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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전략적 가치 커진 ‘인·태 외교’의 지평 더 확대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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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23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보반트엉 베트남 국가주석 내외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17건의 협정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23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보반트엉 베트남 국가주석 내외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17건의 협정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베트남 희토류 확보, 중국 리스크 완화 기대감

다른 아세안 회원국 및 인도와도 관계 강화를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베트남 순방 외교가 마무리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대통령의 영어 발표 등이 눈길을 끌었지만, 오는 11월에 최종 개최지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이번에 특히 주목할 만한 외교는 베트남과의 협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한 대목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월남전쟁 때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지만 탈냉전 흐름이 찾아왔던 1992년 12월 다시 손잡았다.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30년을 기약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국빈으로 지난해 12월 베트남 국가주석을 초청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이번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두 나라는 관계 강화와 협력 확대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수교 당시 5억 달러였던 교역 규모는 지난해 이미 43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은 지난해 베트남을 상대로 342억5000만 달러(약 43조원)의 무역 흑자를 거둬 교역상대국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수출이 급감해 수교 이후 지난해 첫 무역 적자로 돌아선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중국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베트남은 가장 주목할 국가 중 하나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윤 대통령과 보반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에서 17건의 협정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그중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센터’ 신설 합의가 단연 주목받았다. 첨단 전자제품에 꼭 필요한 희토류 매장량의 경우 베트남(18.3%)은 중국(36.7%)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에 치우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데 베트남의 유용성이 크다는 의미다.

양국 관계는 경제에서 안보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에 베트남은 북한 핵미사일 해결을 위해 한국과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고, 한국은 퇴역 함정 양도 등 베트남 해양 안보 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양국은 방산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베트남과의 협력에 그치지 말고 앞으로 다른 아세안 회원국과의 순방 외교로 이어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인도와의 협력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중 경쟁 상황에서 중국과 껄끄러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취임 9년 만에 국빈으로 처음 초청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신남방 외교’를 추진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우선순위에서는 밀렸다. 정파와 정권을 초월해 연속성을 살려가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베트남을 필두로 인도까지 명실상부하게 인도·태평양 외교의 지평을 대폭 넓혀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