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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창업 15만에 빛 봤다…역주행 중인 '밀크티집'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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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에서 역주행 중인 밀크티 브랜드가 있다. 프리미엄과 가성비로 양분화된 중국 밀크티 시장에서 디테일의 차이로 조금씩 매장을 늘렸다. 창업 15년, 매장 수는 7000곳을 돌파했고, 기업 가치는 180억 위안(약 3조 2371억원)에 달한다. 이 역주행 신화의 차바이다오(茶百道)는 지난 2008년 첫 영업을 개시했다. 창업 15년 만에 비로소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사진 aibecoo 캡처

사진 aibecoo 캡처

“한 잔도 무료 배달” 1인 가구 잡았다

차바이다오가 주목받는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시작은 여타 밀크티 브랜드보다 더 빨랐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우후죽순 들어선 밀크티 업체들 사이에서 차바이다오는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저 중국의 여러 밀크티 업체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일단 포지셔닝이 애매했다. 중국의 밀크티 시장은 크게 시차(喜茶·희차), 나이쉐더차(奈雪的茶)로 대변되는 프리미엄 라인과 미쉐빙청(蜜雪冰城)으로 대변되는 가성비 라인으로 나뉜다. 가격과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 차바이다오는 이른바 ‘국민 밀크티’가 되기에는 경쟁력이 다소 부족했다.

사진 샤오훙수 캡처

사진 샤오훙수 캡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바이다오는 소소한 디테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1잔 무료 배달’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사실 음료 배달의 경우 인건비 문제로 최소 2잔 구매가 전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차바이다오는 1잔이라도 배달료 없이 구매 가능하도록 했다. 덕분에 1인 가구를 포섭했고, 온라인 판매(배달 앱)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차바이다오가 배달료 출혈을 감수하면서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공급라인을 확보한 덕분이었다. 이는 극가성비 밀크티의 대표주자 미쉐빙청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 점이다. 차바이다오는 일찍이 지난 2015년 창고 시스템과 공급라인을 갖췄고, 이를 기반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중저가 라인 속 “히트 상품으로 승부”

밀크티 시장에서 차바이다오는 가격대가 가장 저렴한 것도, 그렇다고 최상의 맛을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저가 라인의 업체들 사이에서는 꽤 많은 히트 상품을 가진 브랜드로 꼽힌다. 그만큼 제품 개발에 신경을 쓴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차바이다오는 소비자, 공급업체, 연구개발부, 구매부 인원으로‘제품위원회’를 구성해 신제품 개발과 관련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린다. 복잡한 연구개발 과정을 거친 터라, 제조법이 분명히 제시됐음에도 똑같은 맛을 내기 힘들다는 내부 인력의 푸념도 나온다. 제품 업데이트 주기도 빨라서 기존 제조법을 외우고 나면 다시 새로운 제조법을 익혀야 한다.

사진 차바이다오 홈페이지 캡처

사진 차바이다오 홈페이지 캡처

최근 차바이다오는 과거 힘을 쓰지 못했던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세를 불리고 있다. 7000 매장을 돌파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중국의 밀크티 업체 가운데 7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곳은 단 4곳뿐이다. 1만 매장을 보유한 미쉐빙청에 이어, 3개 업체가 7000개 안팎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그중 하나가 차바이다오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차바이다오는 지난해(2022년) 매출 40억 위안(약 7000억원)을 기록하며 약 9억 위안(약 1620억 3600만 원)의 이윤을 냈다. 수익률이 22.5%에 달하는 셈이다. 규모로 보면 미쉐빙청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수익률로만 보면 미쉐빙청을 앞선다.

사진 청두 판다 연구기지 캡처

사진 청두 판다 연구기지 캡처

한편, 쓰촨(四川) 청두(成都)에서 출발한 차바이다오는 지역 명물 자이언트 판다를 브랜드 마스코트로 선택하여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쓰촨 판다 기지에서 자이언트 판다 ‘차차(茶茶)’를 입양했다. 차바이다오의 음료 패키지에도 판다 도안이 박혀 있다. 반려동물 동반 매장을 20곳 개장하는 등 동물 친화적 이미지 구축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신징바오(新京報)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차바이다오는 10억 위안(약 1800억 4000만 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 후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첫 번째 펀딩이다. 자본 시장에서도 차바이다오를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식품 산업 애널리스트 주단펑(朱丹蓬)은 “차바이다오는 중저가 브랜드로 소비층이 넓다”며, “차바이다오는 포지셔닝과 브랜드⋅규모의 효과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앞서 언급했듯, 차바이다오의 역주행 신화는 디테일에 기반을 둔 차별화 노선 덕분이었다. 공급라인 경쟁력으로 비용을 절감해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 개발에 투자하여 히트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또 지역 명물 판다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내세워 동물 친화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차바이다오가 느지막이 주목받음에 따라, 향후 미쉐빙청의 뒤를 이어 1만 매장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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