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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없이 국민의힘 없다”지만…호남 與 이용호, 서울 출마할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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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 참석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 참석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뉴스1

“호남이 없으면 국민의힘도 없다는 마음으로 호남 시민과 함께하겠다.”(5월 18일 광주)
“호남에 대한 우리의 마음, 애정, 진심은 변함이 없다.”(3월 23일 전북 전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 후 여러차례 호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이어온 호남 중시 전략을 계승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최근 여권의 모습은 사뭇 다른 양상이다. 당장 유일한 현역 호남 지역구 의원이 호남을 떠났다. 이용호 의원은 지난 28일 마감한 국민의힘 사고 당협 조직위원장 공모에 지원했다. 당내에선 서울 마포갑에 지원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의원은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 간판을 달고 전북 남원·임실·순창 지역에서 당선된 뒤 21대 총선엔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그런 그가 남원·임실·순창 당협위원장직에서 사퇴한 뒤 내년 총선 땐 수도권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부터 당내에선 “다음 총선 땐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길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다만 이 의원은 30일 입장문을 통해 “인구 하한선 미달로 선거구 변화가 불가피해 당협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며 “국회의원으로서 책무는 끝까지 다하겠다”고 밝혔다.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후보로 전북 전주을에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정운천 의원은 최근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4·5 재·보궐선거 때 전주을에서 선거가 치러졌지만, 출마 대신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를 택했다. 전주을 선거 패배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전북도당위원장과 전주을 당협위원장도 동시에 물러났다. 형식적으론 자진 사퇴였지만 당시 김경민 후보가 득표율 8%로 5위에 그치며 참패하자 정 의원이 선거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고 판단한 당 지도부가 사실상 징계를 내렸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다만, 정 의원은 이번에 다시 전주을 조직위원장에 지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 두번째)가 지난 14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 두번째)가 지난 14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당내에선 이러다 “호남 구애 노력이 수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기현 대표는 그간 김재원 최고위원 등이 5·18과 관련해 설화를 일으키자 중징계를 내렸고, 태영호 전 최고위원이 사퇴한 자리에는 광주 출신의 김가람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5·18 기념행사에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했고, 김 대표는 취임 후 공식 일정으로만 네 차례 호남을 방문했다. 첫 현장 최고위원회를 전주에서 연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첫 예산정책협의회도 광주시청에서 열었다.

물론 당내에선 총선 승리를 위해 현실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이유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솔직히 호남에 들이는 공을 충청에 들이면 총선 결과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충청권을 공략해 의석수를 확보하는 것이 호남에서의 외연 확장보다 효율적이란 분석이다.

다만 반론도 만만찮다. 전남 순천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남 포기’를 포기해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며 “야권에서 공천한 사람들과 대등한 정도의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 때 호남 지역 출마 의지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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