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니’ 허광한 썼지만…中 국민 음료, 예전 같지 않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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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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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하하(哇哈哈)는 한때 중국 음료 계의 대표주자로, 업계에서 성공의 교과서로 여겨졌다. 생수, 요구르트, 콜라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중국의 국민 음료 브랜드로 널리 사랑받았다. 그러나 2020년대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눙푸산취안(農夫山泉·농부산천), 위안치썬린(元氣森林) 등 경쟁업체에 밀리며 ‘옛날’ 브랜드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2000년대 전성기, 국민 브랜드 등극

와하하 이전 모델 왕리훙. 사진 bjnews닷컴 캡처

와하하 이전 모델 왕리훙. 사진 bjnews닷컴 캡처

가수 겸 배우 왕리훙(王力宏)의 얼굴이 들어간 와하하 생수는 중국 청장년층의 어린 시절 추억이다. 1987년 설립된 와하하는 90년대 후반 출시한 AD칼슘 요구르트(AD鈣奶)와 페이창 콜라(非常可樂)가 대히트를 거두며 서서히 중국 대표 음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 AD칼슘 요구르트는 중국에서 요거트 음료가 늘어나는 시기에 맞춰 출시되어 성공을 거두었고, 코카콜라와 펩시를 겨냥해 선보인 페이창 콜라는 콜라 시장의 일부 점유율을 가져가며 코카콜라와 펩시가 주도하던 흐름을 깨고, 콜라 가격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와하하 AD칼슘 요구르트(좌) 잉양콰이셴(우). 사진 와하하 홈페이지

?와하하 AD칼슘 요구르트(좌) 잉양콰이셴(우). 사진 와하하 홈페이지

지난 2005년 출시한 음료 잉양콰이셴(營養快線·과일주스+우유)은 4년 후인 2009년, 단일 제품 매출 120억 위안(약 2조원)을 기록하며 당시의 인기 음료 왕라오지(王老吉)를 제치고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인기를 누렸다. 당시 잉양콰이셴은 초중등생들이 아침마다 챙겨 먹는 음료로 통했다.

2013년, 와하하는 연 매출 782억 8000만 위안(약 14조 원)의 신기록을 달성한다. 이로써 당시 화웨이(華爲)에 이어 중국 2대 비상장 민영기업에 등극한다. 같은 해, 와하하의 창립자 쭝칭허우(宗慶後)는 중국 본토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으며, 와하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다.

뒤늦은 타이밍, 젊은 세대 트렌드 읽어야

그러나 2014년을 기점으로 와하하는 내리막길에 들어선다. 지난 2018년, 중국 포장 생수 시장에서 눙푸산취안과 화룬이바오(華潤怡寶)가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와하하는 5위에 그쳤다.

와하하의 추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생수 외 매출을 견인하던 AD칼슘 요구르트와 잉양콰이셴의 판매도 둔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잉양콰이셴 이후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을 새롭게 출시하지 못한 것도 와하하가 시장의 점유율을 내어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20년 와하하는 연 매출 440억 위안(약 7조 9000억원)으로 다시 한번 사상 최저 실적을 기록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와하하의 존재감은 예전 같지 않아졌다. 특히 젊은 세대의 선택지에서 와하하는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대도시 마트나 편의점에서 와하하 음료는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3~4선 지방 소도시나 농촌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옛날’ 브랜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음료는 젊은 세대의 입맛에 크게 좌우되는 업계 중 하나다. 최근 중국 음료 업계는 개성이 넘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갈수록 세분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와하하는 소위 ‘신박한’ 제품 출시 측면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와하하 쭝칭허우는 중국 관영 CCTV 프로그램 〈대화(對話)〉에서 “와하하가 쇠락한 원인은 혁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와하하 페이창 콜라. 사진 와하하 홈페이지

와하하 페이창 콜라. 사진 와하하 홈페이지

그동안 와하하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 코카콜라와 펩시가 중국 시장을 휩쓸 때, 와하하는 ‘페이창 콜라’를 출시했다. 마찬가지로 최근 위안치썬린이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하자, 뒤이어 유사한 제품을 선보였다. 매번 시장의 흐름을 좇기는 하지만, 남을 모방할 뿐 새로운 혁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상품의 업그레이드 측면에서도 ‘반 박자 늦은’ 대처로 경쟁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저당⋅제로 음료 열풍에 따라 와하하도 올해 잉양콰이셴의 저당 버전을 출시했으나, 그 시점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사실 저당⋅제로 음료는 지난 2018년부터 주목받으며 이미 시장에 비슷한 유형의 음료가 많이 출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와하하가 차별화를 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2020년 위안치썬린이 저당⋅저지방 유제품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했다.

새로운 와하하 광고 모델 쉬광한. 사진 텐센트 비디오 캡쳐

새로운 와하하 광고 모델 쉬광한. 사진 텐센트 비디오 캡쳐

최근 와하하는 약 20년간 유지해온 광고 모델 왕리훙을 쉬광한(許光漢·허광한)으로 교체하며 이미지 쇄신을 시도 중이다. 춘제(春節·중국의 음력 설) 연휴에는 명절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춘완(春晚)에 대대적인 PPL을 하는 등 제품 홍보에도 공을 들였다. 와하하는 중국 음료 업계의 큰형님으로서 탄탄한 공급망과 방대한 유통망을 갖췄으므로, 아직은 반등의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와하하가 선보이는 신제품은 여전히 신선함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와하하가 계속해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업계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와하하에는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음료 시장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시험대에 오른 와하하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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