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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나' 반전의 노래…연주자들이 꼽은 베스트 슈베르트

중앙일보

입력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리는 더하우스콘서트의 '헤이, 슈베르트'에서 피아니스트 김송현(앞쪽)과 신수정이 슈베르트를 연주하고 있다. 청중은 마룻바닥에 앉아 음악을 듣는다. [사진 더하우스콘서트]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리는 더하우스콘서트의 '헤이, 슈베르트'에서 피아니스트 김송현(앞쪽)과 신수정이 슈베르트를 연주하고 있다. 청중은 마룻바닥에 앉아 음악을 듣는다. [사진 더하우스콘서트]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도 그만큼 적다. ‘뉴요커’의 음악평론가인 알렉스 로스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슈베르트의 이미지가 제각각인 점을 지적했다. “역사적 기록이 빈약한 탓이다. (중략) 우리는 그의 개인적 삶과 내면세계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다.” 모차르트는 어떤 일이 있든 편지로 기록했고, 청력을 잃은 베토벤은 필담을 수북이 남겼다. 하지만 31세에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는 별다른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음악만 남았다.

음악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슈베르트의 순간' 추천 #"빛과 어둠의 교차" "숨어있는 통일성" 등의 매력 #서울 동숭동 더하우스콘서트, 이달 내내 슈베르트 축제

‘더 하우스 콘서트’가 이달 내내 슈베르트를 조명한다.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1~31일 매일 열리는 슈베르트 축제 ‘헤이, 슈베르트’다. 슈베르트를 세세히 알긴 힘들지만 그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은 작곡가를 가깝게 느낀다. 그래서 이번 축제에 참여하는 연주자 5인에게 물었다. ‘슈베르트의 어떤 작품을 들어야 하나.’ ‘그 음악의 어떤 부분이 백미인가.’

어둠과 밝음의 교차

피아니스트 신수정

피아니스트 신수정

피아니스트 신수정(서울대 명예교수)은 두 피아니스트가 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작품을 연주했다. 네 손을 위한 환상곡(작품번호 940)이다. “음악에서 느낄 거의 모든 감정이 들어있다. 특히 비극적이던 음악이 밝게 바뀌는 부분을 추천한다. 바(f)단조로 시작해 중간 부분에서 바장조로 바꾸는데 그 색깔 변화가 아름답다.” 이 곡은 20여분 쉼 없이 4악장이 이어지는 동안 조성을 다채롭게 바꿔 온도도 변화시킨다. 특히 장조로 바뀌는 부분에서는 잠시 환희가 허락된다. 신수정 피아니스트는 “감성이 넘치는 연주자”라 칭한 김송현(21)과 함께 10일 이 곡을 연주했다.

‘어? 들었던 멜로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2번(작품번호 929) 1악장은 안정적이고 단호한 주제로 시작한다. 2악장은 영화 ‘해피엔드’에도 나와 유명한 서정적 주제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마지막인 4악장에서 1ㆍ2악장이 합쳐지는 순간이 좋다”고 했다.
슈베르트는 4악장에서 2악장의 유명한 주제를 다시 등장시킨다. “바로 이 부분에서 피아노는 1악장의 반주 음형을, 첼로는 2악장의 주제를 연주한다. 우리는 ‘어? 이거 어디에선가 들어봤는데?’ 하며 무의식중에 더 깊게 빠지게 된다.” 이처럼 한수진은 연주 시간 40분의 긴 곡이 아름다운 멜로디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음악적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악보를 연구했을 때 어느 순간 전율을 느낀다. 그게 바로 슈베르트다.” 그는 피아니스트 문지영, 첼리스트 강승민과 함께 16일 이 곡을 연주한다.

‘그 남자가 나’라는 반전

바리톤 박흥우

바리톤 박흥우

오래전 마을을 떠난 여인의 집 앞에 한 남성이 서 있다. 사랑을 잃은 그는 고통에 압도돼 있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 ‘도플갱어’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 남성이 바로 시의 화자라는 것은 시의 중반에서 드러난다.
슈베르트는 여기에 아주 단조로운 노래를 붙였다. 피아노 반주는 화음의 골격만 겨우 연주하고, 성악가는 낭송에 가깝게 읊조린다. 바리톤 박흥우는 감정이 상승하는 부분을 ‘슈베르트 음악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남성의 정체가 자신임을 고백하는 순간이다. “슬픔을 감추며 에너지를 쌓아 올리다 어느 순간 쏟아내야 한다. 그 부분에서 슈베르트의 감정이 굉장히 가깝게 온다.” 박흥우는 ‘도플갱어’가 들어있는 가곡집 ‘백조의 노래’(작품번호 957)를 18일 무대에 올린다. 또 일부 가곡을 선별한 무대를 25일 선보인다.

빈 토박이의 리듬

첼리스트 심준호

첼리스트 심준호

첼리스트 심준호는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작품번호 821)가 너무 낭만적으로 연주되곤 한다”고 꼬집었다. 아름다운 선율이 있는 이 곡은 슈베르트의 작품 중에서도 인기곡이다. 슈베르트 시대에 나왔던 개량 악기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작품인데 현대에 주로 첼로로 연주된다. 그는 “실제로 아르페지오네로 연주한 것을 들어보면 감정이 절제된 음악”이라고 했다.
심준호는 특히 3악장이 시작하는 부분을 이 곡의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이 부분을 “오스트리아 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춤곡”이라고 소개했다. 슈베르트는 빈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여기에서만 살았던 진정한 빈의 작곡가다. 심준호는 캐나다 첼리스트 장 기엔 케라스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녹음을 최고로 꼽았고, 27일 피아니스트 추원주와 함께 이 곡을 연주한다.

자꾸만 끌고 가는 어둠

피아니스트 이경숙

피아니스트 이경숙

“어둠에서 겨우 빠져나왔는데 다시 붙잡혀 들어간다.” 피아니스트 이경숙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21번(작품번호 960)의 4악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전의 2악장에서 죽음에 가까이 간 것 같았지만, 겨우 빠져나와 4악장이다. 4악장은 약간의 아픔은 있어도 빠르게 시작하면서 극복하는 힘을 본다.” 그는 4악장에서 조성이 바뀌면서 비극적 화음들이 등장하는 부분을 짚어냈다. “재생하던 에너지가 다시 어두움 쪽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 곡은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에 완성했다. 이경숙은 “작곡가가 가지고 있었을 죽음의 직감이 음악을 자꾸만 비극으로 잡아끌고 있다”고 해석했다.
‘헤이, 슈베르트’는 31일 낮 12시부터 피아니스트 21명이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1곡을 차례로 연주하며 막을 내린다. 이경숙은 그 마지막 순서를 맡았다. 이날 오후 9시 50분쯤 이 곡을 연주할 것으로 보인다. 공연은 유튜브로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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