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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간호한 딸엔 한 푼도 안 줬다…엄마 유언의 배신, 방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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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언장 vs 유류분 갈등 해법은

당신의 법정

오빠와 남동생은 병석의 엄마를 외면했습니다. 딸은 극진하게 돌봤고, 엄마도 늘 고마워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어머니는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주겠다는 유언장을 남깁니다. 헌신적이었던 딸은 헌신짝처럼 버려졌죠. 방법이 없냐고요? 있습니다만, 유언장과 유류분 사이 갈등은 늘 문제입니다.

#1 이영미(가명)씨는 아픈 어머니를 극진하게 병간호했다. 어머니도 영미씨에게 늘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반전은 어머니가 유언장을 통해 자신을 별로 돌보지도 않은 다른 남자 형제들에게만 재산을 남기고 떠났다는 것이었다.

#2 배우자와 사별하고 자녀들과 살던 김길복(가명)씨. 재혼을 결심한 뒤 자녀들에게 미리 재산을 증여했다. 길복씨가 세상을 떠난 뒤 재혼 배우자는 자녀들에게 증여된 재산에 눈길을 돌린다. 자신의 유류분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각종 유언장을 소개한 지난 〈당신의 법정〉 이후 플러스 독자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전 재산을 다 둘째 아들에게 주겠다는 유언장이 있다고 해도 남은 형제들은 유류분을 다퉈볼 수 있지 않나? 맞다. 상속인 중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유류분으로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가사상속센터장을 맡고 있는 배인구 변호사에게 문의했다.

영미씨 사례를 보면 유류분 제도가 아직 필요한 것 같고, 길복씨 사례를 보면 갈등을 지나치게 조장하는 것 같다.
“유류분 제도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미씨 사례처럼) 여전히 필요한 경우가 있다. 처음 제도가 도입됐을 때도 소외된 상속인들에 대한 권리 구제 측면이 고려됐을 거다. 그런데 과거 증여까지 다 추적, 기초재산에 포함해 유류분을 달라고 하는 것은 이제 너무 과잉이다. 우리가 경계를 설정할 시기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일본과 독일은 10년으로 보고 있다.

“유류분 사전 포기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피상속인과 공동상속인들이 사전에 대화하고 상속 플랜을 세운 경우, 피상속인이 숨진 뒤 플랜대로 실행되려면 사전 포기 제도가 필요하다. 유언 집행자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도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유류분 제도는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라 있다.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장학재단에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유언을 남기자 자녀들이 유류분을 침해당했다며 재단에 소송을 제기한 사건, 사망한 어머니가 생전 손자 등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딸들의 유류분이 침해당했다는 사건이 병합돼 있다.

상속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할까.
“상속 재산은 내 돈이 아니지 않나. 피상속인이 벌어서 만든 재산이니까 굳이 내가 안 받아도 그렇게 억울할 일은 사실 아니지 않나. 그런데도 상속 재산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상속인들은 단순히 돈이 아니라 피상속인이 남긴 애정과 사랑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모두 똑같이 사랑할 수는 없지만 사랑을 잘 나눠주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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