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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검색 뒤 스크롤 7번 해도 광고…與, 네이버 규제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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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6일 오후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부산·경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6일 오후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부산·경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네이버에 ‘커피’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보이는 것은  ‘○○○몰’이라는 커피 관련 온라인쇼핑몰이다. 그다음에는 ‘◇◇◇바리스타 학원’과 ‘△△커피상사’다. 모두 네이버에 광고료를 낸 업체다. ‘커피’의 사전적 정의는 마우스 스크롤로 화면을 7~8차례 이상 아래로 내려야 볼 수 있다.

#.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대출’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각종 대부업체의 대출광고가 가장 먼저 뜬다. “전국 당일, 급전 대출”, “신용조회 NO, 전국승인율 1위” 등 눈에 확 띄는 광고문구와 함께다. ‘대출 관련 광고’라는 표시는 한켠에 작은 글씨로 쓰여있을 뿐이다.

여권이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의 검색광고 서비스에 대해 대대적인 손질에 나선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는 검색서비스 대부분을 광고로 도배해 수익 창출을 하고 있다”며 “네이버에 ‘커피’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광고가 한참 나온 뒤에서야 커피에 관한 정보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법을 개정해 네이버 검색광고 서비스를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위위원장인 윤두현 의원은 ‘포털 검색광고 규제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12일 대표 발의한다. 포털 검색결과에 광고보다 비(非)광고성 정보를 더 상단에 배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윤 의원은 “현재는 이용자가 광고를 검색하는지, 정보를 검색하는지 모를 정도”라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①공공성 얼마나 잃었길래

여권이 검색광고 서비스 문제 해결에 나선 건 국민 다수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도 공공성은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마케팅조사업체 샘러쉬(SEMrush)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 네이버를 방문한 누적 접속자 수는 4억2137만명(모바일+PC 사용자 합계)이었다. 전 국민(5139만명·올해 6월 행정안전부 통계)이 한 달에 8번 이상 네이버를 방문한 셈이다. 포털 다음도 4월 한 달간 누적 이용자 수가 7675만명에 달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 상당수가 네이버·다음 등 두 포털을 주로 이용해 사실상 독과점 시장”이라며 “포털은 이같은 지위를 통해 검색서비스를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7월 11일 오후 5시경 네이버에 '커피'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PC화면. 네이버 캡처

7월 11일 오후 5시경 네이버에 '커피'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PC화면. 네이버 캡처

현재 네이버는 검색광고를 ▶사이트 ▶쇼핑 ▶콘텐츠 ▶브랜드 등 7개 범주로 나눠 각각 경쟁입찰 방식으로 광고주를 선정한다. 검색어마다 상단에 광고를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은 10여개 정도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다수의 광고주가 경쟁하는 구조다. 하지만 한번 광고를 따내면 상당한 광고효과가 있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낙찰에 매달린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네이버의 경우 상단 배치를 위해 광고료 수억 원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보니 검색서비스가 정보제공이라는 본연의 기능보다는 광고에 치우쳐진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②구글은 광고와 비광고 명확히 구분

그렇다면 해외 포털은 어떨까. 구글코리아에서 ‘커피’를 검색할 경우 커피에 관한 사전적 정보가 상단 오른쪽에 바로 배치된다. 왼쪽에 배치된 광고와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에 혼동이 적다. 구글은 광고정보 경우 바로 옆에 ‘sponsored’(광고)라는 별도 표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사이트인 빙(Bing)에서도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비광고성 정보가 상단에 배치돼 있다. 국내 포털과는 확연히 다른 구조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국내포털의 검색광고에 대해 이용자 불편은 여러차례 제기됐다. 일부 이용자는 광고가 적은 구글로 소위 ‘갈아타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포털은 검색광고에 대한 개선책을 내지 않는 상황이다. 그 이유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내 포털은 검색광고를 통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올리기 때문에 개선할 여지가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네이버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체 매출액은 2조2804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검색광고가 8518억원(37.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도연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검색 이용자 입장에서는 검색광고도 정보일 수 있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광고와 비광고가 뒤섞여 배치돼 혼란을 주는 것은 이용자 편익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③뉴스검색도 입맛대로?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나아가 여권에서는 국내 포털의 뉴스검색 알고리즘 문제도 지적한다. 여권 관계자는 “자신들의 영업에 불리한 규제에 대해서는 일부러 부정적인 기사를 앞쪽에 노출시킨다는 의혹이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예를들어 11일 오후 5시 네이버에서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 개정안)을 검색하면 검색결과에 나오는 10개 기사 중 8개가 부정적 내용이다.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는 내용이다.

다만 네이버 측은 “검색결과는 알고리즘에 따라 개인 편차가 있다”며 “현재 내부 기구인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통해 체크한 결과 ‘인위적 요소는 개입되지 않았다’는 결론도 나왔다”고 해명했다.

네이버 '언론사 인기도' 임의로 배치했나…방통위는 실태 조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뉴스1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뉴스1

대형포털 네이버가 최근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뉴스 검색에 적용되는 알고리즘 팩터(요소) 20개 가운데 ‘언론사 인기도’가 있는데, 네이버가 이 언론사의 인기도 순위를 인위적으로 배치했다는 것이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이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2021년 보수 매체를 후순위로, MBC 등을 선수위로 조작하면서 이용자가 뉴스를 검색했을 때 진보 성향 매체의 기사가 우선적으로 검색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일 네이버 실태 점검에 나섰다. 실제 알고리즘 개입 행위가 확인될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연평균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지난해 네이버 매출이 8조2201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대 2466억원 과징금이 나온다.

그러자 네이버는 7일 뉴스 알고리즘 안내 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알고리즘의 ▶도입배경 ▶알고리즘 팩터(요인) ▶기술고도화 등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그간 알고리즘이 영업비밀이라며 철저히 비공개했던 것에 비해선 다소 전향적 자세이지만, 구체성이 결여되면서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네이버 측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알고리즘 전체를 공개하면 이를 이용해 서비스에 부당하게 개입하려는 ‘어뷰징(Abusing)’이 생길 수 있다”며 “외부 인사로 구성된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통해 계속 검증을 받아왔다”고 해명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다음은 실시간 검색어(실검) 서비스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다음은 지난 5월 10일부터 온라인에서 자주 언급되는 관심사를 검색 결과창에서 키워드 형태로 보여주는 ‘투데이 버블’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당 관계자는 “사실상의 유사 실검(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아니냐”며 “조작 문제와 사회적 논란 속에서 2020년 폐지한 실검 서비스를 다시 시작한 저의가 궁금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이 절대적 객관성이나 가치중립성을 보장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경환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는 “네이버는 알고리즘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알고리즘 가중치를 수정하고 팩터를 바꾸는 등 개선한다고 설명하는데, 그것 자체가 알고리즘이 절대적 객관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포털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메타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검증도 내부 검증이 아닌 독립적 기구를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영·전민구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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