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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로는 우버 앞섰다” 中 포커 선수가 차린 ‘훠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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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대명사로 통하는 승차 공유업체 ‘우버(Uber)’. 우버는 물류 시장에도 관심을 갖고 2016년 화주와 화물차 운전자를 연결해주는 ‘우버 프레이트(Uber Freight)’를 출시했다. 그러나 우버보다 한발 앞서 물류 시장에 진출해 활약 중인 기업이 있다. 2013년 홍콩에서 태동한 ‘훠라라(貨拉拉·Lalamove)’다.

사진 훠라라 홈페이지 캡처

사진 훠라라 홈페이지 캡처

훠라라는 중화권(중국 본토·홍콩·대만)은 물론 동남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와 중남미(멕시코·브라질)까지 세력을 확장해 다양한 물류사업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지난해 훠라라는 4억 28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고 67억 1500만 달러(약 8조 7617억원)의 총 거래액(GTV, Gross Transaction Value)을 달성했다. GTV 기준, 훠라라의 2023년 상반기 세계 시장 점유율은 43.5%로 2위인 우버 프레이트보다 3.5배 높다.

2013년 설립 이후, 총 11차례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에도 2억3000만 달러(약 3001억원)의 시리즈 G 투자를 받았다. 올해 3월에는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 JP모건체이스를 스폰서로 홍콩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 중국 산업컨설팅 기관인 후룬(胡潤)경제연구원은 이러한 훠라라의 기업가치를 900억 위안(약 16조 2567억원)으로 평가했다.

*훠라라(貨拉拉)는 중국 본토에서 사용되는 브랜드명이며, 홍콩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라라무브(Lalamove)로 불린다.

오토바이부터 대형화물차까지, 맞춤형 물류로 시장 잡는다

오토바이부터 다마스, 밴, 소형·준중형트럭, 대형화물차까지. 다양한 차종을 보유한 훠라라는 개인 및 기업고객에 적합한 맞춤형 물류 솔루션을 제공한다. 훠라라가 운영하는 사업은 크게 ①이사 ②화물 운송 ③기업물류 ④퀵서비스로 나뉜다.

① 이사  

훠라라의 이사 서비스는 가격 체계가 투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웹페이지나 앱(App)에 거리당 평균 비용, 엘리베이터 유무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이 상세하게 공개되어 있다. 가구의 경우, 분해·운반·조립·하역 등 단계별 비용이 세세하게 책정되어 있어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다.

사진 훠라라 홈페이지 캡처

사진 훠라라 홈페이지 캡처

기사1인 도움이사, 기사2인 반포장이사/포장이사 등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다양하다. 1:1 고객 전담 서비스는 이사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의 불만을 신속하게 해소한다.

② 화물 운송

1톤 카고부터 25톤 대형 화물차까지. 다양한 화물차주와 화주를 연결해 근거리(시내) 및 중·장거리(시외) 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2년 말 기준, 훠라라에 등록된 화물차 운전자는 100만 명 이상, 중국 내 서비스 운영 도시는 360곳에 달한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송을 위해 중국 전역에 표준 노선 46만개를 만들었다.

사진 훠라라 홈페이지 캡처

사진 훠라라 홈페이지 캡처

훠라라의 화물 운송 가격은 두 가지 방식으로 결정된다. 첫째는 정찰제로, 가격이 정해져 있어 호출 즉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정찰제를 이용하면 빠르면 30초 안에 화물차 운전자가 배정되고, 30분 안에 화물차가 선적지에 도착해 물건을 싣기 시작한다. 둘째는 입찰제로, 화주와 화물차 운전자가 실시간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찰제보다 시간은 더 소요되나, 협상을 잘하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③ 기업물류  

업종별/기업별 맞춤형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상거래 기업의 경우, ‘솽스이(雙十一·11월 11일)’나 ‘618 쇼핑축제’ 등 성수기에 폭증하는 배송 물량을 원활히 소화하도록 도움을 준다. 출장이 잦은 기업에는 출장 차량을 지원한다. 훠라라를 이용하면 직원이 출장 교통편을 예매하고 영수증을 제출해 환급받는 과정이 생략돼 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된다.

외부업체에 하청을 맡기지 않고 직접 ‘기업물류 전담팀’을 운영하기에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세계적으로 구글, 알리페이, 맥도날드, 징둥닷컴, 시노펙, 세븐일레븐을 포함한 150만 기업이 훠라라를 물류 파트너로 선택했다.

④ 퀵서비스

퀵서비스는 최근에 훠라라가 새롭게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컨설팅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파오투이(跑腿·즉시 배송+퀵서비스) 시장 규모는 131억 위안(약 2조 3662억원)까지 성장한 가운데 2025년에는 664억 위안(약 11조 993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디이차이징 캡처

사진 디이차이징 캡처

훠라라는 그간의 물류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잠재력이 큰 파오투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4월부터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지에서 파오투이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물론 이 분야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중국 대표 차량 공유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과 배달 플랫폼 강자인 메이퇀(美團), 어러머(餓了麼)등이 앞다퉈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막대한 물류 자원과 디지털 능력을 갖춘 훠라라가 보여줄 저력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홍콩 수능 만점 → 스탠퍼드대 물리학과 → 베인 컨설턴트 → 전업 포커선수?!

훠라라 창업자 겸 CEO 저우성푸. 사진 펑황신원 캡처

훠라라 창업자 겸 CEO 저우성푸. 사진 펑황신원 캡처

훠라라의 창업자 겸 CEO는 77년생 저우성푸(周勝馥)다. 광둥성 지에양(揭揚)시에서 태어나 3살 때 홍콩 신제(新界)지역로 이사했다. 어려서부터 똑똑했던 저우는 1995년 그 당시 홍콩 대입시험이었던 ‘홍콩 중등교육검정시험(HKCEE)’에서 10과목 A 평점을 받았다. 한국으로 치면 수능 전 과목 1등급보다 어려운 것으로, 신제 지역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듬해 저우는 장학금을 받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당시 저우의 전공은 물리학이었다. 그러나 이내 적성에 안 맞는다는 것을 깨닫고 경제학으로 전과했다. 졸업을 앞두고 저우는 세계 3대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컨설팅의 러브콜을 받아 컨설턴트로 합류했다. 그대로만 가면 안정된 커리어를 쌓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졸업 후 그는 포커선수의 길을 택했다. 2002년부터 7년간 포커 테이블에 앉아 텍사스 홀덤을 쳤다. 카지노에 살다시피 했지만, 처음 4년은 한 달에 100만 원도 채 벌지 못했다. 그러나 끈질긴 노력으로 선수 생활 말기엔 3000만 홍콩달러(약 50억원)의 상금을 따기도 했다.

2009년, 저우는 7년간의 포커선수 생활 접고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이번에 그가 주목한 것은 ‘창업’이었다. 저우는 홍콩에 놀고 있는 화물차가 많고, 중개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공략해 2013년 훠라라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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