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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50) 제갈량을 죽이고 싶은 주유와 그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제갈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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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은 제갈량이 주유의 계략까지는 알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제갈량을 찾아간 노숙이 그동안 바빠서 뵙지 못했다고 인사말을 건네자, 제갈량도 주유 도독에게 축하를 못 드렸다고 대답했습니다. 노숙은 깜짝 놀라 얼굴빛까지 변했습니다.

선생이 어떻게 아시었소?

그런 계책은 장간이나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오. 비록 조조를 잠시 속여 넘겼다 해도 그는 금방 깨달았을 거요. 다만 자기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일 뿐입니다. 이제 채모와 장윤 두 사람이 죽어 강동의 걱정거리가 없어졌으니 어떻게 축하를 안 할 수 있겠소? 듣자니 조조는 모개와 우금으로 수군도독을 바꾸었다고 하던데, 어쨌든 그 두 사람의 손에서 수군은 거덜 나게 되었소이다.

모개. 출처=예슝(葉雄) 화백

모개. 출처=예슝(葉雄) 화백

노숙은 몇 마디 얼버무리고 다시 주유를 만났습니다. 제갈량이 내가 한 말을 전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낱낱이 사실을 말했습니다. 주유는 더욱 놀랐고, 제갈량을 반드시 죽여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음날, 주유는 여러 장수와 의논할 사항이 있다면서 제갈량을 불렀습니다.

며칠 안에 조조와 싸우게 될 듯싶소. 강에서 싸우자면 무슨 무기를 위주로 해야겠습니까?

큰 강 위에서는 활과 화살이 주가 되어야겠지요.

선생의 말씀이 내 생각과 똑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군중에는 바로 그 화살이 부족하오. 수고스럽지만 선생께서 책임지고 화살 10만개만 만들어 적과 싸울 수 있도록 해주시겠습니까? 이것은 공적인 일이니 거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열흘이면 다 만드실 수 있겠지요?

조조의 군사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터인데 열흘씩이나 허비해서야 되겠습니까? 사흘이면 10만개의 화살은 조달해 드릴 수 있습니다.

즐겁게 술을 마시며 화살 10만 개를 얻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즐겁게 술을 마시며 화살 10만 개를 얻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주유는 군령장까지 받고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제갈량은 찾아온 노숙에게 곧이곧대로 알렸다고 나무랐습니다. 그리고 짚단을 가득 실은 배 20척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노숙도 주유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배는 이틀이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노숙의 마음도 점점 타들어 갔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첫 새벽에 제갈량은 노숙과 함께 배를 몰고 강으로 나갔습니다. 장강은 온통 짙은 안개가 끼어 바로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제갈량은 배를 빨리 저으라고 재촉하며 조조의 수상영채로 나아갔습니다. 배를 한 줄로 늘어세운 후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게 했습니다.

조조의 병사들이 일제히 나오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내 생각에 조조는 감히 짙은 안개 속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오. 우리는 술이나 마시며 즐기다가 안개가 걷히거든 즉시 돌아갑시다.

짙은 안개 속에 저들 군사가 갑자기 쳐들어온 것을 보면 반드시 매복이 있을 것이다. 절대로 가벼이 나가서는 안 될 것이다. 수군 궁노수를 동원하여 난전을 쏘도록 하라. 그리고 육상 영채로 사람을 보내 장요와 서황에게 각각 궁노군 3천 명씩을 대동하고 화급히 강변으로 나와 화살을 쏘아 돕도록 하라.

조조군 1만여 명이 쏘아대는 화살이 빗발치듯 제갈량이 타고 있는 배로 날아와 꽂혔습니다. 어느덧 해가 높아지고 안개가 걷히자 제갈량은 배를 거두어 빨리 돌아왔습니다. 20여 척의 배에 실린 짚단 더미마다 조조군이 쏜 화살이 고슴도치처럼 빼곡하게 박혀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노숙이 말했습니다.

선생은 참으로 신인(神人)이오. 오늘 이렇게 짙은 안개가 낄 줄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장수가 되어 천문을 알지 못하고, 지리를 알지 못하고, 기문(奇問)을 알지 못하고, 음양을 알지 못하고, 진도(陣圖)를 볼 줄 모르고, 병세(兵勢)에 밝지 못하다면 이것은 용렬한 사람이오. 저는 사흘 전에 이미 오늘은 짙은 안개가 낄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그래서 감히 스스로 기한을 사흘로 잡은 것이지요. 주유는 나에게 열흘 안에 다 만들어 바치라고 하면서 장인과 재료를 제때에 공급하지 않으려고 했소. 이런 가벼운 죄과를 가지고 드러내 놓고 나를 죽이려고 한 것이오. 그러나 나의 목숨은 하늘에 매여 있는데 주유가 어떻게 나를 죽일 수 있겠소이까?

노숙은 제갈량의 말에 가슴 깊이 감복했습니다. 노숙의 말을 들은 주유는 매우 놀란 채, 공명의 지략이 귀신같아 따라갈 수 없다며 탄식했습니다. 후세 사람들도 제갈량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온 하늘 짙은 안개가 장강에 가득하니 一天濃霧滿長江
원근도 알 수 없고 강물도 막막하다 遠近難分水渺茫
화살이 소낙비처럼 전함으로 날아드니 驟雨飛蝗來戰艦
제갈량이 오늘은 주유를 굴복시키네 孔明今日服周郞

제갈량이 주유를 만났습니다. 주유는 제갈량의 신묘한 계책에 찬탄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며 조조군을 무찌를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두 사람은 자기 생각을 각자 손바닥에 써서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화(火)’자를 썼습니다. 화공(火攻)으로 무찔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뜻이 통하자 크게 웃었습니다.

한편, 화살까지 선사한 조조는 기분이 매우 상했습니다. 순유의 계책을 받아들여 정탐자를 심기로 했습니다. 지난번에 죄 없이 처단된 채모의 아우뻘인 채중과 채화가 적격이었습니다. 이들은 조조의 지시를 받고 가짜로 항복해왔습니다. 주유는 조조의 계략을 간파하고 이들을 또 역이용하기 위해 감녕으로 하여금 감시하게 하였습니다.

황개가 주유를 은밀히 찾아왔습니다. 그 역시 화공이 정답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황개는 자신이 화공의 선두에 서기를 원했습니다. 주유는 황개에게 절하며 고마워했습니다. 다음날, 주유는 장수들을 총집합시키고 3개월의 식량을 가지고 조조군을 막으라고 했습니다. 이에 황개가 차라리 항복하는 편이 낫다고 반항했습니다. 주유는 당장 황개를 처단하라고 했지만 장수들이 말려 50대의 척장(脊杖)만 내렸습니다. 조조에게 가짜로 항복하기 위한 황개의 고육계(苦肉計)가 실행된 것입니다. 모종강은 황개의 고육계에 대하여 이렇게 평했습니다.

황개의 고육계 장면. 바이두 캡처

황개의 고육계 장면. 바이두 캡처

‘나는 일찍이 황개의 고육계를 보면서 그 계략이 먹혀 든 것 역시 하늘의 뜻이라고 탄식한 바가 있다. 그 계책에는 우려되는 점이 세 가지나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황개가 너무 지독하게 맞아 죽기라도 한다면 몸은 비록 버렸으나 나라에는 조금도 보탬이 될 것이 없으니 죽은 혼백(魂魄)의 사사로운 한이 무궁할 것이라는 점이었고, 둘째, 여러 장수가 본래의 뜻을 모르고 분격하여 변란이라도 일으키면 거짓으로 벌인 일이 참된 일로 발전하여 적군을 도모하기도 전에 아군이 먼저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고, 셋째, 조조가 속을까봐 경계하여 황개의 항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황개는 쓸데없이 매만 맞고 주유는 보람 없이 거드름만 피우다가 조조의 우스갯거리나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황개는 죽지 않고, 모든 장수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조조는 의심하지 않았다. 주유는 이렇게 되어 마침내 공을 이루었으니 어찌 하늘의 뜻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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