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환자 발동동…권역응급센터 “외과·산부인과 수용 불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13일 총파업에 들어간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여 명, 경찰추산 1만7000명이 집결했다. [뉴스1]

13일 총파업에 들어간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여 명, 경찰추산 1만7000명이 집결했다. [뉴스1]

‘파업 관련 의료진 부재로 외과·신경과·산부인과·이비인후과·정형외과(일반골절) 환자 수용 불가’. 13일 오후에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이 119 구급대원들이 보는 종합상황판에 띄운 메시지다. 이 병원은 중증 응급환자를 받아야 하는 권역 응급의료센터지만 파업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었다. 병동 간호사의 약 10%(200여 명)가 파업에 참여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주차장에는 총파업 대회 장소인 광화문으로 가는 관광버스 5대가 주차돼 있었다. 비옷을 걸친 노조원들이 버스에 바삐 올라탔다. 그 시각 병원 로비에선 직원들이 찾아온 환자에게 “예약 안 했으면 진료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병원 전체 직원(약 1700명) 중 노조원은 1000여 명이다.

서울 등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병원에 ‘입원과 수술이 불가하다’는 공지가 붙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이날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 응급실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세워진 모습. 송봉근 기자

이날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 응급실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세워진 모습. 송봉근 기자

비슷한 시각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전날 전·퇴원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던 병원 로비에는 인적이 적었다. 파업에 따른 진료 차질에 대비해 입원 환자가 거의 빠져나갔다. 일반병실은 대부분 비었고, 중환자와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전원할 병원을 찾지 못한 일부 환자만 남았다. 병동 출입 관리는 자원봉사자가, 안내데스크는 팀장급 직원이 맡았다.

관련기사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이날 오전 7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의료진 부족 사태는 현실이 됐다. 노조에는 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약사·요양보호사·치료사 등 보건의료 직역 대부분이 가입돼 있다. 의사는 일부만 가입돼 있다. 간호사·의료기사 등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환자의 응급실 수용과 수술 등에 차질이 빚어졌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14일까지로 예고된 파업에는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에서 4만5000명이 참여한다. 상급병원도 고대구로병원·이대목동병원·한양대병원·한림대성심병원 등 18곳이 참여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폭우가 쏟아지는 서울 광화문에서 총파업 1일 차 대회를 열었다. 서울 대회에만 노조 추산 2만 명이 참가했다. 같은 시각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 부산역 광장, 광주광역시청 앞 등지에서도 지역본부 대회가 열렸다.

2004년 이후 19년 만의 총파업에 나선 보건의료노조가 요구하는 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보건의료인력 확충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의사 확충과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등이다. 송금희 노조 사무처장은 “사업장인 병원과 협상해 왔지만 병원은 제도가 없어서 못 해준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정부에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파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비상상황에 대비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기존 ‘관심’에서 ‘주의’로 단계를 높였다. ‘의료기관 파업 상황점검반’을 ‘중앙비상진료대책본부’로 전환하고, 시·도 및 시·군·구별로 비상진료대책본부를 구성해 진료 차질에 대비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보건의료 당정 현안점검 회의를 마친 뒤 “정당한 쟁의 행위를 벗어나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업무복귀 명령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