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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학 시험가동 TDI 군산 공장-공해 안전 연일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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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연내 본격 제품생산을 위해 시험 가동중인 군산시 소룡동 동양화학 공업(주) 군산공장이 가스유출이나 폭발을 우려하는 군산·옥구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진통을 겪고 있다.
국내 굴지의 화학기업인 동양화학 (대표 이수영)은 87년 1월9일 전북도로부터 군산시가 조성한 임해공단 제1단지 내 공업용지 11만6천 평에 입주 지정을 허가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8월31일엔 군산시로부터 공장 건축허가를 받아, 91년까지 1천2백50억 원을 들여 연간 2만5천t의 TDI(톨루엔디소시아네이트)를 생산할 공장 건축에 착수, 그 동안 8백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연내 제품생산을 목표로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엄대우씨 (45·군산 봉황묘원 대표)를 주축으로 한 군산 환경보존 대책협의회가 「독가스」 제조업체라며 「입주반대를 외치고 나서면서 시민운동으로도 확산, 천주교 전주교구 군산·옥구 사목협의회가 「1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기에 이르자 연내 제품생산을 목표로 한 공장은 진통을 겪게 된 것이다.
군산시는 78년부터 87년까지 10년여에 걸쳐 소룡동 한쪽 모퉁이에서 장산 도를 잇는 개펄을 준설해 1백55만평 규모의 제1공단 (임해공단)을 조성했으나 당시만 해도 기업들이 지방공단 입주를 꺼려해 공업용지에 보리를 파종하는 등 분양이 안된 채 공단 조성사업이 표류했었다.
대륙 교역을 위한 서해안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군산지역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고 제1공단 입주 희망업체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입주업체가 없어 얘를 태웠던 군산시는 공단에 많은 공장이 들어서고 활발하게 가동된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입장이어서 일부 공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완벽하게 방지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입주를 허용했다.
이 때문에 동양화학의 입주가 시작됐으며 당초 회사측은 탈취제와 제습제 등 9개 품목을 생산, 유해 여부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동양화학은 입주지정을 받은 그 해 11월 TDI 품목을 추가로 신청, 다음해 1월 전북도가 이를 승인함으로써 일부 시민사이에 입주반대 여론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측은 미국의 「얼라이드시그널」사와 기술 도입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려 처음 입주지정을 신청할 때 함께 신청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은 믿으려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인구밀집 지역으로부터 1.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독가스를 생성하는 TDI 공장을 만들 경우 주민 반발이 예상되므로 다른 품목으로 위장해 입주지정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군산 환경보전협의회는 유인물을 통해 TDI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중간 반응물질인 포스겐(Phosgene)이 제1, 2차 세계대전 때 화학 무기로 사용돼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던 독가스로 공장이 폭발하거나 취급 부주의로 가스가 새면 주변 40km가 황폐화되고 말 것이라며 입주 반대운동을 부추겼다.
군산 환경보전협의회는 84년에 있었던 인도 보팔시의 참사를 소개, 여론을 모았다.
금세기 최대규모의 산업재해로 꼽히는 보팔시의 MIC (Methylisocydnde·농약제조원료) 공장 가스누출사고는 2천여 명이 목숨을 잃고 5천여 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1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을 낸 참사였다.
동양화학은 88년 말 노동부로부터 「공장 안전성 검사」를 받았고, 환경처도 「환경영향 평가서」에 슬그머니 협의를 해줬다.
그리고 군산시는 회사측이 지난해 8월25일 군산 관광호텔 9층 연회실에서 통·반장등 6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갖자 이를 근거로 엿새만인 31일 공장건설을 허가 해줘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군산지역 농·수협과 대한 노인 회 군산지회·청년회의소·부녀회·라이온스 클럽 등 52개 사회단체들이 「TDI 군산 공장의 즉각 철수」에 목소리를 같이하면서 공장건설이 허가된 다음날인 9월1일에는 가두 시위까지 벌여 시민여론을 확산시켰다.
회사측은 "TDI 공장은 안전하며 설령 가스가 누출된다 해도 각종 제어장치가 가동돼 아무런 피해가 없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공장 유치를 일부 세력들이 반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거지역에 TDI 공장이 세워져 있어도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는 각종 유인물을 제작·살포하면서 시민 홍보에 나섰다.
올 들어 6월9일에는 군산 KBS 공개홀에서 공청회를 개최했으나 유해여부를 둘러싼 찬반 주장뿐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채 시험가동을 앞두고 요식 행위를 갖춘 의미밖에 없었다는 비난을 샀을 뿐이다.
게다가 동양화학이 지난 6월25일부터 연내 제품생산을 위한 시험가동에 들어가자 그 동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던 천주교 전주교구 군산·옥구지역 사목협의회가 7월1일부터 「TDI 군산 공장 철거를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 반대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동양화학 TDI 군산 공장이 경제적 이익만을 도모한 나머지 하느님이 주신 생명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시작된 서명운동은 「동양화학 TDI 군산 공장의 철거」를 요구하는 두 번째 청원을 낸 11월13일까지 4개월 13일 동안 군산 시민의 63%인 9만4천7백78명이 참여했다.
국회 국정 감사반의 전 북도에 대한 감사 팀마다 단골 메뉴로 삼고있는 TDI 군산 공장에 대한 공방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제2의 안면도 사태를 걱정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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