 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충북도는 2021년 배수 능력 향상 차원에서 미호강 지류 15곳에서 퇴적토 제거와 가동보 개량 사업 등을 계획했다. 하지만 사업은 “수질 개선이 우선이고 정비사업은 대규모 토공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환경단체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앞서 2017년 7월 청주 일대에 큰 홍수가 발생했다. 충북도의 ‘미호천·괴산댐의 근본적인 대책을 위한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는 홍수로 인한 피해의 최대 원인으로 ‘200년 빈도 이상 강우(2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큰 비)’를 꼽았다. 이는 1시간 연속 최대 91.8㎜ 강우다. 그런데 하천관리법 등에는 도시계획·하천정비계획·하수도계획을 세울 때는 50~100년 빈도 이상 강우를 기준으로 삼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집중 호우량이 갈수록 많아지는데 규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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