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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 지하차도 밤샘 사투…"더 일찍 찾아드리지 못해 죄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충북소방본부는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배수작업을 벌였다. 연합뉴스

충북소방본부는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배수작업을 벌였다. 연합뉴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지난 16일 밤 10시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는 소방관과 군·경의 구령 소리가 100m 떨어진 임시응급의료소까지 울려퍼졌다. 경광등 불빛에 의지해 배수펌프 호스를 지하차도 안쪽으로 옮기는 소리였다. 이들은 지하차도 수색을 위해 대용량방수펌프로 자정까지 초당 8만ℓ씩 물을 뽑아냈다. 하지만 이 때까지도 바닥에 뻘이 쌓인 탓에 도보 수색이 가능한 구간은 양방향 합쳐 70m가 전부였다. 지하터널 436m의 16%에 불과한 수치다. 수색에 나선 청주서부소방서 간부는 “지하차도 중간 오목한 구간은 아직 물이 빠지지 않아 승용차 지붕이 겨우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17일 비 예보가 돼 있는 상태였던 만큼, 소방과 군·경은 밤 새도록 배수·수색 작업을 벌이며 말그대로 밤샘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16일 밤부터 17일 새벽까지 밤샘 작업 끝에 수습한 실종자는 모두 4명이다. 세종 방향 서측 지하차도에서 747번 버스 기사 이모(58)씨를 발견해 오전 1시25분쯤 구조했고, 마지막으로 동이 튼 오전 6시20분쯤 최모(23)씨를 청주 방향 동측에서 찾았다.

지난 16일 오전 7시부터 꼬박 이틀간 수중 수색 작업에 투입된 청주서부소방서 서부구조대 구조2팀 소속 나경진(30) 소방사는 17일 새벽 수색 작업을 통해 발견한 실종자 4명 중 1명을 찾았다. 17일 오전 만난 나 소방사는 수색을 마친 뒤 미처 잠수복을 벗지도 못한 채 오전 9시20분쯤 현장 한 켠에서 늦은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나 소방사는 “실종자를 더 일찍 찾아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 모두 모셔오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눈앞에 손바닥을 갖다 대도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면 아래 시야가 흐려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에서 중위로 전역한 나 소방사는 2019년 11월 소방관으로 임용됐다. 그는 “이번에 수색을 하며 2020년 8월 충주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동료 소방관 구조작전이 떠올랐다. 동료가 유명을 달리했을 때 유족분들이 매우 슬퍼하는 모습이 기억난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면서 “이번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 마음의 상처가 아물어 다시 건강한 삶으로 돌아가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후 3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에 투입된 해양경찰청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이 현장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지난 16일 오후 3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에 투입된 해양경찰청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이 현장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해경, 육군 특전사, 전시 조종사 구출 공군 투입

구조 작전엔 해양경찰청 중앙해양특수구조단(중특단)과 육군 13특수임무여단(흑표부대), 전시 조종사를 구하는 공군 제6탐색구조비행전대 항공구조사(SART)들도 투입됐다. 해경 구조단은 16일 거점인 부산 영도에서 침수 현장까지 고무보트와 잠수장비, 로프, 사이드 스캔소나 등을 실은 특장차 2대를 몰고 300㎞를 달려 오후 3시쯤 투입됐다. 현장 활동 대원은 8명이다. 이들을 이끄는 정홍관 해경 중특단 특수구조팀장은 “스쿠버 잠수를 하는 우리 대원들은 물속에 있는 차량에 와이어를 걸어 견인하는 작업을 했다”며 “간밤에 한숨도 못 자고 계속 작업 중”이라고 했다.

육군은 흑표부대와 37사단 등 누적 장병 4400명을 침수 현장에 투입했다. 흑표부대 소속 조중현 상사는 “부대원들과 함께 지하차도 내부에서 실종자를 수색했다”며 “재난 신속대응부대로서 평소 재해, 재난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많이 해왔다.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특전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최선을 다해 작전을 마무리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13특임여단 장병들이 17일 오전 침수로 20여명의 사상자가 나온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도보 수색하고 있다. 사진 육군본부

육군 특수전사령부 13특임여단 장병들이 17일 오전 침수로 20여명의 사상자가 나온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도보 수색하고 있다. 사진 육군본부

현장 구조 인력에 갓 지은 밥을 제공하는 현장 급식소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청주흥덕지구협의회 회원 40명이 준비했다. 한효동 협의회장은 “재난이 발생하면 이재민을 위한 밥차를 지원받아 봉사하고 있다”며 “소방, 경찰, 군인 모두 고생하고 있기 때문에 봉사로 고생하는 건 고생도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17일 오후 1시 기준 실종 신고자 12명 중 11명을 구조했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총 13명으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실종자 1명을 포함해 추가 인명 검색을 진행 중이다. 현장 활동에 투입된 인원은 소방 199명, 군부대 104명 등 486명이고, 대용량펌프, 양수기 등 장비 81대를 동원했다. 이날 오전부터 육군 구난차로 차량 견인 작업을 벌여 오후 2시 기준 차량 17대를 모두 인양했다. 당국은 남은 실종자가 있는지 수색중이다.

대한적십자봉사회 청주흥덕협의회 회원들이 17일 오전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소방·군·경찰 등 구조·복구 인력을 위한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대한적십자봉사회 청주흥덕협의회 회원들이 17일 오전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소방·군·경찰 등 구조·복구 인력을 위한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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