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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카카오 주가 28% 떨어졌는데, 경영진들 130억 팔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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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뉴스1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뉴스1

카카오 주가가 1년 새 28% 하락한 사이 이 회사 핵심 임원들과 계열사는 300억원 규모의 회사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원들은 주식매수 선택권(스톡옵션)을 이용해 수십억대 차익을 실현했다.

중앙일보가 카카오의 최근 1년 치 공시를 분석해보니, 카카오 동일인(총수)인 김범수 창업자의 특수관계자들이 1년 새 장내 매도한 카카오 주식은 총 46만6787만 주(매도금액 약 300억원)였다. 이중 27만3000주(약 167억원)는 김범수 창업자가 설립한 공익재단 브라이언임팩트가 매도한 분량이다. 카카오 임원과 계열사 등기임원 등 경영진만 놓고 보면, 이들은 1년 간 카카오 주식 134억원 어치를 매각하고 70억원 어치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이 매입한 주식의 대부분(99.8%)은 스톡옵션 행사를 위해 산 것이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올해 2~5월 사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6만 주를 취득하고 그중 5만4000주를 곧이어 장내 매도해, 이 과정에서 23억9000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해당 스톡옵션은 이 대표가 카카오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부여받은 것이다. 카카오 측은 “주식 매도는 개인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이 대표는 2018년 말 카카오엔터로부터 받은 135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 본사에서는 김범수 창업자의 최측근으로 꼽히며 본사 전략지원 조직 공동체센터 소속인 송지호 크러스트(카카오 해외 투자사) 대표가 지난해 6~7월 스톡옵션 행사로 15만 주를 취득, 10만 주를 곧이어 장내 매도해 총 38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권대열 정책센터장(부사장)도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을 매도해 8억5000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홍은택 대표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5000주 가량을 취득했으나 매도하지는 않았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카카오 그룹 경영진이 스톡옵션 행사 외에 자사주를 순 매수한 규모는 173주(매수 후 즉시 매도 제외)로, 1000만원 가량에 불과했다. 현재 카카오 주식은 1년 전보다 28% 하락했고(21일 종가 5만500원 기준),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불통 사태 직후 급락한 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상태다.

카카오 측은 “지난 2021년 카카오 본사 직원들에게 1인당 10주(액면 분할된 현재 기준 50주)씩 자사주 상여금을 지급했고, 개별 보상이나 인재 채용 등을 목적으로 일부 직원엔 따로 주식을 지급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상여금으로 지급한 주식이기에 매도로 현금화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의미다.

앞서 회사는 경영진 스톡옵션 행사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 2021년 말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류영준 전 대표 등 임원 8명이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을 매각해 878억원을 현금화했고, 류 전 대표는 이 일로 내정됐던 카카오 공동대표직에서도 물러났었다.

한편, 네이버 임원들의 최근 1년간 자사주 매입과 매각 규모는 각각 49억원과 52억원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 중 스톡옵션 행사분은 45억원이며, 순수 장내매수 규모는 4억원이었다.

지난 4월 최수연 CEO와 김남선 CFO는 각각 자사 주식 1026주, 519주를 매입했다. 매입금 각 2억원과 1억원 규모다. 네이버 측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책임경영 의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