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세요" 홍준표도 반대한 주4일제…카카오 반년만에 유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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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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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을 받아 주머니 사정이 좋아진 데다 휴일까지 생기니 보너스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주말이 길어 휴식에 몰입할 수 있었고,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어요.”

지난달 23일 첫 ‘패밀리데이’ 휴일을 보낸 삼성전자 직원 전모(20대) 프로의 말이다. 삼성전자가 부분적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뒤 산업계에선 제도 확산 여부를 두고 눈치 싸움에 돌입한 모양새다. ‘워라밸’(일과 삶의 밸런스)을 중시하는 2030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제도 확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삼성·SK·CJ ENM 등 부분 주4일제 도입 

11일 삼성전자는 노사 협의에 따라 지난달부터 월 1회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반도체(DS)부문에선 ‘패밀리데이’,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디벨롭먼트데이’란 이름이 각각 붙었다. 필수 근무시간을 채우면 연차소진 없이 월급날(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을 쉴 수 있게 한 것이다. 다만 교대근무를 하는 생산직 등 일부 직군은 제외됐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2020년부터,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해피프라이데이’라는 명칭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는 격주 금요일, SK하이닉스는 매달 둘째 주 금요일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이 출근하지 않는다. SK 관계자는 “해피프라이데이를 불가피하게 사용하지 못할 경우 다른 날을 지정해 쉴 수도 있다. 사용률이 거의 100%에 이른다”며 “직원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격주 금요일을 휴무일로 하고 있고, CJ ENM은 월 2회 금요일을 ‘이노베이션플러스데이’로 지정해 외부 활동이나 자기 계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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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무제 도입하고, 월요일 오후 출근도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유연하게 바꾸는 기업도 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4월부터 월~목요일을 총근무시간을 채우면 금요일엔 2~4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금융 애플리케이션인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도 월~목요일 40시간 근무를 채우면 금요일 오후 2시부터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얼리 프라이데이’를 도입했다. 우아한형제들·여기어때컴퍼니 등은 아예 월요일엔 오후부터 근무하도록 해 ‘월요병’을 없앴다.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 주 4일제는 회사나 직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회사 입장에선 근무시간 총량은 같은데 초과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직원들도 불필요하게 회사에 묶여있을 필요 없이 업무에 몰입하면서 긴 휴식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주 4일제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근무 일수가 줄어들면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변수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주 4일제를 도입했다가 유턴한 경우도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7월 도입한 ‘격주 놀금제’를 반년 만에 폐지하고, 마지막주 금요일만 놀금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전면 주 4일제를 도입했던 교육 전문기업 에듀윌은 올해 비상경영에 돌입하며 일부 부서를 주 5일제로 되돌렸다.

서울 김포공항역 9호선 승강장이 출근길 승객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서울 김포공항역 9호선 승강장이 출근길 승객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생산성 저하, 노노 갈등 나타날 우려도”

세대 간 견해 차이도 극명하다. 지난 10일 있었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1990년대생 공무원 간 공감 토크가 대표적이다. 홍 시장은 한 공무원이 주 4일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퇴직하세요. 제일 좋은 거는 사표 내고 나가는 것”이라며 “그런 직장으로 가시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아직 산업 전반에 적용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이유를 설명했는데, 근로시간 단축이 곧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노동 집약형으로 성장한 국내 산업계 특성상 생산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업종이나 고용 형태에 따른 노노 갈등이 나타날 소지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는 만큼 주 4일제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본다. 다만 생산량 감소→급여 삭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사 간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이 줄어도 생산성을 높여 동일산 산출을 내는 방식으로 공감과 타협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 4일제가 어려운 제조업·서비스업,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에선 근무 체제와 관련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더 벌어질 수 있다”며 “먼저 대기업 등이 제도를 견인하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법제화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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