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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 담아 쓰레기수거함에 버렸다"…전국 쏟아진 그림자 아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경기도 용인에서 출산한 영아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친부가 긴급 체포됐다. 경찰이 암매장 장소로 추정되는 용인시한 야산에서 시신을 찾고 있다. 뉴스1

6일 경기도 용인에서 출산한 영아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친부가 긴급 체포됐다. 경찰이 암매장 장소로 추정되는 용인시한 야산에서 시신을 찾고 있다. 뉴스1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그림자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가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명의 영아가 이미 수년 전 숨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현재 확인된 ‘그림자 아동’ 사망만 27명에 달한다.

친모 “홀로 육아 벅차…3시간 동안 산책”

광주경찰청은 영아학대치사와 사체유기 등 혐의로 30대 여성 A씨를 6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4월 초 자신이 낳은 생후 6일 된 딸을 광주시 집에 홀로 둔 채 외출했다가 숨지자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수거함에 몰래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에 “홀로 아이를 양육하는 게 힘들어 3시간 정도 외출했었다”며 “집에 돌아와 보니 아기 얼굴에 겉싸개 모자가 덮어져 있었고,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출산 당시 미혼모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딸은 병원 출산 기록만 있다. 출생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이를 수상히 여긴 지자체 담당 공무원의 전화를 받고 난 뒤 압박을 느꼈고,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시신 없는 사건’ 되나

하지만 쓰레기 수거함에 버렸단 A씨 진술이 사실이라면, 시신을 찾지 못할 수 있다. 수 년 전 이미 깊이 매립됐을 수 있어서다. 그간 판례를 보면,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서도 유죄 입증은 쉽지 않다. 하지만 광주경찰은 “쓰레기장에서 찾으려고는 하겠지만,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천에선 아기 사망 시점 두고 진술 번복

경남 사천에서도 수년 전 태어난 아이가 출생 신고되지 않은 채 숨진 사실이 지난 4일 수사 의뢰되면서 경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일단 친모인 40대 B씨와 주변인 등을 상대로 아이의 정확한 사망 시기와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숨진 아이는 2016년 6월 충남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출산기록만 있다.

미혼모였던 B씨는 앞서 지자체의 행정조사에서 “출산 후 약 한 달 뒤 아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졌다”고 말했지만, 경찰 조사 땐 “출산 후 며칠 안 돼 사망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B씨의 범죄 혐의점이 발견될 시 곧바로 정식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신생아 번호 관리 아동 실태조사방안 등 아동학대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출신신고 되지 않은 아동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신생아 번호 관리 아동 실태조사방안 등 아동학대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출신신고 되지 않은 아동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거제 영아 살해’ 부부…검찰에 넘겨져

경찰은 경남 ‘거제 영아 살해’ 사건 피의자인 사실혼 부부 C씨(20대)·D씨(30대·여)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C씨 등은 지난해 9월 9일 경남 거제시 주거지에서 생후 5일 된 아들을 살해하고 다음 날 인근 하천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다. 이들 부부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출생 사실이 양가 부모에게 알려지면 “헤어지라”고 할까 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씨는 무직, B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왔고 집에 미납된 공과금 고지서가 쌓일 정도로 경제 형편이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C씨 부부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자고 일어나니 아이가 죽어 있었다” “시신을 인근 야산에 묻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었지만, 경찰 추궁 끝에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C씨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한 집 근처 하천을 집중 수색했지만,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공범인 이들 부부가 분리 조사에서 한 진술이 모두 구체적이고 일치해 살인죄 입증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친부모에게 살해 당한 뒤 하천에 유기된 생후 5일 된 영아 시신을 찾기 위해 지난 4일 오후 거제시 고현천 주변을 집중 수색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친부모에게 살해 당한 뒤 하천에 유기된 생후 5일 된 영아 시신을 찾기 위해 지난 4일 오후 거제시 고현천 주변을 집중 수색하고 있다. 뉴스1

'그림자 아동' 사건 867건 중 27명 사망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기준 ‘출생 미신고 영아’와 관련해 경찰에 협조요청이나 수사의뢰된 경우는 총 867건에 달한다. 경찰은 이 중 780여건을 수사 중이다. 수사의뢰 건수 등은 지난 5일(598건)에 비해 하루 새 30.4%나 증가했다. 사망 아동은 2명을 더해 총 27명으로 늘었다. 앞으로 수사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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