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예천 실종수색 난항…윤 대통령 “이런 산사태는 처음 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더딘 작업에 애타는 가족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를 찾아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를 찾아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13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된 경상북도 예천군에선 17일 내내 실종자 수색 작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진입로 유실·붕괴 등으로 소방 당국이 난항을 겪으면서 실종자 가족은 종일 애타게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이날 오전 효자면 백석리 산사태 현장. 산길이 폭우로 무너져 내리면서 대형 장비 진입이 어려워 소방 관계자들이 지게에 물품을 실어 날랐다. 경찰 10여 명은 무릎까지 오는 펄에서 탐지봉으로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백석리에서는 지난 15일 새벽 고지대에서 토사가 쏟아져 내려오면서 13가구 중 5가구가 유실됐다. 당초 3명 사망, 2명 실종으로 파악됐지만 16일 오후 매몰돼 있던 A씨(67) 시신이 발견되며 사망자가 4명으로 늘었다. A씨는 한 종합편성채널 인기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했던 장모씨 아내다. 소방 관계자는 “주변을 다 뒤졌지만 장씨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인근 은풍면에서 만난 실종자 가족은 “귀농한 지 얼마 안 된 여동생이 실종됐는데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아내 윤모(62)씨가 산사태에 휩쓸리는 장면을 불과 몇m 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이모(63·벌방리)씨는 “몇 초도 안 돼서 건물과 함께 아내가 쓸려 내려갔다”며 한탄했다. 벌방리에서 만난 한모(82) 할아버지는 토사로 뒤덮인 자신의 집을 가리키며 “남의 밭에서 일하고, 사과 따주면서 조금씩 모은 돈에다가 15년짜리 대출을 받았다. 그렇게 집 지은 지 15년 됐고 이제 거의 다 갚아갔는데, 집이 이래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관련기사

예천군을 포함해 19명이 사망한 경북 지역은 특히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컸다. 16명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대다수 주민은 산사태에 둔감했다. 자신이 사는 곳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이 많았다. 이날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서 만난 송요삼 이장은 “이 지역은 산세가 험하고 급경사이기 때문에 산사태가 쉽게 날 수밖에 없다”면서도 “삼가리가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주민들이 잘 몰랐다”고 말했다.

전국에 산사태 취약지역은 올 6월 말 기준 2만7948곳(거주민 7만2231명)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사태 취약지역은 곳곳에 취약지역임을 알리는 안내가 있긴 하지만 주민이 눈여겨보지 않을 수 있으니 평소 대피 요령이나 대피소 위치 등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취약지역이 아니더라도 산사태가 일어날 만한 요소가 있는 곳이라면 주민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석리나 벌방리처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피해가 다수 발생한 것을 두고 향후 산사태 대응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이 산사태 대피 방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있다. 백석리의 한 주민은 “산사태를 TV로만 봤지 내가 겪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 ‘우르르’ 소리가 날 때도 산사태는 아예 생각도 안 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산사태 경보가 내려지면 취약지역 주민은 대피 장소나 안전지대로 반드시 대피하고 주변에도 위험 상황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