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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현정은 방북 거부...통전부 아닌 외무성이 나선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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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이 오는 8월 4일 고(故) 정몽헌 회장 20주기에 맞춰 금강산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는 남측 일부 매체의 보도에 대해 1일 외무성 담화로 공개 거부했다.

2018년 8월 고(故) 정몽헌 회장 15주기를 맞아 북한 금강산에서 진행한 추모식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모습. 사진 현대아산

2018년 8월 고(故) 정몽헌 회장 15주기를 맞아 북한 금강산에서 진행한 추모식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모습. 사진 현대아산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김성일 외무성 국장 명의의 담화에서 현 회장 측의 방북과 관련해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방문 의향에 대하여 통보받은 바 없고 알지도 못하며 또한 검토해볼 의향도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은 공화국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관계와 관련된 사안에 대한 입장을 대남기구인 노동당 통일전선부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아닌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외무성을 통해 낸 건 특이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남북 간 관계의 특수성을 지우고 남측을 '외국'과 같은 지위로 보겠다는 입장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현 회장 측의 방북을 '입국'으로 표현했다. 남북 관계가 좋던 시절 정부는 남북간 상호 방문 때 '입국'이나 '출국'이라는 용어 대신 '입경(入境)'과 '출경(出境)' 등을 사용하며 남북한 관계의 특수성을 용어에 반영했다.

남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바라본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 내 고성 온정리 일대의 모습. 북한은 지난해 온정리에 있는 문화회관, 온정각 휴게소 등을 일방적으로 철거했다. 연합뉴스

남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바라본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 내 고성 온정리 일대의 모습. 북한은 지난해 온정리에 있는 문화회관, 온정각 휴게소 등을 일방적으로 철거했다. 연합뉴스

또 김 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 국가에 입국하는 문제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는 아무러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며 "이러한 원칙과 방침은 불변하며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지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대아산의 북측 카운트파트로 남측의 대북사업을 담당하면서 남북경협을 주관해 온 아태위의 기존 역할과 기능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의 소유권, 관리권은 북한에 넘어갔다는 주장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로 보여지듯 남북 관계가 당분간 예전 같은 수준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남북 관계를 '대적 관계'로 설정하며 대남 적개심 고취를 통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며 "남측 인사의 방북 허용으로 자신들의 이런 기조가 조금이라도 잘못 해석할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1일 북한 담화와 관련해 "북측이 순수 추모행사를 위한 목적의 방북에 대해 일방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현재 현대아산의 북한주민접촉 신청은 관계부처 협의 중에 있으며, 오늘 북한 발표 내용을 고려하여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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