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尹·멜로니 만난 뒤 "엑스포 1차 투표만 사우디 지지"

프랑스 정부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하는 건 1차 투표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프랑스 측의 입장 표명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각각 2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에 나왔다.

이를 두고 프랑스가 2030 엑스포 개최지 선정 2차 투표에선 한국이나 이탈리아를 지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엑스포 유치전은 한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의 3파전으로 진행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공동언론발표를 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밤 "사우디에 대한 프랑스의 지지는 1차 투표로 한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에 대한 지지 결정은 지난해 사우디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당시) 그것이 우리가 받은 유일한 요청이었다"며 "우리가 사우디를 지지한다고 밝힌 건 첫 번째 라운드에만 유효하고 그 다음은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프랑스를 공식 방문했을 당시 2030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사우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고, 유럽과 아프리카에 미치는 영향력도 큰 나라다.

윤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언론발표에서 "2030 엑스포 유치에 도전하는 부산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 국민의 관심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가 지난 16일 파리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의 이웃 나라임에도, 프랑스가 이번 유치전에서 이탈리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은 건 외교적 마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해 11월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하는 등 지중해 이주민에 대한 강경책을 펴자 프랑스 정부가 이를 비판하며 양국은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지난 20일 마크롱과 멜로니가 이주민 수용을 늦추는 데 합의하며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때문에 로이터통신은 프랑스가 사우디를 1차 투표에서만 지지하는 것을 두고 잠재적으로 이탈리아 지지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올해 11월 말 BIE총회에서 179개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최종 선정된다. 만약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국가가 없으면 상위 2개국끼리 결선투표를 한다. 한국은 1차 투표에선 사우디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고 결선투표에서 이탈리아를 지지하던 유럽 국가들의 표를 흡수해 역전승을 거둔다는 전략이다.

20일(현지시간) 만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왼쪽)와 마크롱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탈리아 매체 라 레푸블리카는 21일 로마 엑스포 유치위원회를 인용해 '지금까지 리야드가 약 70표, 로마가 약 50표, 부산이 약 30표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막강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 아랍뉴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대다수 국가들과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들이 사우디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다만, 개최지 선정이 비밀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사우디에 지지를 약속한 국가들이 실제 투표를 할 땐 번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또 AP통신은 사우디 내 인권 문제 등을 둘러싼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이 표심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