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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면 '60조원' 가치…"엑스포 승부수는 '결선투표' 뒤집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는 다섯 달 앞으로 다가온 2030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올해 하반기 외교력을 총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엑스포 유치전은 한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의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는 승부를 '결선 투표'로 가져가 막판에 막대한 '오일머니'를 내세운 사우디를 꺾는 역전승의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사우디와 간극 좁아져"

21일 정부 내부 집계에 따르면 179개 국제박람회기구(BIE) 중 사우디를 지지하는 국가가 부산을 지지하는 국가보다 여전히 앞서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상황을 집계해보면 사우디를 공개 지지한 국가가 약 70개국에 달하고, 그 뒤를 한국과 이탈리아가 쫓고 있는 양상으로 분석된다.

다만 선두 사우디와 한국과의 간극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을 지지하는 국가의 수는 사우디에 비해 굉장히 보수적으로 산정하고 있다"며 "실제 격차는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편에 선 국가의 경우 서면으로 확약까지 받아야 지지 표로 산정하고 있지만, 경쟁국인 사우디에 대해선 구두로 지지 의사만 표명해도 지지 표로 간주하는 식이다. 정부, 부산시 등 집계 주체마다 관측도 조금씩 다르지만,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부산이 사우디를 꺾을 확률이 절반은 된다"는 게 정부 내의 중론이다.

지난 4월 서울과 부산을 4박 5일 일정으로 찾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평가에서도 부산은 최상위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시설·교통 등 인프라, 치안 상황, 예상 관람객 수, 유치 열기 등을 현장에서 살펴보고 실사단이 작성한 실사 보고서는 지난 20일(현지시간) BIE 총회에서 공개돼 회원국들의 회람을 거쳤다.

지난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부산역 광장에 도착해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송봉근 기자

지난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부산역 광장에 도착해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송봉근 기자

이날 총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영어로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서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입하는 관문이자 대양으로 나아가는 도시"라며 "2030년 부산에서 만나자"고 외쳐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첨단 디지털 기술이 환상적인 교류의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등을 활용한 '첨단 기술 박람회'라는 컨셉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결선투표 역전승 무게

정부는 오는 11월 BIE 회원국의 투표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경우의 수를 각오하고 있다. BIE 규정에 따르면 179개 회원국이 각각 한 표씩 행사해 출석한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은 국가가 개최국으로 최종 선정된다. 다만 만약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국가가 없으면 상위 2개국끼리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1차 투표에서 사우디보다 한국이 더 많은 표를 얻을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결선투표에선 이탈리아를 지지하던 유럽 국가의 표를 한국이 흡수해 역전승을 거둘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엑스포 유치전 막판에는 한국과 사우디 사이에서 고심하는 회원국을 상대로 "1차 투표에선 사우디를 찍되, 2차 투표에선 한국을 찍어달라"고 물밑 작업을 하는 방안도 정부 내에서 검토 중이다.

19일(현지시간)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앞두고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 앞에 정차해있는 부산 엑스포 래핑 차량. '부산은 준비됐다'(Busan is Ready)라는 문구가 쓰였다.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앞두고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 앞에 정차해있는 부산 엑스포 래핑 차량. '부산은 준비됐다'(Busan is Ready)라는 문구가 쓰였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4일 부산에서 엑스포 유치교섭 현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기업·국민이 힘을 모아 야구에서 9회 말 투아웃 대역전극을 만들어내자"고 말했다.

정부는 엑스포를 유치할 경우 약 60조원의 경제적 이익와 50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한국이 개최했던 올림픽·월드컵 등 행사와 비교해 최대 5배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낼 거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유치까지 가장 큰 난관은 사우디의 '오일 머니' 공세다. 여러 대륙을 샅샅이 훑으면서 사실상 돈을 뿌리는 식인데 나중에 다 빚으로 돌아오는 고이율의 차관 형태인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와 대비해 한국은 중·장기적 협력 사업 제시,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등을 앞세우고 있다.

박진 외교부장관이 14일 오후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교섭 점검회의에서 화상 참석자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장관이 14일 오후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교섭 점검회의에서 화상 참석자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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