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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경고등, 중국발 'D의 공포'…금리 인하 약발도 안 먹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반등을 기대했던 중국 경제에 오히려 침체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한 데다, 부동산 침체, 성장 동력 감소 등 복합적 문제가 경기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높은 물가 상승세에 돈줄을 죄고 있는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은 오히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막기 위해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0개월 만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20일(현지시간) 중국 중앙은행 격인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을 3.55%, 5년 만기 LPR은 4.2%로 0.1%포인트 내렸다. 중국 인민은행이 LPR을 낮춘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LPR는 중국 18개 은행에서 최우량 고객에게 제공하는 금리의 평균값이다. 중국은 기준금리 없이 통화 당국이 직접 시장금리를 조정한다. LPR을 바탕으로 은행들이 다른 대출 금리도 정하기 때문에 이를 낮추면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있다.

LPR 인하뿐 아니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7일짜리 역레포 금리와 단기 유동성 대출금리(SLF), 중기 유동성 대출금리(MLF)도 0.1%포인트씩 낮췄다. 모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처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신규 인프라 건설 등에 쓰기 위해 1조 위안(약 178조8000억원) 규모의 특별 국채 발행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사실상 ‘돈 풀기 종합 정책’을 모두 내놓은 셈이다.

실물 경기 모두 기대 밖 부진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팔을 걷어붙인 데는 최근 주요 경제 지표들이 냉각 기조를 보여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8로 두 달 연속 50 아래를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제조업 PMI가 50 아래면 이 분야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제조업 비중이 큰 중국 경제는 제조업 PMI가 중요한 경기 판단 지표다.

실물지표도 지지부진하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2.7% 증가하는 데 그쳐 전월(18.4%)과 시장 전망치(13.7%)보다 모두 낮았다. 같은 달 산업생산도 전월(5.6%)과 전망치(3.8%)를 모두 하회한 3.5%로 집계됐다. 도로·부동산 등 인프라 투자를 의미하는 고정자산투자는 5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 증가에 그쳐, 전월 누적치(4.7%)와 시장 예상치(4.4%)를 모두 밑돌았다.

고용은 이미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16~24세 청년실업률은 20.8%로 전월(20.4%)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12월(16.7%) 이후 매월 상승 중이다.

성장률 전망 줄줄이 낮춰…D의 공포 오나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도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GDP가 지난해와 비교해 6% 성장할 거라고 내다봤지만, 예상보다 경기가 부진하자 5.4%로 전망치를 낮췄다. JP모건(5.9→5.5%)·UBS(5.7→5.2%)·스탠다드차터드(5.8→5.4%)·노무라(5.5→5.1%)도 5% 초중반까지 성장률 전망을 하향했다.

경기 침체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물가 하락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0.7%) 이후 3개월 연속 0%대로 마이너스 물가까지 걱정하게 됐다. 물가가 계속 하락하면, 투자가 줄어들면서 다른 실물 부분의 위축까지 가져올 수 있다.

중국 경기 회복 어려울 수도…부양책도 비관론

중국 경기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우선 기대했던 리오프닝 효과가 크지 않아서다. 중국은 올해 초 ‘제로 코로나’(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봉쇄 정책을 펼치는 것) 정책을 포기하면서 경제 활동 재개로 인해 경기가 살아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생각 보다 가계의 소비 여력이 많지 않았다. 또 코로나19 기간 경제 활동 위축이 커 회복 속도가 지연됐다.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자, 중국 경제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면서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고, 지방 부채 증가, 외국인 투자 감소 같은 구조적 문제도 겹치고 있어서다.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도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분석이 많다. 주택 공급 과잉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고, 가계 부채 규모도 크기 때문에 부양책으로 경기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나티시스 투자은행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현금을 마구 뿌릴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소비가 진작되진 않는다”며 “기존 가계부채도 갚기 힘든 상황에서 국민 개개인이 상품 구매 같은데 돈을 쓸 여유를 부릴 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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