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는 삼국지](48) 촉오동맹 시작도 전, 제갈량 제거를 고민하는 주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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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권은 조조가 대군을 몰고 오는 것에 대해 상의하고자 주유를 불렀습니다. 주유는 파양호(鄱陽湖)에서 수군을 훈련하다가 손권이 사자를 보내기도 전에 손권에게로 달려왔습니다. 주유는 먼저 노숙을 만나 그간의 사정을 파악했습니다. 노숙이 상의를 마치고 돌아가자 장소, 고옹을 비롯한 주화파(主和派)가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돌아가자 정보, 황개를 비롯한 주전파(主戰派)들이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모두 주유가 자신들의 생각에 동조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손권의 오른팔인 주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손권의 오른팔인 주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저녁이 되자 노숙이 제갈량과 함께 주유를 찾아왔습니다. 노숙이 주유에게 계책을 묻자 주유는 항복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답합니다. 노숙이 깜짝 놀라 논쟁을 벌이자 제갈량은 옆에서 비웃고만 있었습니다. 주유가 묻자 제갈량은 노숙이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몰아붙입니다. 믿었던 주유에 이어 합심하여 물리치자던 제갈량마저 말을 바꿔 항복하는 것에 찬성하자 노숙은 엄청 화가 났습니다.

너는 우리 주인더러 역적 놈에게 무릎을 꿇고 욕을 당하라는 말이냐?

제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방법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그대로 하면 술 동이를 메고 양을 끌고 갈 것도 없고, 국토와 인수(印綬)를 바치려고 수고할 것도 없습니다. 또한 친히 강을 건너갈 필요도 없고요. 다만 한 사람의 사자와 함께 두 사람만 작은 배에 실어 보내면 될 것입니다. 조조가 만일 그 두 사람만 얻는다면 백만의 무리가 갑옷을 벗고 깃발을 말아 들고 물러갈 것입니다.

주유는 조조의 군사를 물리칠 수 있는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습니다. 제갈량은 조조가 웅장하고 화려한 동작대(銅雀臺)를 짓고, 천하의 미녀로 동작대를 채우려 한다면서, 조조가 일찍이 맹세한 일을 알려줍니다.

‘나의 한 가지 소원은 강동의 이교(二橋: 대교와 소교)를 얻어다 동작대에 두고 늘그막을 즐겁게 보내는 것인데 그렇게만 된다면 죽어도 원이 없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서 두 여인을 조조에게 보내주면 간단하게 조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주유가 믿으려 하지 않자, 제갈량은 조식이 지은 동작대부(銅雀臺賦)를 읊어주며 조조의 말이 사실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이교는 손책과 주유의 부인을 말합니다. 제갈량의 말을 다 들은 주유가 벌컥 화를 내며 일어나 조조를 욕했습니다.

나와 그 늙은 놈은 맹세코 이 세상에 같이 살 수 없을 것이오.

제갈량의 격장지계(激將之計)가 주유에게 제대로 먹힌 것입니다. 사실 주유도 조조와 싸울 것을 다짐하고 급히 손권을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여러 대신의 의견이 분분하여 일부러 말을 돌려서 했던 것입니다.

다음날, 손권과 대신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손권은 주유에게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주유는 주화파의 대표인 장소의 말이 끝나자 작심한 듯 말을 시작했습니다.

항복은 세상 물정에 어둡고 융통성 없는 선비나 하는 말입니다. 강동은 개국한 이래 지금까지 3대나 되었습니다. 어떻게 차마 하루아침에 버릴 수 있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소?

조조가 비록 한나라 승상을 칭탁하고 있지만 실상은 한나라의 역적입니다. 장군께서는 영명하고 위풍당당하신 영웅으로 아버님과 형님의 기업을 물려받아 강동을 차지하고 계십니다. 군사도 강력하고 군량도 풍부하니 마땅히 천하를 주름잡으며 국가를 위하여 잔포한 것들을 쓸어버려야 할 터인데 어떻게 역적에게 항복하겠습니까?

이어서 조조가 네 가지의 금기사항을 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첫째, 마등, 한수 등 후방이 평정되지 않아 오랫동안 남정(南征)에 매달릴 수 없으며, 둘째, 수전(水戰)에 익숙하지 못한 군사가 수전을 하려고 하는 것이며, 셋째, 말먹이가 없는 한겨울에 온 것이며, 넷째, 기후와 풍토가 맞지 않아 질병에 걸릴 것이기에 조조군이 반드시 패할 것을 장담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조조를 무찌르겠다고 하자, 손권은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앞에 있던 책상의 모서리를 내리치고 말했습니다.

책상 모서리를 베며 조조와 싸울 것임을 선언하는 손권. 출처=예슝(葉雄) 화백

책상 모서리를 베며 조조와 싸울 것임을 선언하는 손권. 출처=예슝(葉雄) 화백

여러 대신 중에 다시 조조에게 항복하자는 말을 하는 자가 있다면 이처럼 될 것이오.

모종강은 손권의 내정을 총괄하는 장소가 항복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비판했습니다.

‘장소는 지중한 손책의 부탁을 저버리고 있다. 이것을 두고 어떤 사람은 “결정하기 어려운 국내의 일이 있으면 장소에게 물으라고 했으니, 원래부터 그에게 국외의 일을 물은 것이 잘못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내정에 밝은 사람이 외적의 침입에 관해서는 어둡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또 외적의 침입에 대처할 줄 모르는 사람이 내정은 밝게 잘 처리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외적을 물리치는 것이 바로 내정을 안정시키는 길인데, 쳐들어오는 외적에게 저항할 생각마저 못하는 사람을 내정에 밝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나는 믿지 못하겠다.’

손권은 주유를 대도독에 임명하고 조조군을 무찌르는데 전권(全權)을 주었습니다. 주유는 제갈량이 자신과 손권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을 알고는 머지않아 강동의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갈량을 처치하고자 마음먹습니다. 노숙이 조조를 무찌르기 전에 스스로 팔을 자르는 것이라며 반대했습니다. 차선책으로 형인 제갈근을 이용해 제갈량도 손권을 모시도록 달래보게 하였습니다.

제갈근은 즉시 동생을 찾아갔습니다. 제갈량이 맞이하고 울면서 절을 했습니다. 제갈근도 울면서 말했습니다.

제갈량의 형 제갈근.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의 형 제갈근. 출처=예슝(葉雄) 화백

아우는 백이, 숙제를 아느냐?

‘이것은 분명 주유가 나를 달래라고 보낸 것이구나.’

백이와 숙제는 비록 수양산(首陽山)에서 굶어 죽었지만 형제 두 사람은 끝까지 함께 있었다. 나는 지금 너와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같은 젖을 먹고 자랐는데, 각각 다른 주인을 섬기면서 아침저녁으로 모일 수도 없으니 백이와 숙제를 보기에 부끄럽지 않느냐?

형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정이고, 아우가 지키려는 것은 의리입니다. 아우와 형님은 모두 한나라 사람이고 지금 유비께서는 바로 한황실의 후예이시니 형님께서 만일 동오를 버리고 아우와 함께 유황숙을 섬기신다면, 위로는 한나라의 신하로서 부끄럽지 않고 형제가 또한 모여 살 수 있으니 이것이 정과 의리를 온전히 지킬 수 있는 방책입니다. 형님의 생각이 어떠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제갈근은 동생을 회유하러 갔다가 도리어 회유를 당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제갈근이 동생 달래기에 실패하자 주유가 직접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지혜와 지혜가 만나서 화합해야 하는데, 재주끼리 만나니 다툼만 일어나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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