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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기후위기 뉴노멀 시대에 허술하기만 한 물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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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6일 오전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 논산천 제방 일부가 무너져 있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16일 오전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 논산천 제방 일부가 무너져 있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극한호우 최근 25년간 과거 2배, 기상이변 일상화

2018년 환경부로 물 관리 일원화 후 곳곳에 구멍

며칠간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로 피해가 극심하다. 오늘도 충청과 남부, 제주 지역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 특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 붓는 극한호우여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극한호우는 시간당 50㎜씩, 3시간에 90㎜ 이상 퍼붓는 비로 최근 25년(1998~2022년) 동안 419차례 있었다. 과거 25년(225건)보다 86% 많다. 지난해 역대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던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시간당 141.5㎜)에 내린 비도 극한호우였다.

극한호우가 잦아지는 것은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이변이 뉴노멀화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지난 4월 서울에 사상 처음 ‘산불 2단계’가 발령된 것처럼 기후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이상고온과 폭염, 폭우 및 강풍 등을 동반한다. 일본도 지난 15~16일 415.5㎜(아키타현)의 폭우가 내려 지역 기상청 관측 이래 최고로 많은 비를 기록했다. 반면에 지난 15일 미국 애리조나주는 48도의 폭염을 보였다. 이탈리아와 튀르키예 등도 이번 주 역대 유럽 최고기온(2021년 48.8도)을 경신할 전망이다.

기후위기는 인위적인 정책 대응으론 한계가 있다. 그러나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폭우가 내리긴 했지만, 이번 오송 지하차도 사태도 충분히 예방 가능했다. 특히 하천 범람의 위험성은 수년째 지적돼 온 사안이다. 2020년부터 지방하천 정비가 국고보조금 사업에서 제외됐는데, 지자체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관리에 소홀했다. 그렇다 보니 지방하천(77.5%) 정비율은 국가하천(95%)보다 훨씬 낮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정부의 물 관리 컨트롤타워도 문제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 원래 수질만 관리하던 환경부가 댐과 보·하굿둑 건설 등 국토교통부의 수량 관리 업무까지 맡게 되자 허점이 드러났다. 2020년 장마 때 갑작스러운 섬진강댐 방류로 7개 시·군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본 게 대표적이다. 당시 주민들은 “60% 수준인 섬진강댐 저수율이 환경부 이관 후 80%를 넘겼다”며 “댐 관리의 방점을 홍수 조절보다 용수 확보에 둬 피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의 미흡한 관리 역량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이 같은 인식에 동의했다. “국토부 물 관리 출신들을 (주요직에) 중용해 정책 추진의 균형을 이루겠다”고 예고하기도 했었다.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천재지변 앞에 인간은 나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전에 위험에 취약할 포인트를 예상해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기상이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특히 제도적 문제와 관리의 허점 때문에 예방을 못 하거나 피해가 커지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