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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에 새바람…「제3결사」/한소수교·일­북한 국교정상화에 대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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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립계선 남·북 국적 선택기로/조총련 출신들 “반북한” 구호도
한소 국교수립,일·북한간 국교정상화 교섭개시 등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상황 변화에 따라 최근 일본에 살고 있는 70여만 재일동포들도 「새 위치 찾기」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친북한인 조총련에 한때 소속했거나 특별한 정치적 이유없이 조선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중립계 동포들은 앞으로 있을 일·북한 국교수립과 함께 「공화국 공민」자격을 취득해야 하는지,아니면 한국여권을 신청,대한민국으로 국적을 바꿔야하는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이에 따라 재일조선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3의 정치결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15일 재일한국·조선인민주통일연맹(의장 이광)이 결성돼 재일동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조총련 간부들로 구성,지난 5월27일 궐기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일성 독재체제타도 재일동포연합전선(대표 하수도)이 순수 사회주의 회복을 외치는 것과 달리 이 단체는 반김일성 연합전선을 표방,강령에 「기본인권을 기초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확립」을 못박고 있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그 인적구성이다. 집단지도체제를 원칙으로한 지도부에 전 일본공산당 간부·조총련 간부·민단 간부가 집결,민단과 조총련 어느쪽에도 기울지 않는 중립적입장을 택하면서 앞으로 있을 국적선택·재산권·영주자격 등 재일조선인의 권익보장해결에 앞장서겠다고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 연맹의 이광 의장(61)은 제주출신으로 조총련전신인 조연(재일조선인연맹) 창립자중 한사람인 송성철씨(50년대말 북한에서 숙청)의 양자. 전후 일본공산당 재건에 조선인 출신으로 앞장섰던 송씨는 여운형씨 의 장녀 여연구(현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와 결혼했으나,후손이 없자 친형인 송영철씨의 아들인 송재용씨(이광씨의 본명)를 양자입적시켰으므로 사실상 여연구의 아들인 셈이다.
부인성을 따라 귀화,오가와 고이치(소천광시)라는 일본명도 갖고 있는 이광 의장은 현재 호텔을 7개나 소유,관리하는 재산가이지만 해방직후에는 20세의 젊은나이로 일본공산당산하인 일본 농민조합중안위원,조연산하 민주청년동맹이바라기(감성) 현 본부위원장을 역임한 경력을 가졌다.
임성굉 제1부의장(현 입명관대강사)과 최장환 부의장 겸 사무총장은 전 조총련간부로 70년대초까지 사상이론가로 활약한 인물들이다.
민단계로 참여한 원로 재일한국인은 오경복 전 민단 사무총장(현 한국독립유공자협회 일본 지회장)으로 현 민단지도부에 불만을 품고 이번일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통일연맹은 이달초 동경시내 신주쿠(신숙)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활동에 들어갔는데,6명의 상무의원을 비롯,일본 각지역 지부장역을 담당할 23명의 간부가 오는 8일 회합을 갖고 연맹결성을 정식 선언한다.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 시즈오카(정강)·오사카(대판)지역의 전 조총련 간부들로 지난 9월 구성된 비밀결사 재일코리아협회(대표 김용택·최용연)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나온 「준비위 내무보고」 제3호는 『일 조 국교정상화로 두개의 조선을 부정해 온 북의 이상주의에서 크게 후퇴했다』고 북한의 대일 접근을 비난하는 글을 싣는가 하면,지난 9월 하순 첫 집회를 가진 이후 현 조총련간부중 「양심적인 사람」 10명 정도가 참가,반김일성운동에 동참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밖에도 한반도문제를 중립적으로 분석,평가해오고 있는 코리아리포트지 편집장 변진일씨와 조총련계출신 작자 이회성씨가 최근 한국적으로 바꿀 뜻을 선언,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도 내년 3월 일본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을 규합,자유롭게 남북을 왕래하며 예술활동을 펴기 위한 「재일그룹」(가칭)을 결성할 뜻으로 최근 회원모집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중립계 재일조선인은 가족 포함,약 1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들의 정치성향이 북보다는 남을 더 선호하고 있으나 이들을 포용할 한국정부의 대책이 미흡해 한국적선택도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이들은 일·북한 국교정상화에 따라 언젠가는 한국적으로 변경해야할 필요성은 느끼고 있으나 재일동포사회에서 민단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좋지않은 데다 현실적으로 민단에 가입하려면 가입비·월회비 등 경제적부담에 더해 과거신원에 대한 재심사 등 불안이 따른다.
민주통일연맹 이광 의장은 한국정부와 직접교섭,이들이 한국적을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데 앞장설 것을 밝히는 한편 민단이 재일동포의 권익보호와 민족교육에 무관심해 민족통일연맹을 민단·조총련에 맞서는 「제3의 기관」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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