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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 "과거 의견서 써준 김앤장·태평양 사건 다 회피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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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53·연수원 25기) 대법관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면 과거 2년간 법률의견서를 작성해줬던 대형로펌의 모든 사건에 대해 회피 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권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8~2022년 김앤장과 세종·태평양 등 7개 대형로펌이 맡은 38개 사건에 대해 법률의견서 63개를 써주고 18억1562만원(세후 6억 9698만원)을 받았다. 이 중 최근 2년간 권 후보자가 의견서를 써줬던 로펌은 김앤장·세종·태평양·바른 등 5개 로펌이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권 후보자는 ‘법률의견서를 제출한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회피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회피할 것”이라며 “의견서와 관련되지 않은 해당 로펌들의 사건에 대해서도 신고하고 회피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에 올라온 대형 로펌의 사건이 많을 것이다. 상당수 사건을 회피해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권 후보자는 “공정성을 해할 상황인지, 직무수행을 못할 상황인지는 대법원장이 판단하게 돼 있다”며 “당사자가 기피 신청을 할 필요 없도록 제가 관련한 모든 사건에 대해 회피 신청을 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권 후보자는 “공정성은 일말의 우려도 없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할 수 있는 한 가장 넓게 (이해충돌법을) 해석해 법에서 정하는 조치를 충분히 취하겠다는 그런 취지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의견서 제출 경위에 대해 “국제중재절차에서 외국 재판부에 한국 법에 대해 이해시키는 것이었다”며 “독립성이 생명”이라고 했다. 권 후보자가 의견서를 작성했던 38개 사건 중 국제중재 사건은 총 20건이었다. 판사 출신인 권 후보자가 의견서 작성을 통해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제 타이틀과 전관임을 보고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연구를 매우 성실히 하려고 노력해왔다. 과연 그랬는지는 강의평가 등을 통해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현대차 대법 판결은 “판례 변경 아냐”

대법원이 지난달 15일 현대차-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을 두고도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판례를 읽으면서 새롭다고 느끼진 않았다. 개별 법리가 워낙 많은 영역에서 적용돼 왔었기 때문에 판례 변경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판결 자체가 정치적 편향성이 있는 판결일 수도 있고, 아니면 판결을 정치적으로 해석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권 후보자는 “정보에 관한 기본권이 쉽게 침해될 수 있는 게 특히 휴대폰 또는 계좌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이라며 “헌법을 개정한다면 정보 보호에 대한 기본권이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형 제도에 대해선 “폐지할 수 있는 제3의 길이 있을 것”이라며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복 범죄를 막기 위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보호 처분 등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현 사법부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최근 재판 지연 현상에 대해선 “법원 내외부에서 법관들이 조금 더 열심히 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새겨 들을 만한 부분”이라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외부로부터의 독립뿐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독립성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 후보자는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도 “오로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1만 개의 판례를 외우는 교육은 지양돼야 한다”며 “변호사 시험은 자격시험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 철저…보수·진보 구도 벗어나겠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후보자는 이날 인사말에서 “개인적 유익만 추구하기보다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돌이켜 보면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점도 많다”며 “더 성실하고 철저하게 살지 못하였다는 아쉬움도 느꼈다”고 말했다.

권 후보자는 “대법관으로 임명된다면, 더 낮은 마음으로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겠다. 다수의 큰 함성뿐 아니라 소수의 작은 목소리도 경청하고, 정치적 중립성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겠다”며 “보수와 진보의 구도를 벗어나 미래로 향하는 사법부의 일원이 되겠다”고 했다. 권 후보자는 “대법관으로 임명돼 퇴임한다면, 저의 간절한 소망은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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