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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라임 접대 의혹’ 등 검사 4명 탄핵 추진…與 “범죄 가리려 겁박”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현직 검사들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민형배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같은 당 김용민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민형배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같은 당 김용민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1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내 강경파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 등은 최근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술 접대를 받은 검사 3명과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검사 등 총 4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에 착수했다. 라임 접대를 받은 검사들은 앞서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1심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서 국정원이 조작한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가 징계를 받은 뒤, 이미 기소유예 처분된 대북송금 사건으로 다시 유씨를 기소한 검사도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에는 처럼회 소속인 민형배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5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헌법상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로 발의되고,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김 의원은 의원들에게 돌린 친전에서 “일반 공무원의 경우 100만원 상당의 금품ㆍ향응 수수시 예외없이 파면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 검사의 경우 검사 징계법상 파면이 없고 탄핵을 통해서만 파면이 가능하다”며 “행정부의 자정기능이 마비되어 있는 경우 국회에서라도 책임을 물어야 사법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비리 검사들에 대해 국회에서 탄핵으로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친전에서 라임 사건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검사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 결과로도 100만 원어치 넘는 술 접대를 받았고, 해당 사건 수사팀장으로 사건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으며, 수사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데도 접대 금액이 93만 원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탄핵소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검사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완성으로 공수처에서 불기소해 탄핵 이외에는 징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등 민주당 관련 검찰 수사가 잇따르면서, 최근 민주당 안팎에선 검사 탄핵 주장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탄핵소추안 발의를 추진 중인 김 의원은 최근에도 수차례 검사 탄핵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인 지난 2월 17일에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지금이야말로 온국민이 분노하고 있기 때문에 판·검사 탄핵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최적기”라고 주장했다.

21일 오전에는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도 떳떳하게 검사 생활을 하고 있는 이런 불법행위를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탄핵 해본 적이 없다. 검사들이 겁이 없다”며 “대표적으로 몇 사람을 반드시 이번 기회에 탄핵소추 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달라고 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2021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와 올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총 두 건의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두 건 모두 민주당이 발의해 통과시켰다. 이때문에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발의 요건(재적의원 3분의1)만 채우면 탄핵소추안 가결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거대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이 자신들의 범죄 혐의를 가리기 위해 검사들을 겁박하고 위축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 등은 검사 탄핵을 당론으로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도부 차원에서 검사 탄핵이 논의된 적이 없다”며 “개별 의원들의 움직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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