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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잘 팔리는데 켈리 론칭?…1위만 살아남는 주류시장 생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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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출시 100일 만에 1억 병 판매.

하이트진로가 2023년 4월 출시한 신제품 '켈리'의 성과입니다.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최단기간 판매 기록을 달성했죠. 기존 '테라'와의 카니발라이제이션 우려도 불식시켰습니다. 연합 작전으로 브랜드 점유율을 높이는데 성공했습니다.

켈리를 기획한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멀티 브랜드 전략'을 강조합니다. 요즘 고객은 똑같은 브랜드만 계속 사지 않기 때문이죠.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만큼, 일정 주기로 새 브랜드를 선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대신 "기존의 성공 공식은 완전히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4가지 차별화 전략으로 켈리를 론칭한 그를 직접 만났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폴인 PICK 요즘 이 브랜드 2.0'의 1화 중 일부입니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 [사진 최지훈]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 [사진 최지훈]

안녕하세요,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 오성택입니다. 2023년 4월 선보인 라거 맥주 ‘켈리(Kelly)’ 론칭을 맡았어요. 배우 손석구가 나온 광고 한 번쯤 본 적 있으시죠?

2019년 테라를 론칭했을 때보다 시장 반응이 빨라요. 36일 만에 100만 상자가 팔렸거든요. ‘올해 안에 무조건 승부를 본다’는 각오로 출시했어요. 맥주 시장 1등 브랜드로 치고 올라가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코로나 19도 한몫합니다. 잘 팔리던 테라의 판매 점유율이 정체됐고, 상권 확장도 힘들어졌으니까요. 결정을 내려야만 했어요.

시장에 끌려갈지, 새로운 도전으로 시장을 이끌 것인지.

대중적이면서도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켈리죠. 새 브랜드로 시장의 흐름을 바꾼 이야기, 들려 드릴게요.

‘굳이’ 도전해야만 했다

저희는 주류시장에서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었어요. ‘진로이즈백’이 72일 만에 1000만 병 기록을 달성했고요.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1억 병 넘게 팔렸죠. 2020년 1월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40%를 기록했어요. 이 정도 성적만 유지해도 중장기적으로 승부를 보기엔 문제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2020년 3월 모든 게 달라졌어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홈술’ ‘혼술’을 즐기며 수제 맥주나 와인을 선호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판로 확장도 어려웠고요.

성장 동력은 충분했습니다만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경기 침체도 문제였죠. 경제가 어려워지면 고객은 1등 브랜드만 선호해요. 쓸 수 있는 돈이 정해져 있으니 ‘안전하다’고 느끼는 제품만 사거든요. 2등 브랜드는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1등이 돼야 유리한 싸움을 펼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대중을 타깃으로 삼은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수제 맥주 같은 니치한 상품은 제외했어요. 타깃이 뾰족할수록 시장이 작고, 파급력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내부에서도 신제품 론칭을 반겼어요.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신상품으로 인해 그 기업에서 기존에 판매하던 다른 상품의 판매량이나 수익, 시장점유율이 감소하는 현상) 우려도 없었습니다. 서로 다른 브랜드가 독립된 정체성으로 시너지를 낼 거라 판단했거든요. ‘참이슬과 진로’ 투 트랙 전략을 펼치며 깨달은 게 있어요.

앞으로는 멀티 브랜드 전략만 살아남는다.

고객은 같은 브랜드만 계속 사지 않아요. 결국 기업도 브랜드 하나만 고집하면 빠르게 도태될 수밖에 없죠. 소비자가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만큼, 일정 주기로 새 브랜드를 선보여 시장에 신선함을 불어넣어야 했어요.

대신 모든 팀에 강조한 게 하나 있습니다. ‘절박함’이에요. 주류시장은 레드오션이거든요. 맥주는 와인, 증류주 등 다른 주종 간 경쟁에서도 이겨야 하고요. 수십 개의 맥주 브랜드 사이에서도 살아남아야 해요.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위한 ‘소명의식’이 필요했습니다.

2023년 4월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새 맥주 브랜드 '켈리'. [사진 최지훈]

2023년 4월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새 맥주 브랜드 '켈리'. [사진 최지훈]

성공 공식 따르는 순간 ‘망한다’

맥주 마케팅은 정말 어렵습니다. 누구나 즐기는 제품에 우리 브랜드만의 특별함을 담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딱 ‘반 발자국’만 앞서가야 해요. 너무 대중에만 맞추면 쉽게 잊히고요. 반대로 비범한 아이디어만 강조하면 고객은 거부감을 느껴요.

익숙하면서도 ‘알고 보니 내가 이런 걸 좋아했었네?’라고 생각하게 하는 뾰족함. 그 ‘반 발자국’의 감각을 익히는 게 마케터의 일이죠.

켈리에도 이 공식을 적용했어요. 반 발짝을 앞서가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가장 먼저 고민했습니다. 대중성을 기반으로, 디테일한 4가지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서요.

차별점 1. ‘맛’이라는 본질을 지키다
‘맛’이라는 제품의 본질을 지키기로 했어요. 1년에 120개가 넘는 맥주 브랜드가 시장에 쏟아지는데요. 마케팅, 홍보만 치중하는 제품이 많아졌어요. 반짝 주목받을 수는 있어도 오래는 못 갑니다. 술의 진정성은 결국 맛에서 나오니까요.

대신 예전보다 올라간 고객의 눈높이, 경험치를 맞춰야 했어요. 대중적이면서도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차별화를 제공해야 했죠. 테라로 성공했던 저희 내부 경험도 뛰어넘어야만 했습니다. “싸움은 개별적인 것이어서, 나에게는 매 싸움이 새로운 싸움이었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속 문장을 되새겼어요.

테라 성공 공식, 따르는 순간 망한다.

이 마음으로 새 브랜드 론칭을 준비했죠.

차별점 2. 고객의 니즈에 디테일을 얹다
‘어떤 맥주를 만들어야 할까’에 대한 답은 라거였습니다. 에일과 밀맥주는 호불호가 갈려 시장 크기가 작아요. 브랜드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회사를 이끌기에는 힘이 부족했죠. ‘시장에서 1등이 될 수 있는 상품’이 되려면 대중이 가장 좋아하는 라거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했습니다.

‘라거 시장에서 고객이 무엇을 원할까?’를 고민하며 방향을 잡았어요. 시원한 맛에만 집중하면 밍밍해지고, 맛이 진하면 호불호가 갈리죠. 맛의 균형을 잡으면 승산이 있겠더라고요. 입에 닿을 때는 부드럽지만 목으로 넘어갈 때는 강렬한 맥주요. 제품 차별화를 위해 꼭 필요한 선택이었습니다. ‘부드러우면서 강렬한 맛’이라는 콘셉트도 거기서 나왔죠.

맥주도 음식이라 고객에게 처음 보이는 순간의 느낌이 중요해요. 맥주병의 색깔부터 전용 잔까지 새롭게 만든 이유입니다. 기존 맥주와는 완전히 다른, 켈리의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요.

맥주병 색깔은 부드러운 호박색(amber)으로 결정했어요. 맥주병으로 만들어진 적 없는 색인데요. 고객이 경험하지 못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반 발자국 앞선 콘셉트를 담았습니다. 159번의 유리병 샘플 테스트 끝에 탄생했어요.

맥주잔도 2년 동안 연구해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술을 잔에 따라 마시는 게 자연스러워졌잖아요. 맥주잔과 우리 브랜드를 연결해야겠다 생각했죠. 맥주잔 TF팀까지 따로 꾸린 이유입니다(웃음).

켈리 모델 배우 손석구.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다'는 이미지에 적합한 이미지, 화제성을 고려해 발탁했다. [사진 이노션]

켈리 모델 배우 손석구.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다'는 이미지에 적합한 이미지, 화제성을 고려해 발탁했다. [사진 이노션]

차별점 3. 이름부터 모델까지, 브랜드에 가치를 담다
수많은 글자를 나열하고 조합해 직관적으로 골랐습니다. 원료는 덴마크 맥아만 사용하고, 자연주의적인 원료와 공법을 추구하자는 의미를 담아 ‘킵 내추럴리(Keep Naturally)’라는 표현을 두 글자로 줄였죠.

서양에서는 성별 무관하게 사람 이름으로도 많이 쓰이는데요. 중성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고, 강렬한 발음인 파찰음(k)으로 시작해 부드러운 연음의 발음(~lly)으로 끝나 제품 콘셉트에 알맞았어요.

광고 모델도 어렵게 섭외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다’는 이미지에 적합하면서 인지도, 화제성도 있어야 했죠. 대중에 어필해야 하는 만큼 나이가 너무 어려서도 안 됐고요. 그런 기준에서 손석구 배우가 가장 알맞다고 판단했고, 제품 론칭 1년 전에 미리 섭외했어요.

손석구 배우에게 같이 성장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죠. 다른 브랜드 제안이 왔을 때 우리와 상의해주면 좋겠다는 부탁도 했고요. 저희가 달성하려는 목표, 브랜드 비전과 가장 잘 맞기에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꾸준히 전했어요. 그렇게 ‘라거의 반전’이라는 슬로건이,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손석구 배우와...(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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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트, 테라, 켈리 등 하이트진로의 메가히트 상품을 기획한 오성택 마케팅실 상무는 일할 때 '소명의식'을 강조합니다. 열심히 일했던 기억은 평생 추억이 되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경험은 자존감을 높인다고 말하죠.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든 사람은 평소 어떤 태도로 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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