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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에 첫 소송 제기…"연락사무소 폭파 447억 배상하라"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북한이 3년 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불법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고자 14일 북한을 상대로 447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중앙일보 4월 24일자 12면〉.

북한이 2020년 6월 16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북한이 2020년 6월 16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는 16일부로 완성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고 국가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가 발생하거나 그 사실을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북한은 2020년 6월 16일 연락사무소를 불법 폭파했다. 이날 소송은 이로부터 3년이 되는 오는 16일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밝힌 447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피해액 102억 5000만원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피해액 344억5000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두 건물은 모두 국유재산으로 등록된 대한민국 정부의 재산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중단 조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중단 조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통일부는 피해액 산정과 관련해 연락사무소의 경우 감가상각이 적용된 평가액 69억7700만원과 감가상각이 적용된 개보수비용 32억 6900만원을 합한 금액이고, 종합지원센터는 취득원가 468억4800만원에서 감가상각액 123억9500만원을 제외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소송의 피고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으로, 원고를 '대한민국'으로 명기했다. 다만 소송 대상인 북한의 법적 지위를 국가가 아닌 '비법인사단'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비법인사단이라 해도 북한의 우리 헌법상 지위와 성격은 그대로 인정된다"며 "북한이 민법상 당사자 능력을 가지는 비법인사단이라는 전제 아래 불법행위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배상 등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구병삼 대변인은 "북한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법률적으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판문점 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위반한 것이며 남북 간의 상호 존중과 신뢰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관계부처와의 협력 하에 소송을 진행해 나갈 것이며 북한의 우리 정부 및 우리 국민의 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고, 원칙 있는 통일·대북정책을 통해 상호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남북관계를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9월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남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2018년 9월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남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앞으로 소송 절차는 정부의 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부가 맡아서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승소하더라도 북한에 실제 손해배상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법무부 등 유관 부서와 협의해 가능한 강제집행 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유사한 사례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을 대상으로 해서 지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소송 결과를 함께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문협은 국내 방송사들이 사용하는 조선중앙TV 영상에 대한 저작권료 징수를 대행하고 있는데,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북한으로의 송금이 불가능해지자 그간 징수한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 놓고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같은 해 9월 개성공단에 설치됐다. 그러나 북한은 2년 뒤인 2020년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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