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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방', 세탁은 하는데 '세탁업'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역삼동에 사는 차민재(가명·31)씨는 동네 유료 ‘빨래방’을 자주 애용한다.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직장인이 이용하기 편리한데다 가격도 1회 이용비가 2000~5000원 선으로 저렴하기 때문. 그동안 밀린 빨래를 세탁에서 건조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하지만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차씨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빨래방인 만큼 앞선 이용자들이 애완동물로 인해 침, 털, 비듬, 분비물이 묻어 있는 의류, 수건 등이 세탁된 것은 아닌지, 또 세탁기·건조기가 살균소득 등 위생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싱글족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어김없이 들어서 있는 유료 ‘빨래방’은 직장인들이 애용하는 단골 서비스다.

하지만 현재 빨래방은 세탁 업무를 하면서도 법적으로 세탁업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즉, 일반 세탁소와 달리 빨래방은 공중위생관리법 상 세탁업으로 속하지 않다는 게 복지부측의 해석이다.

복지부 공중위생팀 관계자는 “세탁소를 공중위생관리법에서 다루는 것은 드라이크리닝 등에 쓰이는 유기용제의 보관 및 세탁물 위생관리 때문인데 빨래방은 물세탁인데다 소비자가 스스로 세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세탁업으로 분류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복지부에서는 빨래방을 담당하는 직원이 없다.

세탁소를 대표하는 조직인 한국세탁업중앙회 관계자 역시 “커피자판기를 다방으로, 지하철 내 즉석사진기를 사진관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세탁기능사가 없는 빨래방은 세탁업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빨래방의 위생관리실태를 점검할 관리주체가 붕 떠있는 상태다. 자칫 잘못하면 옷 세탁 하러 갔다, 피부염 등 병을 옮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빨래방업체들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설령 애완동물의 분비물 등 세균감염 우려가 있는 세탁물이라 하더라도 세탁기와 건조기의 살균작용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전국적으로 58개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S빨래방의 경우 은나노 세탁기가 세균을 잡아주고, 열풍 건조기가 함께 작동하는 이중살균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전기분해로 용해된 은이 옷과 닿으면서 살균과 항균작용을 해 준다는 것.

이 업체의 한 임원은 “건조기의 경우 뜨거운 바람을 통해 옷 등에 묻은 세균을 죽인 후 이를 빨아들이는 기능을 동시에 갖췄다”면서 “세탁시 살균 등 위생관리의 경우 기술팀과 자체 연구소에서 끊임없는 개선책을 마련해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역삼동에 본사를 둔 P빨래방(전국 30여개 체인점) 이모 사장은 “우리는 액체세재를 사용하는데 살균소독 기능이 탁월하다”며 “건조기 속 이중 필터가 먼지와 세균을 모두 걸려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보호원은 지난 7월 “서울시내 찜질방 10곳 중 8곳에서 빌려주는 옷이 일반세균 투성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소보원 관계자는 “찜질방 옷의 세탁·보관 등 위생관리상태가 취약했던 것은 보관의 문제도 있었지만, 일부 찜질방의 경우 발판이나 수건 등과 같이 세탁하고 그 후 관리도 허술했기 때문”이라며 “빨래방 역시 현재처럼 사실상 행정관리 공백상태가 지속될 경우 제2의 찜질방 옷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논란은 결국 소속 주무부처를 결정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빨래방이 세탁업으로 분류돼 있는 만큼 복지부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빨래방 영업신고를 받고 있는 해당 시·군·구에선 사실상 세탁업으로 신고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청 보건위생과 강태섭 차장은 “실제 빨래방들은 신고할 때 ‘○○ 세탁소’로 신고하고, 세탁업소와 마찬가지로 공중위생업자가 받아야 하는 위생교육 역시 함께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행법 상 세탁업에 대한 정의를 보더라도 빨래방은 세탁업에 포함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중위생관리법에서 ‘세탁업은 의류 기타 섬유제품이나 피혁제품 등을 세탁하는 영업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규정의 핵심내용인 ‘세탁’과 ‘영업’이라는 조건을 빨래방이 모두 충족하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빨래방이 국내에 들어온 지 벌써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복지부가 ‘신업종·변종업종’으로 분류한 채 관리책임을 방기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빨래방을 더 이상 위생 사각지대로 남겨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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