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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이 작곡? 편곡? … 사실은 악보 그대로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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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을 연주한 임윤찬. [사진 빈체로]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을 연주한 임윤찬. [사진 빈체로]

2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오케스트라는 마지막 화음을 끝내고 조용해졌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혼자 연주할 차례다. 이날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미하엘 잔데를링)와 함께 한 연주곡은 모차르트의 협주곡 20번. 임윤찬이 독주 카덴차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연주한 모차르트 협주곡 20번 카덴차 #독특한 해석으로 마치 다른 곡처럼 들려 #본래 즉흥 연주인 카덴차의 맛 살려

협주곡은 오케스트라와 독주 악기가 함께 연주한다. 그중에서 카덴차는 독주 악기가 혼자 연주하는, 이를테면 ‘장기자랑’ 같은 부분이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의 카덴차를 썼다고 기록했지만 악보가 현재 남아있지 않다. 악보로 남은 카덴차는 베토벤과 브람스의 것이다. 베토벤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고 4년 후인 1795년에 미망인을 위한 공연에서 협주곡 20번을 연주했다. 베토벤이 1ㆍ3악장의 카덴차를 악보로 남긴 때는 1809년. 아마도 14년 전 무대에서 즉흥으로 연주했던 버전과는 달랐으리라 추측된다. 대부분의 현대 피아니스트는 베토벤이 악보로 남긴 카덴차를 연주한다.

임윤찬도 베토벤의 카덴차를 선택했다. 오른손의 트릴로 시작해 1악장의 주요 주제를 다시 들려주는 음악이다. 하지만 청중에게는 마치 임윤찬이 새로운 카덴차를 선택한 듯 들렸다. 실제로 공연 이후 클래식 음악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임윤찬이 편곡한 카덴차인 듯하다’ ‘베토벤이 아니라 새로운 버전처럼 들렸다’와 같은 후기가 올라왔다.

이날 1ㆍ3악장의 카덴차는 모두 베토벤의 것이었고, 임윤찬은 악보 그대로 연주했다. 하지만 표현 방식이 새로웠다. 특히 몇몇 표현은 이 카덴차를 새롭게 들리도록 했다. 악보에는 한 음만 적혀있는 곳에 화음을 채워 넣기도 했고, 몇몇 쉼표를 자유롭게 늘려서 오랫동안 침묵의 시간을 만들었다. 또는 악보에는 쉼표가 없는데도 음악을 정지해 청중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을 연주한 임윤찬. [사진 빈체로]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을 연주한 임윤찬. [사진 빈체로]

이처럼 소리의 크기와 속도가 독특했다. 임윤찬은 똑같은 음표로 그려있는 부분 중 일부에서 갑자기 속도를 확 끌어당기며 낯설게 만들었다. 또 악보에 피아노(p) 표시로 작게 연주하도록 돼 있는데 갑작스러운 포르테(f)로 음량을 높였다. 3악장 카덴차에서는 2분음표로 진행되는 부분을 특이할 정도로 느리게 연주해 악보와는 전혀 다른 음악을 만들었다. 본래 즉흥 연주에서 시작한 카덴차의 본질이 되살아났다.

카덴차뿐 아니라 임윤찬의 모차르트는 오케스트라와 함께할 때도 평범하지 않았다. 등장할 때부터 오케스트라보다 조금 느릿하게 속도를 잡았고 빠른 부분에서는 용수철처럼 달려나가다 악단과 조금씩 어긋나기도 했다. 질감은 대체로 가벼웠는데 오케스트라와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팽팽했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노련한 지휘자와 악단이 임윤찬의 해석에 호흡을 맞췄다.

앙코르로 선택한 차이콥스키 ‘사계’ 중 3월과 11월에서도 임윤찬은 자유롭고 독특한 해석을 보였다. 리듬과 템포에 자연스러운 변화를 주면서 충분히 노래하거나 밀어붙였다. 임윤찬은 차이콥스키의 ‘사계’와 쇼팽의 연습곡(작품번호 10)으로 8월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에서 독주회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올여름에는 미국 라비니아와 아스펜 등 여름 페스티벌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 곡이었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11월에는 서울에서 뮌헨 필하모닉(지휘 정명훈)과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연주하며 내년 2월에는 쇼팽의 연습곡 전곡(작품번호 25 포함)으로 미국 카네기홀 데뷔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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