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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대신 2만평 캠핑장 만든다…"전 직원 캠퍼" 독특한 이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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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40년간 삼성물산 업무동으로 사용된 용인 에버랜드 인근 부지에 2만평의 캠핑장이 들어섰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고, 대신 캠핑이라는 주제가 드러날 수 있는 콘텐트로 내부를 채웠죠. 드넓은 부지를 호텔 등 부가가치 높은 관광사업이 아닌 ‘캠핑장’으로 만든 이유는 뭘까요?

이 사업을 기획한 스노우피크는 업력 65년의 글로벌 캠핑 브랜드입니다. 2008년 한국에 진출해, 2022년 매출 320억 원을 기록했죠. 이 브랜드는 독특한 경영 철학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캠퍼’가 채용의 제1 조건이라는 겁니다. 모든 직원이 ‘사용자 마인드’를 갖추고 제품 개발에 활발히 참여합니다. 베스트셀러 아이템인 거실형 텐트도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죠.

스노우피크 코리아를 이끄는 김남형 대표는 지점 점장으로 입사해 4년 3개월 만에 대표이사가 됐습니다. “철학이 없다면, 브랜드 존재 목적도 없다”는 그를 만났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폴인 PICK 요즘 이 브랜드 2.0'의 2화 중 일부입니다.

김남형 스노우피크코리아 대표이사 겸 아시아본부장 [사진 최지훈]

김남형 스노우피크코리아 대표이사 겸 아시아본부장 [사진 최지훈]

1년에 캠핑 50번, ‘내가 쓰고 싶은 제품’ 만들어

Q. 유일한 외국인 임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캠핑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스노우피크를 알게 됐는데요. 마침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회사에서 한번 일해봐야겠다 결심한 후 14년간 몸담았습니다.

저는 1년에 캠핑을 50번 했어요. 아시아 본부장을 겸한 뒤엔 이전처럼 짬이 나지 않아 20번 정도로 줄었지만요(웃음). 그래야 캠퍼의 시각에서 자신이 갖고 싶은 제품, 머물고 싶은 공간을 제안할 수 있거든요.

우리 자신이 유저이다.

창립자인 야마이 유키오에게서 시작된 말인데요. 저희는 개발부서에서만 제품을 만들지 않아요. 모든 스태프가 아이디어를 내죠. 캠퍼로서 자신이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다 보면 곧 세상에 없는 제품이 탄생하고, 그게 경쟁력이 되더군요. 이 기능을 추가해서 제품이 나왔을 때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까, 쾌적할까, 공간 구성에 제약은 없을까… 여러 가설과 검증을 통해 스펙을 결정하고 상용화하죠.

Q. 가격이 비싼 편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일부러 고가 정책을 편다는 건 100% 오해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환경에서 최적의 퍼포먼스를 내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스펙을 내려고 노력해요. 저희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제품화하기 불가능하죠. 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십, 수백 번의 가설 검증을 거치는데요. 투입되는 비용이나 시간을 생각했을 때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합니다.

또 제품의 잔존가치라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저희 제품은 중고시장에서도 판매가의 50% 정도에 거래가 이뤄져요. 내구성이나 품질 면에서 최상급의 제품을 4~5년 정도 사용한 후에도 잔존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에 그 부분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프로모션 할인이나 광고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 않아요.

Q. 왜 그렇죠?

일반적인 브랜드에서 많이 시행하는 프로모션보다 고객 접점을 늘리는 행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희는 1년에 총 15회가량의 행사를 여는데요. 행사 대행업체에 맡기지 않고 A부터 Z까지 저와 직원들이 모두 기획해요. 캠핑 입문자, 일반 유저, 프리미엄 고객, 로열 고객 각각 맞춤형으로요. 봄·가을엔 고객 페스티벌인 ‘설봉제’를 열고요.

필드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와 유저가 연결되는 커뮤니티 행사를 마련한다. [사진 스노우피크 코리아]

필드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와 유저가 연결되는 커뮤니티 행사를 마련한다. [사진 스노우피크 코리아]

Q. 온라인 마케팅이 제품을 알리기에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효용이나 효율 면에서는 그게 나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고객들이 원하는 건 진정성입니다. 이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명확한지, 소통을 통해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가 중요하죠.

저희는 세상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 고객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브랜드예요. ‘커뮤니티 브랜드’라고 말할 정도로요.

저희 멤버십 고객 12만명은 14년째 꾸준히 온·오프라인으로 소통을 이어오는 분들이에요. 또 약 5만명이 가입한 스노우피크 유저들의 온라인 카페도 있는데요. 놀랍게도 그 안에서 자체적으로 필드 이벤트나 커뮤니티 소모임을 이어갑니다. 브랜드를 정말 좋아하고, 그 가치에 공감하지 않으면 결코 이어갈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기본’은 항상 옳은 방향을 가리킨다

Q. 스노우피크만의 브랜딩 전략은 뭔가요?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크게 5가지 측면에서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게 특징입니다. 저희 브랜드 에서는 ‘의·식·주·동·유(衣食住働遊)’라고 부르는데요. 먼저 ‘의(衣)’는 일상과 아웃도어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과 기능을 접목한 의류 사업, ‘식(食)’은 캠핑의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카페&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업이에요.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스노우피크의 캠핑용품으로 요리하고 음식을 담아내는 식당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죠.

‘주(住)’는 캠핑 도구를 집안 및 실생활에서도 사용하는 어반 아웃도어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가구 브랜드 ‘쓰구카’가 있어요. 좋아하는 유닛을 조합해 내가 원하는 공간을 만드는 모듈형 가구죠.

캠핑 오피스 사업인 ’동’(動), 저희의 본질인 캠핑 활동을 기반으로 다양한 여가 활동 ’유’(遊)을 제안하는 사업까지 포괄하고 있어요.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결국 우리의 철학과 지향점을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브랜딩하며 사업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Q. 캠핑 오피스가 뭐죠?

2가지예요. 하나는 물리적인 오피스입니다. 캠핑에서 차용한 가구와 동선으로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업무환경을 만든 거고요. 또 하나는 조직문화를 개선할 도구로 캠핑을 활용하는 거죠. 기업교육과는 좀 다릅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에 가깝죠.

도시에서의 일하는 방식이나 환경은 천편일률적이잖아요. 몇십 년, 몇백 년간 이어온 이 업무환경이 과연 좋은 걸까? 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자연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 끝에 나온 프로그램이에요. 1박 2일간 캠핑하며 커뮤니케이션·창의성·팀워크·리더십·문제해결능력 등을 향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캠핑·레스토랑·쇼핑·B2B 교육이 이뤄지는 캠프필드. [사진 스노우피크 코리아]

캠핑·레스토랑·쇼핑·B2B 교육이 이뤄지는 캠프필드. [사진 스노우피크 코리아]


Q. ‘철학’ ‘가치’라는 단어를 계속 강조하는 거로 보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가치와 이익이 충돌할 때도 벌어질 텐데요.  

당연히 충돌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가치가 없다면 우리 브랜드의 존재 목적도 없다고 봅니다.  

효율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주주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돌려드리는 게 자본주의 사회 속 기업의 당연한 목표가 맞아요. 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건 보다 큰 방향이에요.

캠핑이라는 문화를 통해 사람은 연결될 수 있어요. 연대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나아지고요. 그 움직임이 모여 사회를 좀 더 좋아지게 만들 수 있죠. 저희가 제품이 아니라 캠핑 문화를 알리려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서로 다른 방향이 충돌할 때 저희의 나침반은 브랜드의 존재 목적을 다시 새기는 겁니다.

Q. ‘존재 목적’이 뭔가요?  

가장 큰 목적은 ‘인간성의 회복’이에요. 세상은 점점 풍요로워지고 윤택해지지만, 정서적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잖아요. 기후·환경 문제는 해마다 피부로 와 닿고요. 이럴 때 아무 솔루션을 제시하지 않으면 그 악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겠죠.

캠핑처럼 자연 친화적인 활동이 우리 본성을 회복시켜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가족→커뮤니티→도시·국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회복이 이뤄지는 거죠. 스노우피크 본사가 ‘인생에서 들놀이를’이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했다면, 스노우피크 코리아는 ‘삶 속에서 자연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그 가치를 이어가고 있고요.

직원부터 브랜드의 ‘팬’ 돼야

Q. 그 철학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모든 직원이 회사의 사명을 내재화해야 할 텐데요. 어렵지 않나요?

회사의 미션을 내재화하는 데는 크게 2가지가 작용하는데요. 실제 고객 행사를 직접 진행하다 보면 이건 고객을 위한 행사이면서 동시에 직원을 위한 행사구나 느끼게 돼요. 한 명의 유저로서, 브랜드 팬으로서 같은 시선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고객과 판매자·소비자를 넘어 유대감을 갖게 되죠.

두 번째로는 사내 소그룹 캠핑입니다. 1년에 20~30회는 될 거예요. 일반 회사에서 동료들과 같이 먹고 자는 생활을 상상하실 수 있나요? 동료 이상의 가족 같은 친근함과 남다른 연대감을 느낄 수 있죠. 마음 맞는 동료들과 자발적으로 즐기는 휴식과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지, 저희 직원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거예요. MZ세대의 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요(웃음).

Q. 직원도 브랜드의 ‘팬’이 되는 게 중요하군요.

저부터 그렇게 됐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한 모든 해, 모든 시기의 필드 행사에 참여했는데요. 초기에 만난 고객들을 14년간 계속 만나다 보면 변화가 훨씬 잘 느껴져요. (후략)

더 많은 콘텐트를 보고 싶다면

캠핑을 통해 경영 철학을 전하는 스노우피크. 코로나에도 연이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열정적인 팬 문화까지 갖춘 스노우피크의 브랜딩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전문은 지금 ‘폴인’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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