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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개성공단 이어…900억 '금강산'도 北 상대 소송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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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바라본 고성 온정리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남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바라본 고성 온정리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개성공단에 이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자산에 대한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추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익명을 원한 복수의 소식통은 4일 중앙일보에 "개성공단에 이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에 대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송을 진행하는 주체로는 금강산 관광지구 내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가 유력하다고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남북협력기금에서 약 900억 원을 대출받아 금강산 관광지구 내 시설에 투자했다. 구체적으로 금강산 관광의 독점 운영권을 가진 현대아산으로부터 문화회관(2001년), 온정각휴게소(2002년), 온천장 등을 각각 매입해 소유하고 있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장전항에 설치한 해상 호텔인 호텔 해금강의 전경. 통일부사진기자단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장전항에 설치한 해상 호텔인 호텔 해금강의 전경. 통일부사진기자단

그러나 북한은 2010년 2월 '금강산・개성 관광 관련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결렬되자 그해 4월 정부 및 관광공사의 자산을 몰수하고 민간 자산도 동결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2011년 4월에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의 효력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인 2019년 10월 금강산을 방문해 '남측 시설들을 합의하에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의 지시 이후 북한은 온정각휴게소와 문화회관을 철거했고, 온천장에는 중국 관광객을 무단으로 유치하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원한 국책기관 관계자는 "관광공사 입장에선 금강산 내 시설 매입을 위해 대출받은 남북협력기금(약 900억원)에 대한 이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북한이 한국 소유의 시설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천명한 상황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미국의소리(V0A) 보도에 따르면 민간 위성사진 전문업체인 '플래닛랩스'가 지난 3일 금강산 관광지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금강산 관광지구 내 장전항에서 통천항으로 옮겨진 호텔 해금강의 하층 지지대가 최종 해체된 것으로 파악됐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남북 통신선 및 개성공단 무단가동 관련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남북 통신선 및 개성공단 무단가동 관련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북한에 있는 한국 소유의 시설물에 대한 법적 대응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것은 한국의 자산을 지키려는 의도와 함께 금강산 및 개성공단 시설이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북한이 개성공단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재산권 침해"라 규정하며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직후인 지난달 24일엔 한국수출입은행과 통일부 산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통한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포함해 북한의 불법적인 개성공단 무단사용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개성공단에 대한 법적 절차와 마찬가지로, 금강산 시설에 대한 소송 역시 실효성 면에선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통일부는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한국측 자산과 관련해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의 주체가 되기 어렵다. 정부가 한국관광공사를 소송의 주체로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다른 소식통은 "관계 기관이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소송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금강산의 경우에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과 중앙특구지도개발총국이나 이들을 산하에 두고 있는 대외경제성 산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등을 놓고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에 대한 법적 조치 검토는 실효성보단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강조한 '가치연대'를 통해 김정은 정권이 아파하는 인권문제와 핵심 돈줄 차단 등 가능한 모든 카드를 동원해 북한을 외교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소송 주체로 검토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 측에서는 "아직 공사 차원에서는 해당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되는 사안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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