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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49) 간교함의 대명사 조조가 주유의 속임수에 빠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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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는 제갈량이 장차 동오에 위협이 될 인물임을 알고 제갈량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제갈량을 처치한다면 일이 크게 잘못될 수 있으므로 조조의 손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주유는 부대 배치를 끝내고 제갈량을 중군 막사로 불러서 말합니다.

전에 조조는 군사가 적었고, 원소는 군사가 많았는데 조조가 도리어 원소를 이긴 것은 허유의 계책에 따라 먼저 오소의 군량을 태웠기 때문이었소. 지금 조조의 군사는 83만이나 되고 우리 군사는 고작 5-6만 명이니 어떻게 막을 수 있겠소? 역시 조조의 군량을 먼저 없앤 다음에나 무찌를 수 있을 것이오. 내가 알아보니 조조군의 식량과 말먹이는 모두 취철산에 쌓여 있다고 하오. 선생은 오랫동안 형주에 사셨으니 지리를 잘 아실 것입니다. 내가 군사 1천명을 도와 드릴 터이니 수고스럽지만 선생께서는 관우·장비·조운과 함께 밤을 이용해 취철산으로 가서 조조의 양도(糧道)를 끊어주시오. 피차가 각각 주인을 위하는 일이니 핑계대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갈량은 주유가 손권을 섬기자고 손을 내밀었으나 이를 거절하자 자신을 죽이려는 계책임을 간파했습니다. 하지만 핑계대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일단 승낙했습니다. 노숙은 제갈량이 이를 알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제갈량을 만나서 떠보았습니다.

군영회에서 검춤을 추는 주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군영회에서 검춤을 추는 주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선생은 이번에 가서 공적을 이룰 수 있으시겠소?

나는 수상전이든, 육상전이든, 기마전이든, 전차전이든 절묘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소. 공적을 이루는 것 쯤 무엇 하러 걱정하겠소? 잘하는 것이 한 가지밖에 없는 강동의 공이나 주유와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나와 주유가 어째서 잘 하는 것이 한 가지밖에 없다는 것이오?

내가 강남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다 보니 ‘길에 엎드려 관문을 지키는 데는 노숙을 쓰라. 강을 사이에 두고 물에서 싸우는 데는 주유가 있다.’ 하더이다. 공은 육지에서는 다만 길에 매복하여 요충을 지키는 것만 잘하고, 주유는 다만 수상전만 잘할 뿐 육상전은 못한다는 것이 아니겠소.

제갈량의 말을 전해들은 주유는 화가 나서 스스로 직접 군사를 이끌고 조조의 양도를 끊기로 했습니다. 노숙이 다시 제갈량에게 알려주자 제갈량은 주유가 생각했던 바를 알려주었습니다. 아울러 마음을 합쳐 조조를 무찔러야 된다고 하였습니다. 주유는 자신의 생각을 손바닥처럼 훤히 알고 있는 제갈량이 더욱 미웠습니다. 반드시 죽여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모종강은 제갈량을 미워하는 주유와 제갈량과 연합하려는 노숙을 비교하여 이같이 평했습니다.

‘제갈량은 초려를 나오기 전에 유비에게 “손권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랬기 때문에 형주를 지킬 때 관우가 군사를 나누어 동오를 치려 하자 제갈량은 말렸고, 관우가 죽은 다음에 현덕이 군사를 일으켜 동오를 치려고 하자 제갈량은 간했으며, 백제성(白帝城)에서 어린 아들에 대한 부탁을 받은 뒤부터 제갈량은 세상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동오와 나쁘게 지낸 적이 없다. 제갈량이 동오와 손을 잡으려고 한 것은 함께 한나라의 역적을 토벌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오직 노숙의 견해가 제갈량과 같았을 뿐, 주유의 견해는 노숙과 달랐다. 노숙은 제갈량을 끌어들여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주유는 제갈량을 죽이려고 했고, 노숙은 유비를 끌어들여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주유는 다시 유비를 죽이려고 했다. 이로 보면 주유는 노숙을 따라가려면 한창 먼 사람이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노숙이 유비와 제갈량이 인걸(人傑)인 줄을 알았기 때문에 얻어서 지원세력으로 삼으려 했다면, 주유 역시 유비와 제갈량이 인걸인 줄은 알았기 때문에 죽여서 후환을 끊으려 했던 것이다. 천하의 인걸은 인걸이 아니면 알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유 역시 인걸이었던 모양이다.’

유비는 제갈량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었습니다. 미축을 보내서 사정을 알아보게 하였습니다. 주유는 야심찬 호걸인 유비도 제거하고 싶었습니다. 미축을 통해 유비와 상의할 일이 있으니 속히 와주기를 바랐습니다. 관우가 말렸지만 유비는 즉시 주유에게 왔습니다. 대신 관우를 대동했습니다. 주유는 천막 안에 도부수들을 숨겨놓고 유비를 맞이했습니다.

제갈량은 유비가 온 것을 알고 위험을 느꼈지만 관우가 있는 것을 알고는 강변에서 유비를 기다렸습니다. 주유는 관우가 유비를 보좌하는 것을 알고는 유비를 살려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갈량이 알려주었을 때 유비도 식은땀이 흘렀을 것입니다. 제갈량은 11월20일에 돌아갈 것임을 알려주고 유비와 작별했습니다.

한편, 주유는 조조가 보낸 편지를 읽지도 않고 찢어버리고 편지를 가져온 사자도 죽였습니다. 즉시 감녕을 선봉으로 삼아 공격했습니다. 수전에 능하지 못한 조조군은 참패했습니다. 조조가 장윤과 채모를 탓하자 곧장 수군훈련에 돌입했습니다. 주유는 몰래 조조의 수군영채를 정탐했습니다. 영채가 질서정연한 것을 보고 이들을 훈련시키는 채모와 장윤을 먼저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누선에 올라 조조의 영채를 정탐하는 주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누선에 올라 조조의 영채를 정탐하는 주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마침 조조 쪽에서 장간이 사자로 왔습니다. 장간은 주유의 옛 친구입니다. 주유는 세객(說客)으로 온 장간을 역이용하기로 하고 술을 먹고 취한 척 쓰러졌습니다. 장간으로 하여금 채모와 장윤이 주유에게 항복하겠다고 보내온 편지를 가져가게 했습니다. 물론 이 편지는 주유가 가짜로 만든 것입니다. 장간이 가져온 가짜편지를 본 조조는 대노하여 즉각 채모와 장윤의 목을 베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들의 목이 베어지자 조조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주유의 계책에 빠진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후세의 사람들이 시를 지어 탄식했습니다.

장간.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간.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의 간교함에 당할 사람 없다더니만 曹操奸雄不可當
한 때는 주유의 속임수에 빠졌네 一時詭計中周郞
채모와 장윤은 주인 팔아 잘 살려고 하더니만 蔡張賣主求生計
오늘 아침 목 잘릴 줄 그 누가 알았으랴 誰料今朝劍下亡

여러 장수들이 채모와 장윤이 죽은 까닭을 물었습니다. 조조는 주유의 속임수에 빠진 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군법을 어겼네. 그래서 내가 죽였네.

조조는 모개와 우금으로 하여금 수군을 훈련시키도록 하였습니다. 주유는 채모와 장윤이 제거된 것을 알고 매우 기뻤습니다. 주유는 제갈량도 자신의 계책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노숙을 보냈습니다. 제갈량은 노숙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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