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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부시술 받고 6억도 타냈다…'무좀치료' 솔깃한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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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미용 시술을 무좀 치료로 둔갑해 6억원대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낸 의사와 공모한 환자 등 186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A 피부과 원장 B씨(50)를 사기와 보험사기방지법(보험사기죄)·의료법 위반 혐의로, 병원 관계자 및 환자 등 185명을 보험사기방지법(보험사기죄) 위반 혐의로 최근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허위 진료기록부와 영수증을 토대로 B씨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3100만원을, 환자들은 보험사로부터 5억900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28일 피부과 원장과 환자 등 186명을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연합뉴스

서울 은평경찰서는 28일 피부과 원장과 환자 등 186명을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19년부터 올해 4월까지 피부미용 시술을 받으러 온 환자들에게 “실손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대신 무좀 치료 영수증 발급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피부미용 시술과 달리 무좀 치료는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 ‘친절한 의료진’을 강조한 A 피부과 홈페이지에 따르면 피부미용 시술은 최대 399만원이었다. 환자들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피부미용 시술 비용에 부담을 느껴 보험금으로 비용을 줄이고자 B씨의 제안을 승낙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자신의 제안에 동의한 환자들의 진료기록부를 조작해 피부미용 결제액 일부를 무좀 치료 영수증으로 발급했다. 이를 토대로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부당 청구해 3100만원을 챙겼다. 환자들은 허위 작성된 영수증으로 보험회사에 실손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들은 무좀 치료 명목으로 수십차례 보험금을 받아냈고, 많게는 한 번에 10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아간 사람도 있었다.

 4년 동안 지속된 범행은 한 제보 때문에 꼬리가 잡혔다. 금감원이 A 피부과에 대한 제보를 받아 은평경찰서에 지난해 12월 수사를 의뢰했다. 은평경찰서는 지난 4월 18일 A 피부과를 압수수색했고 5월부터 지난 23일까지 피의자 186명을 순차적으로 조사했다. 피의자 118명은 혐의를 인정했고, 이 중 104명은 보험사에 3억4731만원을 변제했다. 경찰은 혐의를 부인하는 68명에 대해선 매출 장부와 진료 차트 등으로도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B씨의 의료법 위반과 관련해 은평구청에 행정통보를 했고, 은평구청은 검찰 기소 여부에 따라 과태료나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 사기로 보험금을 부정 수급하면 보험료가 올라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준다”며 “사실상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건강보험금이 새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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