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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삼계탕 값 더 오르나…폭우에 닭 74만 마리 폐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집중호우로 논산천 제방이 붕괴돼 물에 잠긴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 한 양계장의 16일 오후 모습. 연합뉴스

집중호우로 논산천 제방이 붕괴돼 물에 잠긴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 한 양계장의 16일 오후 모습. 연합뉴스

많은 비로 양계농가 피해가 커지고 있다. 74만 마리에 이르는 닭이 이미 폐사했다. 가뜩이나 오른 닭고기 값이 더 뛰게 생겼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호우로 인한 농업 분야 피해 현황’을 보면 집중호우로 인한 가축 피해 규모는 지난 1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79만7000마리에 달한다. 불과 열흘 만에 80만 마리에 가까운 가축이 폐사했다.

많은 비가 쏟아진 전북(29만6000마리), 충남(19만3000마리), 충북(19만8000명), 경북(10만7000명) 등지에 피해가 집중됐다. 폐사한 가축은 대부분 닭이다. 73만8800마리로 전체 피해 가축 중에 92.7%로 절대 다수였다. 오리 4만4900마리, 돼지 4100마리, 소 300마리 등 다른 가축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덜했다.

비가 쏟아진 중남부 지역에 양계 농가가 몰려 있었던 탓에 피해가 컸다. 다른 가축에 비해 침수에 취약한 닭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호우 피해는 육계(고기용 닭) 농가에 집중됐다. 폐사한 닭 중 육계가 58만1300마리(78.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 산란계(알을 낳는 용도의 닭) 8만9200마리, 종계(병아리 생산용 닭) 6만8300마리 등 피해는 적은 편이었다. 개방형 시설에서 주로 키우는 산란계나 종계와 달리 육계는 수해에 취약한 밀폐형 시설에서 기르는 비중이 높다. 침수 피해를 입었을 때 폐사하는 비율도 육계가 높은 편이다.

통계청 수치와 비교하면 이날까지 폐사한 육계는 전체 사육 마릿수 8871만3400마리(올해 3월 말 기준) 중 0.66%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고온·강수·습기·감염병 등에 취약한 닭의 특성을 고려하면 관련 피해는 더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복날 삼계탕, 휴가철 치킨 등 닭고기 수요가 집중되는 여름철 육계 농가의 손실이 확산하는 게 문제다. 그만큼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국 마트와 시장에서 육계 1kg는 평균 6356원에 팔렸다. 1년 전 5689원보다 11.7% 비쌌다. 폭우 피해가 커지기 전인 지난 8일 가격(6385원)과는 큰 차이가 없지만 집중호우 피해가 번지면 안그래도 불 붙은 닭고기값 상승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이날 오전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충남 부여군 육계 농가를 방문해 상황을 점검했다. 부여에서만 4만6300마리 닭이 폐사했다. 한 차관은 “이번 폭우로 피해가 큰 육계에 대해선 서둘러 농가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조속한 복구로 농업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정재환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장마 이후 폭염이 지속할 경우 농산물 병충해, 가축 질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축사 집중 방역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농식품부는 또 수요가 부족한 닭고기의 공급량 확대를 위한 종란 수입, 계열업체 추가 입식(병아리를 추가로 들임)을 지원하고 8월까지 할당관세(무관세로 수입) 물량 3만t 전량을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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