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풍환자에 독인 '치맥'...그런데 결석엔 맥주가 좋다는 말 맞나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여름철 관리 필요한 질병

땀·더위에 약한 갑상샘 기능 항진증
약 임의로 중단했다간 재발 가능성
요로결석도 골치, 물 하루 2L 마셔야

여름철엔 무더위 탓에 땀을 많이 흘리고 탈수 현상을 겪기 쉽다. 조금만 움직여도 체력 소모가 심한 데다 입맛을 잃어 자극적인 음식을 갈구하게 된다. 건강 균형이 무너지면서 신체 관리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일부 기저 질환자는 증상이 악화하거나 재발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여름을 어떻게 나느냐가 질환 관리의 성패를 좌우한다. 한여름에 특별 관리가 필요한 질병 정보를 알아둬 건강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자.

일부 자가면역 질환은 날이 덥고 햇빛이 강한 여름에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게 갑상샘 기능 항진증이다.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해 갑상샘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다 올 초부터 상태가 좋아져 스스로 투약을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피로감이 잦아지고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며 가슴 뛰는 증상이 나타났다. 걱정된 김씨는 다시 병원을 찾았고 혈액검사를 받은 결과 의사로부터 갑상샘 수치가 나빠졌단 말을 들었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

갑상샘 기능 항진증

통풍 환자, 술·단 음료 피해야  

갑상샘은 갑상샘호르몬을 혈액으로 내보내 심장과 위장관 운동, 체온 유지 등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은 갑상샘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몸의 대사 속도가 빨라지는 병이다. 몸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남는 에너지는 열의 형태로 발산해 환자는 유난히 더위를 느끼고 잦은 피로감을 호소하게 된다. 의정부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이문규 교수는 “갑상샘 기능 항진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땀을 많이 흘리고 유난히 더위를 못 참는 경향이 있다”며 “병에 걸렸단 사실을 몰랐다가 여름에 너무 더위를 탄다며 병원에 왔다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약물요법이다. 보통 항갑상샘제를 1~2년간 투여하고 약제를 끊은 후 재발 여부를 관찰한다. 대개 2개월가량 약을 먹으면 갑상샘 기능이 정상화하고 증상이 사라지지만, 그때 바로 약을 끊지 않고 서서히 줄여나가야 한다. 특히 여름철에 접어들면 약 복용량을 신중히 조절해야 한다. 김씨처럼 증상이 없어졌다고 임의로 중단했다간 약물 투여 기간이 짧아 재발할 우려가 커진다. 재발했을 땐 보통 방사성 요오드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재발 우려가 높은 환자는 아예 처음부터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통풍

통풍

한여름엔 무더위에 지쳐 식욕이 줄고 입맛을 잃기 쉽다. 일반식보다 간식·별식을 유난히 찾게 된다. 단맛이 많이 나는 음료수나 디저트류, 과일주스를 즐기고 시원한 맥주에도 손이 자주 간다. 하루 중 그나마 더위가 가시는 밤에 사람들과 만나 식사하거나 술자리를 갖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여름철 생활 패턴은 통풍 환자에겐 독이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힘줄이나 주변 조직에 침착되는 병이다. 엄지발가락이나 발등, 발목, 무릎에 손도 못 댈 정도로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요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퓨린이란 물질이 몸에서 에너지로 쓰이고 난 후 나오는 일종의 찌꺼기다. 보통 신장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와야 하지만 신장에서 요산을 잘 배출해내지 못하면 요산 농도가 높아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통풍은 약물치료와 함께 식이요법, 생활습관 교정이 기본이다. 특히 내장류, 콘 시럽이 함유된 음료수나 음식, 모든 종류의 술은 반드시 피해야 할 음식이다. 육류나 등푸른생선·조개와 같은 해산물, 과일주스, 단맛 나는 음료, 디저트, 소금 등도 주의해야 한다. 한여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치맥’(치킨·맥주)을 대표적인 통풍 악화 요인으로 꼽는 이유다.

반면에 곡류, 채소, 과일, 달걀, 해조류로 꾸린 식단과 저지방·무지방 유제품, 적당한 강도의 운동은 여름철에 권장하는 생활습관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김문영 교수는 “땀을 적당히 흘릴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인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가벼운 등산, 수영이 통풍 예방에 좋다”며 “통풍 발작이 나타날 땐 다리를 높은 곳으로 올리고 얼음찜질한 뒤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풍

통풍

요로결석, 5년 내 재발 확률 50%

여름철엔 요로결석도 골칫거리다. 소변을 만들고 이를 배설하는 요로에 결석이 생기는 병이다. 여름철 고온으로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수분량이 적어지고 소변량이 줄어 결석 형성률이 높아진다. 여름철에 즐겨 먹는 고기류의 보양식이나 면류, 달고 짠 자극적인 음식 역시 요로결석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조성용 교수는 “온도와 계절은 요로 발생에 중요한 요인”이라며 “여름엔 땀을 많이 흘리면서 소변이 농축돼 요로결석 생성이 용이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로결석은 다양한 모양의 돌 결정체가 소변과 함께 나오면서 요로를 긁어 상처를 낸다. 이때 산통에 비견되는 요산통이 발생한다. 결석이 나올 때 요로가 막혀 콩팥이 부으면서 구역감·오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크기가 작으면 자연 배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5㎜ 이상이면 결석을 깨거나 제거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재발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한 번 생기면 평균 1년 후 약 7%, 5년 내 약 50%까지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어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요로결석을 예방하려면 하루에 최소 2L의 물을 마시고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인다. 결석의 생성을 막는 데 도움되는 구연산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즐겨 먹는 것도 좋다. 토마토·오렌지·귤 등의 과일과 채소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과도한 육류와 지방 섭취를 줄이고 수산 함량이 높은 시금치와 아몬드, 커피, 탄산음료 등은 섭취에 주의한다.

여름철 요주의 질병 팩트체크

X 갑상샘 항진증이면 요오드 섭취를 피한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 환자라고 일상생활에서 해조류·어패류·유제품에 많은 요오드 섭취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작할 땐 약 2주 전부터 저요오드식을 한다. 체내에 일반 요오드의 양을 감소시켜 치료 효과를 가진 방사성 요오드가 더 많이 축적되게 하기 위함이다.

X 평소 맥주 즐기면 결석 배출에 좋다
요로결석의 크기가 작아도 한 달 안에 자연 배출될 확률은 50~60% 수준이다. 맥주를 마시고 소변의 수압으로 결석을 밀어낸다는 측면에선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맥주는 결석을 생성하는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평소에 맥주를 많이 마시면 오히려 결석이 생성될 확률이 높다.

X 결석 있으면 칼슘 함유 음식은 피한다
요로결석의 80% 이상은 칼슘이 포함됐기 때문에 과거에는 칼슘을 적게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칼슘은 뼈나 치아를 이루고 근육의 활동, 지혈 등 다양한 효능을 발휘한다. 칼슘 섭취가 지나치게 적다면 신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다.

O 통풍 환자에겐 약주도 독이다
통풍 환자의 50%가 과도한 알코올 섭취와 관련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급격한 알코올 섭취 시 알코올이 젖산으로 바뀌고 젖산은 신장의 세뇨관에서 경쟁적으로 작용해 요산의 배설을 억제한다. 어떤 종류의 술이라도 알코올이 고요산혈증과 통풍 발생을 증가시키므로 금주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O 중년 여성은 통풍 발병률이 높다
통풍은 주로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남성은 콩팥의 요산 제거 능력이 나이 들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성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잘 유지된다. 하지만 폐경 이후엔 여성도 통풍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알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