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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 확증" 화성-18형 쏜 뒤…크게 웃는 김정은 사진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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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이 지난 12일 화성-18형 미사일의 두 번째 시험발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는 역대 최대 성능을 보여주며 미 본토를 향한 공격 능력을 과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화성-18형 발사로 지난 정찰위성 실패를 만회하면서 한·미 압박과 북한 결집을 모두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전날인 12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고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 성공을 기뻐하며 박수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전날인 12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고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 성공을 기뻐하며 박수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역대 ICBM 최고 기록 갱신

조선중앙통신 등은 13일 김 위원장 참관 하에 전날 '화성포-18형'의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13일 화성-18형의 첫 번째 시험발사 후 90일 만에 평양의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 발사에 나선 것이다. 당시 북한은 고체연료 기반 ICBM을 '콜드런치'(Cold launch) 방식으로 처음 쏘면서 기습 발사 능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에 보관되는 고체연료 ICBM에서 콜드런치 방식이 적용되면 더 은밀하게, 더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 액체 연료는 발사에 앞서 연료를 주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고체연료 미사일이 발사 징후 포착이 더 어렵다.

북한은 이번 발사의 세부 수치를 공개하며 이전 시험발사 때보다 성능이 향상됐음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6648.4㎞까지 상승하며 거리 1001.2㎞를 4491초간 비행해 조선동해 공해상 목표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해당 정점고도와 비행시간은 그동안 북한 ICBM 발사에서 최고 기록에 해당한다. 앞서 최고 수치는 지난 3월 16일 화성-17형이 기록한 정점고도 6045㎞, 비행시간 4151초였다. 지난 4월 화성-18형의 첫 시험발사의 경우 군 당국은 미사일이 1000㎞를 날아가면서 정점고도는 300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발사를 놓고 “시험발사를 통해 확증된 모든 신기록들은 신형 전략무기체계의 능력과 믿음성, 군사적 효용성의 증시로 되며 우리 공화국 핵전략 무력의 신뢰성에 대한 의심할 바 없는 검증이 된다”고 강조했다.

미 전역 사정권 보여줘

지난 4월 1차 시험발사 때처럼 이번 역시 3단 로켓인 화성-18형의 1단부는 정상 각도로 발사됐고, 2·3단부는 고각으로 발사됐다. 다만 이번 발사에선 지난번과 달리 1단 로켓 연소 종료 후 이른바 ‘시간지연분리시동방식’, 즉 관성 비행을 거치지 않았다. 장영근 국방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관성비행 없이 미사일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바로 2단과 3단의 고각발사를 통해 정점고도를 6648㎞로 높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고각보다 정상 각도가 엔진에 무리가 덜 간다는 점에서 1단부의 기술 완성도가 아직 목표에 미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북한의 이번 발사는 대미 위협 수위를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체연료 기반 화성-18형은 지하 시설에 장기간 숨겨놨다가 유사시 꺼내 즉각 발사할 수 있는 데다 정상 각도 발사시 미 전역을 겨눌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탄두중량을 1000㎏으로 가정한다고 해도 1만5000㎞ 그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엔진 출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정도의 성능 향상 속도라면 화성-18형의 실전 배치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 센터장은 “그동안 로켓 기술 중에 북한이 풀지 못해던 숙제가 바로 고추력의 중대형 고체로켓모터의 개발이었다”며 “이번 발사로 북한이 고추력의 중대형 고체로켓추진체 개발 및 기술을 검증했다는 것이 중요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웃는 사진 공개, 발사 성공 과시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 위원장이 시험발사 결과에 대만족을 표시하고 성과에 대해 기쁨에 넘쳐 말했다고 알렸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 위원장이 크게 웃는 사진도 공개했다. 화성-18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이었음을 대내외에 알리면서 내부를 결속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 정찰위성 발사 때 질타의 대상이던 북한 국방과학연구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은 이번에 “열렬한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북한이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연합뉴스

최근 공식 석상에 동행하던 딸 김주애가 13일 북한 매체 보도에서 등장하지 않은 건 김 위원장이 그만큼 신중했음을 보여준다는 풀이도 있다. 딸이 등장하지 않은 건 사전에 만에 하나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며, 그만큼 이번 시험발사에 공을 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미 핵협의그룹, 핵잠에 극히 민감 

북한은 이날 지난 4월 한·미 정상의 워싱턴선언과, 핵잠수함 한반도 전개,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반공화국핵대결강령인 ‘워싱톤선언’을 조작해낸 미국은 미일남조선 3자핵동맹의 모체로 될 미국남조선 ‘핵협의그루빠’ 회의를 통하여 공공연히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핵무기사용을 모의하려고 획책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핵추진잠수함과 핵전략폭격기를 조선 반도와 그 주변에 무시로 출몰시키면서 지역정세를 사상초유의 핵전쟁 접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북 핵억제력이 강화되면서 북한은 압박감이 높아졌을 것”이라며 “최근 미 정찰기 비행을 비난하는 등 도발 명분쌓기에 나선 후 이번 발사를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오는 8월 후반기 한·미연합연습 등을 앞두고 국제 정세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추가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남조선’ 호칭 재등장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한국은 다시 ‘남조선’ 호칭으로 불렸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0~11일 연이틀 담화에서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 족속”이라고 표현한 것과 다르다. 북한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놓곤 일각에선 북한 주민을 상대론 ‘남조선’, 대외적으론 ‘대한민국’으로 쓴다는 해석도 있지만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사진. 조선중앙통신이 13일 공개한 이 사진 속 오른쪽 테이블 위엔 폴더블폰 형태의 휴대폰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사진. 조선중앙통신이 13일 공개한 이 사진 속 오른쪽 테이블 위엔 폴더블폰 형태의 휴대폰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폴더블 스마트폰도 포착 

이날 공개된 김 위원장의 참관 현장 사진에선 '폴더블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김 위원장 앞 테이블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Z 플립' 시리즈나 중국 화웨이 시리즈와 비슷한 폴더블 스마트폰이 케이스가 씌워진 채 놓여있었다. 해당 스마트폰이 외국산이라면 전자기기 제품의 대북 수출입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를 위반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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