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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넘버카드의 벽'에 부딪힌 日기시다...지지율 급락에 위기감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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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일본 정부가 '디지털화'를 선언하며 야심차게 진행한 '마이넘버 카드' 발급 과정에서 각종 오류가 발생하면서 정권에 대한 신뢰를 끌어내렸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이넘버 카드 문제 등에 대해 답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이넘버 카드 문제 등에 대해 답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26일 요미우리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41%로 나타나 지난달 조사의 56%에서 15%포인트 하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11%포인트 상승해 44%를 기록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7개월 만으로 하락 폭은 기시다 정권 출범 이후 가장 컸다.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지지한다는 응답은 39%로 5월 조사보다 8%포인트 떨어져 2개월 연속 하락세였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7%포인트 올라 51%였다.

4~5월 한·일 정상회담 및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등 외교 실적으로 상승했던 지지율이 급락한 원인으로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마이넘버 카드 문제가 꼽히고 있다. 마이넘버 카드는 한국의 주민등록증에 공인인증서 기능 등을 합한 것으로 일본 각 국민에게 고유 번호를 지정해 발행하는 카드다.

일본은 2016년부터 '디지털 행정'을 내세우며 마이넘버 카드 보급을 시작했으나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발급을 꺼리면서 수년 간 신청이 지지부진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발급 받는 사람들에게 약 2만엔(약 18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신청자가 급증했고 지난 3월 기준 발급율이 75%를 넘어섰다.

그러나 처리 과정에서 동명이인 등 다른 사람에게 카드가 잘못 발급된 사례가 748건, 의료보험 정보가 다른 사람과 연동돼 개인정보가 노출된 사례도 7300여 건 드러났다. 카드를 신청하면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은행 계좌를 함께 등록해야 하는데, 본인이 아닌 가족 명의의 계좌가 등록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13만 건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내년 가을까지 의료보험증(건강보험증)을 폐지하고 마이넘버 카드에 통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국민들 사이에선 "이대로는 제대로 병원도 이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미우리 조사에선 정부가 마이넘버 카드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7%에 달했고, 의료보험증을 마이넘버 카드와 통합한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반대가 55%로 찬성(37%)보다 높았다. 닛케이 조사에서도 마이넘버 카드 트러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76%였다.

반발이 거세지자 기시다 총리는 지난 21일 관계부처가 참여한 마이넘버 카드 총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모든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여 대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내년 9월로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기시다 총리는 이번 가을 내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 경우 기시다 총리는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무투표로 재선돼 3년 간 총리직을 더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마이넘버 카드를 둘러싼 혼란이 길어지면 기시다 총리의 중의원 해산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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