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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만에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증가'…반도체 "반등은 아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1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상반기 부진했던 한국 경제에 청신호가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는 경제지표가 최근 잇따르면서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5월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다 같이 늘어났다. 지난 2월 이후 3개월 만에 나타난 '트리플 증가'로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5월 전산업 생산지수(농림어업 제외)는 111.1로 전월 대비 1.3% 상승했다. 올 2~3월 늘었던 산업 생산은 4월 들어 줄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증가 폭은 지난해 3월(1.9%)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치다. 서비스업을 제외한 전 부문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광공업 생산은 한 달 새 3.2% 늘었다. 최근 호조세인 자동차(8.7%)를 비롯해 제조업이 전반적인 산업 생산 확대를 주도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2.9%로 전월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기획재정부는 "산업활동지표는 4월에 다소 조정을 거친 뒤 5월 들어 광공업을 중심으로 회복 흐름을 재개하는 모습"이라면서 "그간 경기 둔화를 견인했던 수출이 점차 바닥을 다져가면서 네 분기 연속 감소했던 광공업 생산이 2분기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6월 1~20일 수출액은 1년 전보다 5.3% 증가하면서 동기 기준으로 10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됐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은 음식·숙박(-4.5%), 금융·보험(-4.1%) 등의 부진 속에 0.1% 소폭 줄면서 석 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5월 연휴 기간 강수에 따른 외부활동 감소, 주식거래대금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생산과 재고가 함께 늘어난 반도체의 반등은 아직 본격화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5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보다 4.4% 늘면서 4월(4.9%)과 비슷하게 소폭 증가를 기록했다. D램과 플래시메모리 같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16.7% 줄어든 수준이다. 반도체 재고는 한 달 전보다 2.7% 늘었다. 여전히 생산해도 재고로 쌓이는 제품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4월(30%)과 비교하면 재고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고가 높은 수준인데, 감산 효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IT 경기 반등 시기나 주요 선진국 경기 흐름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6월 반도체 업황 현황 PSI(전문가 서베이 지수)가 1년여 만에 기준치 100을 넘기는 등 향후 '상저하고' 기대는 크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로 상반기(-38.6%)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메모리 감산 효과가 하반기 본격화되면서 가격 낙폭이 축소되는 등 업황이 좋아질 거란 분석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0.5%), 의복 등의 준내구재(0.6%), 화장품을 비롯한 비내구재(0.2%)가 모두 늘었다. 특히 이른 여름 할인행사 등으로 백화점(4.3%) 소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00.7을 기록하면서 13개월 만에 처음 100을 웃돌았다. 그만큼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낙관적으로 돌아선 셈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2.6%), 항공기 등 운송장비(6.2%) 등의 투자가 늘면서 한 달 새 3.5% 증가했다. 건설투자도 건축 중심으로 0.5% 늘었다.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4로 전월 대비 보합을 나타내면서 6개월간 이어졌던 하락세를 멈췄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상승한 99.9로 4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에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상황이나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경기 부진이 심화하진 않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수출에 대해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 폭이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며 “반도체 수출은 감소 폭이 축소됐고, 수출물량도 3월 이후 부진이 완화됐다”고 봤다. 소비에 대해서는 “소비자심리지수 상승세 지속 등으로 소비 부진 완화를 시사하는 긍정적 신호가 유지됐다”고 했고, 고용에 대해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는 “상승세 둔화 흐름이 지속했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두세달 정도 추세를 지켜봐야겠지만 경기 반등의 여지는 보인 것 같다. 하반기엔 정부가 저소득층 등에 맞춘 선별적 부양 정책을 강화해 경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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