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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서조선'으로 불리게 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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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시진핑. 셔터스톡

김정은과 시진핑. 셔터스톡

서른한 살이나 차이가 나는 두 영웅은 각자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지 6년 만인 2018년 3월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통통한 얼굴과 복장, 마치 아버지와 아들처럼 보였다.

일본인 저널리스트 곤도 다이스케가 중국의 신조어들을 소개한 책 『요즘 중국』에서 ‘시차오셴(西朝鮮·서조선)’ 항목의 한 부분이다.

‘두 영웅’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저자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에게는 공통점이 많다”며 다섯 가지 사례를 들었다. 책 내용을 소개해 본다.

첫째, 시진핑과 김정은은 둘 다 장남이 아니라 차남이지만 어릴 때부터 ‘위대한 아버지’를 보고 자라며 제왕학을 익혔다.

둘째,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정권을 집단 지도 체제에서 1인 지도 체제로 바꿔놨다. 당내 서열 2위였던 리커창 총리는 도지사 격인 리 성장(省長)이라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약해졌다. 북한에서도 한때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후견인 노릇을 하며 위세를 부렸지만 김정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셋째, 둘 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강국 강군’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시진핑은 ‘강군몽’을 앞세워 군비 증강에 매진하고 있고 김정은은 미사일, 핵실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넷째, 시진핑의 부인 펑리위안과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는 둘 다 한때 국민 가수였다.

다섯째, 육류를 즐겨 먹는 것으로 유명한 시진핑처럼 김정은도 매일 스테이크 300g을 먹어 치울 정도로 고기를 좋아한다.

일본인 저널리스트 곤도 다이스케가 중국의 신조어들을 소개한 책 『요즘 중국』. 세종서적

일본인 저널리스트 곤도 다이스케가 중국의 신조어들을 소개한 책 『요즘 중국』. 세종서적

이와 함께 시진핑 집권 이래 중국 사회의 전체주의 체제는 북한을 나날이 닮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덧붙였다. 2016년 2월 19일 시진핑은 중국 매체들에 “언론의 활동은 곧 중국 공산당의 활동이다. 모든 언론은 당과 정부를 위한 선전 진영이며 당성을 밝히는 것이 필수다”라고 ‘뉴스 미디어의 당성 원칙’을 강조했다.

한 달 후 열린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은 “앞으로 미디어가 반(反)당, 반(反)마오쩌둥 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 개인 숭배를 금지한 덩샤오핑의 결정을 35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저자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는데 ‘마오쩌둥 주석은 전부 옳다’ → ‘시진핑 주석은 마오쩌둥의 후계자다’ → ‘시진핑 주석은 전부 옳다’라는 논법”이라고 평했다. “이는 ‘김일성 주석은 전부 옳다’ → ‘김정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직계 자손이다’ → ‘김정은 위원장은 전부 옳다’라는 논법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지식인들은 자국을 자학적으로 ‘서조선’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34개 신조어들을 설명하고 있다. 컨라오쭈(啃老族)는 ‘캥거루족’이란 뜻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경제적능력과 자립심이 부족해 부모에 의지해 사는 젊은이들을 뜻한다. 포시(佛系)는 마치 득도한 것처럼 돈벌이와 출세에 관심도 없이 욕망을 억제하며 사는 중국 청년들을 가리킨다. 서쿵(社恐)은 ‘사회관계 공포증’이란 뜻으로 오프라인 사교 활동을 기피하고 온라인으로만 사회관계를 맺는 젊은이들이다. 아름답고 이기적인 젊은 여성은 바이롄화(白蓮花)라고 부른다. 못생긴 남성이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하는 건 주궁바이차이(猪拱白菜)라고 한다. ‘돼지가 배추를 껴안았다’는 뜻인데 중국에서 배추는 미인을 가리키는 의미가 있다.

컨라오쭈(啃老族)는 ‘캥거루족’이란 뜻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경제적능력과 자립심이 부족해 부모에 의지해 사는 젊은이를 뜻한다. 바이두

컨라오쭈(啃老族)는 ‘캥거루족’이란 뜻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경제적능력과 자립심이 부족해 부모에 의지해 사는 젊은이를 뜻한다. 바이두

신조어, 유행어, 은어는 그 나라의 문화와 현재 국민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텍스트다. 한국에서도 ‘헬조선’, ‘흙수저’, ‘영끌’ 같은 말들이 생겨나고 유행했다. 저자 곤도 다이스케는 일본 출판사 고단샤의 베이징 부사장을 거쳐 고단샤 특별편집위원, ‘겐다이 비즈니스’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그는 “30년에 걸쳐 중국 소식통을 담당하고 있는데 ‘시진핑 신시대’라고 하는 요즘이 중국을 이해하기 가장 어렵다”며 “이 책에 소개된 중국 신조어, 유행어, 은어가 독자들에게 중국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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